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덕분에(이경혜)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여러 상황이 담긴 단편집
- 2011. 9. 2.
단편 3편과 장편 1편.
-베스트 프렌즈
-Reading is sexy
-학도호국단장 전지현
-그 녀석 덕분에.
순전히 작가 이름에 끌려 읽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작가 이경혜.
중학생 재준이와 유미의 이야기. 어찌 보면 중학생 다운 무모한 행동 끝에 사고로 죽은 재준이와 갑작스럽게 떠난 버린 재준이를 인정하며 떠날 보낼 수 있는 유미 이야기가, 또래 우리 아이들에겐 참 어렵게 읽혔던 이야기였다. 제목처럼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한 시간이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주제를 끌어낼 수밖에 없던 이야기. 그리고 실제 중학생의 죽음과 연결돼 곡해된 상황.
"그 녀석 때문에"는 고2~고3들의 이야기이다.
중학생 이야기(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에 비해 관념적이다.
동성 친구보다 더 편한 이성 친구, 그 친구가 연애를 시작하자 남자로 느껴지는 상황. 허전하긴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아니었다. 처음 마음처럼 베스트 프렌즈로 남았다. 여성적인 시각이면서 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Reading is sexy'와 '그 녀석 덕분에'는 빈부 격차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밟아야하는 고3이라는 전철에 대한 회의와 함께 '고민하는 나'를 발견한다.
'Reading is sexy'는 다른 데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디서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문제작은 '그 녀석 덕분에'
복제인간 '서참봉'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 왔는데, 사람이 된 바퀴벌레를 통해 입시라는 이유를 억누르고 지냈던 본질, 본능, 생명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이야기이다. 한바탕의 꿈일거라 생각했으나, 결국 인간으로 돌아올 기회를 포기하는 결론이 더 충격적이다.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정도로 우리 아이들의 삶은 '인간'적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에 대한 성찰을 해보기만 했다면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까.
옛 이야기에서 '쥐'의 역할이 '바퀴벌레'로 바뀐 것도, 우리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대상이 바퀴벌레라는 점에서, 또 3억년에 가까운 생존력에서 상징하는 것도 많다.
'학도호국단'도 내 나이 또래에서는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전체적으로 여자의 심리를 잘 포착했다고 본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정치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여러 상황에서 체감할 수 있고, 부자들이야 저희들 가진 것들 지키느라 겉으로 드러나는 통계에도 아랑곳하지 않지만, 그렇지도 않으며 부유하지 않은 국민들은, 왜 그렇게 권력에 맹목적일까.
지난 주 "한겨레21"에서는, 영국 학생들의 폭동에 비춰 우리 나라의 시위와 평화적인지 근본적으로 밝혀낸 기사가 있었다. 문화적인 토양도 그렇지만, 우린 결정적인 경험이 없기에 문제에 대한 지적보다는 나이나 예의에 대해 더 따지는 것은 아닐까.
(120) 과연 그럴까? 내가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나'가 예전의 '나'랑 같은 '나'일까? 바퀴벌레 녀석을 진짜 아들이라고 선택한 부모를 아무렇지도 않게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옛날이야기 속의 서첨지는 자기를 몰아낸 식구들한테 호통을 치고 자기 자리로 복귀했다. 그러나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니, 내 자신부터 '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나'란 것을 나는 무엇으로 믿을 수 있나? 혹시 지금의 '나'도 바퀴의 변신체는 아닐까? 생각까지 조작해 넣었다면 바퀴가 자신을 '나'로 여기고 살 수도 있지 않나? 내가 '나'란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해서 그게 '나'란 증명은 되지 않는다. 내가 안다고 생각한 기억은 이미 '나'를 배반하지 않았나? 생각, 기억은 고도의 사기꾼이다. 믿을 수 없다. '나'를 알고 있다고 믿어 온 가족 또한 '나'를 알아내지 못했다.(125) "너희 인간들은 서로를 조금도 알려고 하지 않아. 그러면서도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쉽게 너희들 속에 끼어들 수 있는 거야. 인간이 바퀴로 변해서 우리 사이에 들어온다면 우린 금세 진짜를 가려낼 수 있어. 우린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더듬이 한쪽만 닿아도 진짜를 알 수 있지. 아무리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도.그러나 너희 인간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데도 눈을 들여다보거나 껴안아 보는 사람조차 없어. 어미가 자식을 찾는데도 말이지. 오직 무엇을 똑바로 기억하는가만 갖고 판단해. 그것도 하찮기 짝이 없는 것들을.(126) "인간들이란 워낙 이상한 동물이긴 하지만 고3은 그중에서도 정말 이해가 안 가. 우리 바퀴야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항상 지금 현재를 즐기지. 삶이란 원래 현재형일 뿐이야. 미래는 곧 현재가 되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오직 있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 미래는 또 현재가 되고, 그 미래는 또 현재가 되고.... 끝없이. 그러다 죽는 거지. 한 번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한 채!"(175) 둘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네 시나 되어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것도 모르고 밴드 연습에 빠져 있었던 거였다. 학교에서는 오직 먹을 생각만으로 하루를 버티던 우리가!"야, 우리, 공부를 이렇게 하면 1등급 아니라 수능 전국 수석도 하겠다!"내가 웃으며 말하자 희진이도 맞장구를 쳤다."내 말이! 공부 잘하는 애들이 급이해되네. 걔네들한텐 공부가 이럴 거 아냐? 얼마나 재밌겠냐고?""그런 거였어? 별거 아니네. 그냥 취향 차이잖아? 근데 왜 거기만 줄을 세우냐 말야. 이쪽 반에도 줄을 세우면 우리 다 1등 먹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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