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중 수업 참관 소감(2011.3.18)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11. 3. 20.
1. 혼불
교감 선생님의 권유로 수완중 수업 참관 소감을 정리하려고 연습장을 펼쳤다가 예전에 메모해 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 1”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마음, 즉 자아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는 말로, 교사 자신의 자아와 전공, 학생들을 엮어 하나의 세계, 즉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주에는 우리의 ‘혼’을 빼놓은 ‘불’이 있었다.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성실성에 심각한 회의를 품게 한 사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마음을 다잡아 아이들을 가르쳐야하는 우리의 ‘혼불’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2. 혁신학교 ‘수완중’
수완중학교는 우리 학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지만, 학교 차원으로는 1년, 교사 개개인으로 는 그 이상 새로운 학교를 준비해 왔기에 보고 배울 점이 많다. 3월 중순, 이제 아이들과 수업이 두세 차례 진행된 상황에서 제안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1년 이상 지속되어온 배움의 공동체 운영 경험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안 수업은 강당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학교 크기의 강당은 커튼으로 사방을 가리고 있어 비교적 안정된 느낌을 주었지만, 역시 컸다. 강당의 1/4 정도에 ‘ㄷ’자 형태로 자리가 배치돼 있었고, 좌우에 모둠활동을 관찰할 수완중 선생님들의 자리가, 학생 자리에서 3~4m 정도 떨어진 공간에 영상 스크린과 2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참관자는 비교적 다양해 보였다. 먼저 교육청 관계자와 같은 지역 내 예비혁신학교 신가중 교사 30여 명, 언론사 기자, 우리 학교 교사 8명, 한빛고 교사 10여명,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관한 것으로 기억한다.
3. 제안 수업 흐름
수업은 3학년 과학과 ‘체세포 분열’에 관한 것이었다. 1월 혁신학교 직무연수 때와 비슷한 학습 내용이었으나 학습량은 훨씬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행운의 편지’를 복제해야하는 상황을 제시하여 수업 목표인 체세포 분열 과정을 이끌어 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활동지는 ‘도전 과제’를 중심으로 ‘토대 다지기(개인)+토대 다지기(협력)+토대 다지기(개인)+도전 과제+되돌리기’순으로 구성하였으며, 아이들에 대한 배려, 아이들의 활동 오류를 바로 끌어내어 이해를 돕는 장면도 좋았다. 타 교과 입장에서 어려운 용어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도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도 신선했고, 그걸 꼼꼼히 들여다보며 아이들의 배움을 확인하는 교사들의 모습도 신선했다.
4. 전체 교사 수업 연구회
수업 연구회는 용기 있게 자신의 수업을 공개한(손우정 교수님은 수업 공개를 ‘장기 기증’행위로 표현했다) 수업자 강구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강구 선생님은 도전 과제를 중심으로 수업 내용을 34차시 분량으로 재구성 했다며 수업 의도와 활동 소감을 이야기 했다.
수완중 선생님들은 세밀하면서도 세련되게 모둠별로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 실명을 거론하며 이전 학년과 경험에 비춰, 배움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협력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배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특별히 배움을 거부했던 아이들을 중심으로 충분히 진행되었다. 손우정 교수님의 지도 조언이 이어졌고, 이어 참관 왔던 타 학교 교사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5. 수업할 때 생각해 볼 문제들.
2시 50분에 수업이 시작되었고 5시 30분에 수업이 끝났으니 수업 참관은 꽤 길었다. 날씨도 추웠고, 강당도 추워 수업만 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안 수업의 핵심은 전체 수업 연구회를 경험하는 데 있다고 본다.
질문의 많은 부분이 ‘배움의 공동체’의 효과에 있었다.
“꼭 ‘ㄷ’자로 자리를 배치해야 하는가, 도전 과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배움이 이루어졌다고 보는가.”
손우정 교수님은 역시 전문가였다.
-모두가 참가하고 서로 배우며, 표현이 일어나면 그것이 배움의 공동체다.
-중학교는 가르치는 관계보다 묻는 관계가 중요하며, 아이들이 친구들보다 교사의 말을 더 믿는 것도 일제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끼리 협력하려면 아이들이 저희들이 용어로 풀어내야 한다.
-아이들이 활동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 교사가 덜어내야 할 발언,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교사의 발언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토대 다지기를 여러 번 진행하는 것보다 ‘되돌리기’방식으로 토대를 다지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의 동선은 아이를 관찰하기 좋은 위치를 고려하자. 앞자리에서 모둠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
-협력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활발한 순간을 찾는 게 중요한다.
-도전 과제는 모둠원 모두가 모여 풀 수 있는 문제가 가능하다. 도전 과제는 결국 교육과정의 추상적인 목표를, 차시별 목표를 구체화여 제시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동안 아이들이 수업을 견뎌 왔다. 아이들이 배우는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한다. 이제 교사가 아이들을 견뎌야 한다.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활동할 수밖에 없는 과제를 만들어 조용히 풀 수 있도록 만들자.
6. 혁신학교 ‘신광중’
우리 학교도 4월부터 6~7회 제안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학년별 수업 연구회도 7회 계획하고 있으며, 5월부터는 제안 수업을 하는 날, 외부에 수업을 개방할 예정이다. 수업 개방과 수업 연구를 통한 동료성 구축과 전문성 신장을 위한 기본적인 합의와 과정은 마련된 샘이다.
학교혁신부로서 첫 번째 제안 수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수완중 참관 이후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상적인 수업을 공개하고, 손우정 교수님의 컨설팅을 통해, ‘전체 교사 수업 연구회’와 ‘학년 수업 연구회’운영 방법을 예시로 보인다는 마음이었는데, 수완중 수업에 함께 참관한 선생님들이 당연히 외부에 수업을 공개해야 하며, 이왕이면 가르침과 보살핌이 필요한 3학년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이 더 많다. 수완중의 경우에도 배움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던 학생들이 제안 수업이라는 특수한 분위기 속에서 배움에 의욕을 보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한 한편, 교실이 아닌 강당에,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와 촬영, 100명이 넘는 참관 교사들 속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놀랐겠냐는 지적도 있다. 또 우리 학교 상황에서 배움에 이르지 못한 원인의 상당 부분이 가정 문제에 있다고 할 때, 그것을 공유하고 나누는 문제의 어려움도 예상이 된다. 제안 수업 외적인 측면에 대한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도 중요할 것 같다.
“일 년에 한차례 굉장한 프랑스 요리를 만들려던 교사에게 매일 세 번 정확하게 쌀을 씻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교사가 되자. 2”
제안 수업이라 하여 아이들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획기적인 수업을 제안하는 자리가 아니라, 쉬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수업으로 전환하라는 사토 교수님의 발언을 다시 새겨보며, 특식이 아니라 매일 매일 먹는 밥이지만 맛있는 밥상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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