경청 교실을 운영하고 나서.(1차: 2011.11.30. 2차: 2011.12.8.)


*작년
'경청 교실' 운영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시 혁신학교 1년 평가혁신학교 사례 발표일정이 겹치면서 거칠게 써 놓았던 내용들을, 올해 새로 경청교실의 방향을 고민하며 뒤늦게 정리해 본다.

학생들의 인권과 자발성을 존중하는 우리 학교에서는 체벌 등의 통제 수단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기에, 생활 태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성찰교실, 수업 시간 태도에 대해서는 경청교실을 운영하여 자아 성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성찰교실은 시교육청 차원에서 샘물교실이란 이름으로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전자공고에서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제 행동에 대해 징계라는 이름으로 경계 세우기를 하는 것보다는 만남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음이 성찰교실의 핵심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내면의 나와 사람 관계, 사물과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우리학교에서 작년에 실시한 성찰교실도 교내봉사의 징계를 주는 것보다 관계 맺음을 통해 설득하고 공감하면서 형성한 관계가 아이의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고 학년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경청교실은 협력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수업의 흐름을 끊는 학생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왔다. 하지만 학생이 수업 시간, ‘배움에서 소외되는 이유는 다양하기에 우리 학교 경청교실은, 학습 능력이 있으면서도 수업의 흐름을 끊어 결국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의 수업 태도를 교육하는데 중심을 두었다. 그러나 대상 학생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진 뒤에도 문제 원인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에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경청교실을 운영하기 전에 전제되어야할 것이 있다. 학년 수업연구회를 통해 배움에서 소외되는 이유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업 공개 이후 실시하는 학년수업연구회는 '배움 솔루션'의 형태가 되어야하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 경청교실은 아쉬움이 많았다. ‘배움에서의 소외를 다각도를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경청교실의 필요성을 가야하는데, ‘경청교실징계의 성격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가 좋은 수업을 만든다는 말처럼 수업이 기본적인 관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경청교실은 관계 형성도 안 될뿐더러, 열심히 듣지 않으면 강제로듣게 하겠다는 징계의 일종으로 낙인된 상황에서 (경청) 수업을 통해 (교과) 수업을 잘 듣게 한다는 것은 역설적이었다.

경청 교실은 학년부의 요구에 따라 2차시로 계획되었다. 나는 1차시엔 칭찬 샤워를 통해 최대한 자존감 회복, 2차시엔 1차시 녹화 자료를 보며, 자신의 수업 태도에 대한 성찰 정도로 계획했다. 그렇게 1차시 수업이 진행됐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수업 시간에 따로 남아 있는 것 자체에 대해 불만스러워했다.
1차시 수업은 박현희 선생님의 토론 프로그램[각주:1], ‘아하 대화로 시작했다. 호주 참사람 부족의 일화를 바탕으로 성취한 경험 찾기, 짝꿍은 적극 지지하며 듣기, 새롭게 탄생했다는 의미에서 새 이름 정하기로. 그런데 아이들은 진지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성취라는 것이 성취라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것이며 구체적이지 않았고 따라서 듣는 아이들도 진지할 수 없었다. 그러니 새 이름도 별 볼 일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은 새 이름은 서로 세 번씩 불러주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경청 교실을 할 때 담임 교사들이 다 참여하는 것이 좋을까, 관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선생님과 아이가 짝이 돼 활동을 해 보는 것은 어떨지 고민이 되었다. 여하튼 카메라로 찍는 것은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것 역시 감시이기 때문이다.

2차시 수업 역시 전날까지 역시 프로그램을 확정하지 못했다. 학년부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을 때의 경험을 직접 체험해 경청의 필요성을 공감해 보자고 하였다.
수업은 먼저, 지난 활동이 잘 되지 않은 이유를 아이들과 나누었다. 문제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성취의 경험을 제대로 끌어오지 못했던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의 성취를 이야기할 수 있는 허용적인 경청 분위기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런 후 경청, 또 듣는 사람들이 왜 중요한지 동영상 두 편을 보여 주며 그 차이를 나누었다. 그리고 실제로 경청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효과를 체험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 온 암소 9마리내용을 인용하여,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대접하며,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도록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뒤, 서약서 형태로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쓰는 것으로 끝냈다.

기본적으로 경청교실 역시
, 성찰교실과 같은 문제 의식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둘 다 솔루션이 필요한 일이다. 성찰교실은 가정과 심리적인 문제로, 경청교실은 성찰교실의 문제에 학습적인 어려움까지 같이 있다. 그런 면에서 경청교실은 연수 정도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학년 수업연구회를 통해 생활교육과 교과교육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성찰교실 역시 학년부가 중심이 되어 학년 차원에서 배움에 대한 자존감, 협력학습을 통한 갈등 조정력, 구체적인 경험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수업의 달인이 온다면 모를까, 혁신부장의 1~2차시 수업으로 아이들이 감화된다면 그것 역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일이지 않을까.

  1. 박현희, 토론의 달인을 키우는 토론 수업, 즐거운학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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