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이 시작됐다(최인석)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10. 10. 2.
청소년 소설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기 조심스러운 책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할 내용이겠지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고, 의미를 정리하는 데도 고민되는 내용이 많은 까닭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데미안>을 떠올렸다.
<데미안>은 세계를 두 부분, '카인의 세계'와 '아벨의 세계"로 보고, 아벨의 세계를 포함한, 카인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큰 전환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 역시,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 또는 낮의 세계와 약탈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낮은 세계는 현실이며 권력과 이성과 이익이 지배하는 공간이며, 밤의 세계는 권력과 지배, 질서에 대한 도전의 세계이다. 그것이 약탈로 나타나며, 통념에서 자유로워 친구의 어머니를 마음에 두며, 교사와 학생이 사랑하는 세계이다. 밤의 세계는 현실에서 용납하기 어려워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무의식, 무질서가 반영된 세계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중심을 '학교'에 둠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좀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듯하다.
주인공이 친구 어머니를 사랑하게 된 일, 즉 결석이 잦은 친구집을 방문하게 되는 것도 담임의 지시였으며, 소꿉장이 여자친구와 담임의 사랑을 통해, 통념이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계기도 학교다.
학교를 통해 학교 밖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지만, 학교는 질문에 대한 어떤 답을 주지 않는다. 학교에 대한 회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순응만을 강조할 뿐이다.
오히려 낮의 세계, 학교를 지지하던, 학생과 교사, 장학사, 학부모가 종로 근처 12시에 약탈을 통한 자본 질서에 대한 부정, 경찰에 대한 대응으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하며, 꿈꾸었던 무의식을 현실화 한다.
성장 과정에서 학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부정적인 공간이다.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뿐이다.
제 3의 물결을 넘어, 제 4의 물결이라는 시대 변화 속에서도 학교는 이전 물결을 지지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 구조를 지탱하는 일이 업인 사람으로서 불편하다.
학교가 깨뜨리고 나와야할 세상이라고 인정해야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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