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소통을 통한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과정

*광주교사신문 2011년 5월호 '혁신칼럼'으로 올린글


지금 혁신학교는 관례와 싸우고 있고, 현실과 싸우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혁신학교의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전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이들의 자율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 이것이 현재 학교에 대한 불신의 지점이다.

명사화된 학교 문화를 동사로 만드는 것이 혁신학교의 본질이다. 따라서 혁신학교의 방향은 돌봄과 배움이라는 본질 추구에 있고, 혁신학교의 실천은 학교문화를 바꾸는 과정에 있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사고와 행동의 근거에는 ‘혁신학교’가 기준이 되고 있다.
어떤 일에 대해 “혁신학교니까.”이 말은 ‘어떤 일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해 보자, 아이들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한 번 해보자’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여력이 안 될 경우에는 일회성 행사로라도 접근하려고 한다. 단발적이지만 새로운 시도이며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형성되는 것이 학교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는 오지랖 넓은 교사가 많다. 정해진 교무회의는 월 1회이지만 학년별로, 비담임 교사별로 수시로 모여 의견을 나눈다. 업무 구분 없이 관여하지만 업무 담당자가 부담 갖지 않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마음 써 주는 교장·교감 선생님의 역할도 그래서 빛이 난다.

지금까지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려는 시도는 많았다. 정책 차원에서, 또 연구학교나 선도학교 등 학교 차원의 시도가 지속적이지 못한 이유는 함께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 학교들의 긍정적인 시도가 다른 학교까지 파급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는 학교마다 개별적이고 독특한 문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추진도 기존의 연구학교나 선도학교와 비슷하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다른 점은, 소수 교사의 꿈에서 다수 교사의 꿈으로 시작하며, 그래서 구체적인 동력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학교 운영에 책임 있는 교사가 많고, 함께 그린 꿈이기에 전체 그림 속에 자신의 역할을 설정하고 제안하며 끊임없이 조율하여 일을 만든다. 그러나 잡무가 아닌 교육활동이라 일하고 나서 보람이 있다. 또 혁신학교는 교사 개인, 과목, 업무 차원의 접근이 아닌 학교 문화 차원의 접근이기에 함께 공유하고 배울 내용이 많다.

5월 현재, 우리 지역에 혁신학교가 4곳, 예비혁신학교 1곳에서 꾸준히 공개 수업과 수업 연구회를 하고 있다. 또 시교육청 지정 혁신학교 연구 소모임이 20개 활동하고 있으며, 시교육청에서는 혁신학교 공개 강좌를 매월 개최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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