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3월 운영 소회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11. 4. 2.
혁신학교 주체를 맡으면서, 내 교육 인생에 다시 오기 힘든 소중한 경험들을 최대한 현장성을 살려 남기기 위해 날적이를 써 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실천하지 못한 채 4월 1일을 맞이하였다. 천하장사도 제 눈의 눈꺼풀을 들기 어렵다는 말처럼, 퇴근 후 밀려드는 피곤함을 이겨내기란 정말 초인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미 한 달을 보내 버렸기에, 기억을 역주행하듯 중요한 일 중심으로 차차 정리해 보기로 마음 먹고, 가장 최근을 행사, 3월 28일 배움의 공동체 학생 연수부터 정리해 볼까 한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개학과 함께 한 일은, 아이들의 자리를 'ㄷ'자로 배치하고 아이들과 교사 사이를 가로막았던 교단선진화 책상을 없애는 일이었다. 'ㄷ'자형 자리배치는 매 시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최소한의 판서나 프로젝션 티비 사용에 대해서도 고민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ㄷ'자형 자리배치는 하루종일 서로의 얼굴을 봐야하기에 낯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3월은 혁신학교 홍보로 보냈다.
혁신학교 전반에 대한 안내는 재학생의 경우 종업식 때, 신입생의 경우에는 반배치 고사 때 했었고, 3월 첫째 주 토요일에 배움의 공동체 연수를 하였다. 전문가의 연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3월 28일 교수님을 모셔 학년별로 30분씩 강의를 마련하였다. 30분 단위로 3개 학년을 따로 연수하기 위해, 당초 6교시 수업을 30분 단위로 7교시로 재편성한 뒤, 3학년, 1학년, 2학년 순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는데, 우리 3학년을 보면서 기가 찼다. 손우정 교수님도 강의 후 '대단하다'는 말씀으로 소감을 나타내셨다.
우리 3학년들도 1학년 때에는 촉망받는 아이들이었다. 심지어 당시 가장 기대되는 학년이라는 평가를 듣기까지도 했다. 물론 교사들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고, 그 사이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학생들도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변화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경제 상황이 나빠졌거나 가족 붕괴가 일어난 학생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또 유별나게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다른 해 보다 더 많았지 않았다면, 우리 학교 또는 학교 교육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지금 3학년 선생님들의 고군분투는 옆에서 지켜보기에 미안하고 너무나 숭고해 고개가 숙여진다. 가출, 무단 조퇴, 폭넓게 퍼져 있는 흡연,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무기력에도 이 아이들과 연결 끈을 놓치 않으려는 담임 선생님들의 마음을 알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주 공개 수업과 수업 연구회 대상 학년을 3학년으로 하였다. 1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싶다고 주위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했더니, 3학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고,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업 공개 공문을 보고, 알만한 국어교사들은 다 참관하겠다고 한다. 동서부교육지원청에, 시교육청 장학사 선생님들도 참석한다고 한다. 금호지구의 모 초등학교는 30여 명 오겠다고 한다.
수업에 대해 이렇게 많이 고민한 적이 있었나 싶다. 기존의 해왔던 수업과 다른 배움의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어야한다는 자기 검열이 세게 작용한다. 문의하는 선생님들의 참관 이유도 그렇다.
다음 주 화요일 수업이 끝나면 아마 상당히 긴 변명의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부쩍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그래도 3월 혁신부는 다른 부서에 비해 일이 몰리지는 않았다.
방학 동안 연수와 회의, 세미나 등 의견 조정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3월에 정리해야할 일들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문화 예술 체육 교육의 강화로 계발활동과 창의적 체험활동, 상시적인 동아리 활동과 방과후 활동을 종합적으로 구상하고 추진한 문화예술부가 가장 일이 많았다. 교육복지학교를 운영하면서 1년 계획을 세세하게 고민해야하는 교육복지부도 일이 많았고, 차세대나이스라는 새 시스템의 문제로 교무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운 교무부도 어려웠을 것이다. 학생 생활 지도에서 학생 생활 교육으로 시각을 바꾸고 학생활 활동의 기본을 만들기 위해 학생회 임원들과 소통하는 학생자치부 역시 꾸준히 고민하는 부서이다. 그리고 근태가 불량한 학생들에 대한 생활선도협의회와 함께 성찰 교실 등 이 아이들을 배움의 근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학생생활부 역시 고민 덩어리를 한 아름 안고 있다.
부서별, 담임별로 바쁘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학교혁신부에서 하지 못했던 일, 해야할 일도 발견되었다. 방학 동안 무수하게 진행했던 회의 내용들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해, 개학 후 바뀐 상황에 따라 재논의가 여러 건 진행되었 점, 그리고 담임과 비담임 사이로 업무가 진행되며, 담임에게만 부과되고 있는 업무를 파악하지 못해, 부서별로 중복 추진되는 문제점에 대해 조정해야할 역할의 필요성도.
성급하게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만 없다면, 의미 있고 보람 있게, 학교를 그려보며 진행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4월부터는 본격적인 수업 공개 및 수업 연구회가 학년, 전체로 진행된다.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집중 연수도 진행된다.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지요"란 말을 기억하며, 천천히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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