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과로사한 사회복지사인 아내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온 힘을 다한 남편, 가진 자 중심의 재개발에 저항하지만 큰 상처를 입는 사람들, 그 속에서 방치되거나 빗겨난 아이들,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버려졌으나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고양이들까지. 그러나 이야기는 서로 맞물려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이야기들이 다소 뻔해 보이는 플롯을 감동적인 것으로 이끌어 낸다. 1. 인간 소외를 낳는 재개발(120) “우리 대책위 사람들 거의 다 분노 조절 장애라고 했어.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 날마다 싸우고, 툭하면 연행되고, 모욕당하고. 그런데다 억울하게 교도소까지 들어갔으니...”✎ 이웃과 함께 따뜻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깊은 상실감으로 트라우마를 앓아가는 모습은,..
책 표지를 보고 ‘스키 점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말하는 ‘시속 370km’는 매가 사냥을 할 때 하강 속도라고 한다. 주인공 동준이는 스트레스를 오토바이 질주로 풀어간다. 비록 동네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용 오토바이로만 속도를 느끼고 있지만 언젠간 ‘로드스타’ 같은 제대로된 바이크를 타고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아이다. 그렇게 돈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매잡이에 빠져 가족은 물론 집안 형편을 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어머니와 별거까지 하게 되며, 매 순간 자신이 아버지가 키우는 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며 서운해한다. 그러나 동준의 목소리에는 비관과 서운함이 가득하지는 않다. 매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자리를 매가 앗아간 것 같아 불만이기는 ..
몇 년 전 광주국어교사모임에서 주관한 태백산맥 문학기행에서 조정래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라 아들과 갈등을 풀어냈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소설가에다 성장과정에서 형제까지 많았던 조정래 선생님은 아이를 하나만 낳기로 했고, 그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엄하게 길렀다고 한다.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성인이 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어느 날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단다. 4부를 쓰고 있는 터라 한시가 급했지만 자식이 더 소중했기에 아들과 함께 속초까지 2박 3일 여행을 갔단다. 여행하면서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