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니 좀 늦은 시간에 친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방금 전까지 오랜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문서로 정리하고 나서 약간은 후련한 마음에 블로그에 들렀다. 홈페이지를 사용하다, 얼마 전부터 블로그에 맛을 들였는데, 이 블로그가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든다. 나름대로 책을 읽고, 생활하며 느낀점을 정리하다보면 삶 역시 좀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항상 충분히 채우지 못해 허전함만 느낀다. 뭘 더 기록해 볼까. 날이 바뀐 오늘이 어버이날이고 해서, 단상을 적을까, 읽은 책을 정리해 볼까 하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떠올렸다. 새빨간 바탕에 5.18 행사에서나 볼만한 검은색 글씨체로 씌인 "엄마를 부탁해". 친구들이 쓴 부모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린 참 많은 것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도 ..
지난 달에는 결혼식보다 장례식장 더 많이 다녀왔어. 확실히 최근엔 장례식장에 더 많이 다녀 왔지. 어느덧 내 삶은 새로운 시작이나 탄생보다,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과 더 가까워지고 있고, 그러한 죽음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리낌 없어지는 것 같아. 마치 직장생활하며 처음 간 상가집에서 먹었던 음식이 속을 불편했던 기억에서, 이젠 당연히 저녁은 상가집에서 먹고, 이왕이면 사람들이 북적거릴 때까지 한 3시간은 빈소를 지키는 것이 예의인듯이. 배우 최진실 씨가 날 알 리는 없겠지만, 한때 그의 연기로 웃고 즐기며, 어려운 시기를 행복감이나 어떤 설렘으로 채워주었던 그가, 그러면서도 연예인 같지 않게 부침도 많았던 그가, 어쩌면 한순간에 불쑥 들었을지도 모르는 외로움에 스스로 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대원사 벚꽃길이 한창이라며 들러보라고 모임을 같이하는 선생님이 쪽지를 보냈다. 대원사는 특별한 절이다. 큰길에서 5km 정도 들어가는 진입로가 모두 벚꽃길이며, 토속신앙과 연결된 사원의 특이함과 티벳 불교박물관까지 있어, 종교의 삶의 일치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기실 대원사가 아니더라도 쌍계사를 비롯해, 도갑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 곳곳의 이 즈음 길가는 벚꽃이 만발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골도 그렇다. 광주랑 5도 정도의 기온차가 있어서인지 이제서야 벚꽃이 만발하기 시작했다. 도로를 내느라 절개한 곳에는 진달래가 한창이고 개나리와 조팝꽃이 한창이다. 화창한 아침 날씨도 기분을 맑게 하고, 7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하지만 출근길 기분이 상쾌하다. 하지만 봄기운보다 더 내 마음을 ..
동창회에서 마신 술이 깰 즈음, 카페를 찾아 가입하고, 카페지기에게 문자를 보내 등업해 달라고 요청한 끝에 친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몇 년동안 궁금했던 친구의 소식도 듣고, 한때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이야기도 듣고, 따뜻한 친구들의 격려도 들으면서, 다들 살아온 시간만큼 내공이 배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바람이 무섭지? 가입인사 쓴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어제 읽었던 글을 같이 읽고 싶어 계속 서설을 이어가 볼까 해. 집 근처로 학교를 옮기면서 뜻하지 않게 학생부장을 맡게 되었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그래서 전입교사의 몫으로 남겨진 학생부장을, 학교도 사회이니 텃세는 있기 마련이지. 프리허그 정신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겠다는 다짐은, 아이들의 머리와 옷, 장신구를 ..
성격탓이 컸겠지. 학교 다닐 때에도 난 수줍움이 많았어. 다들 그렇듯 친한 친구들에게야 속 이야기도 다 하고 살았지만 다른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거나 살갑게 구는 스타일은 아니었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 소심해졌어. 일단 학교에 남자가 적어. 8명 정도가 사는 연구실에 남자는 나 혼자일 때가 많아. 학급이나 교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도 혼자인 것에 더 익숙해지게 하고. 교과 모임이니, 학급운영 모임이니, 전교조 모임이니 찾아다니다 보니 지금의 내 삶을 꾸려가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이잖아.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소홀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추억'이란 말은 요술봉 같아. 당시엔 꽤 심각했던 일들도, 서운한 일들도 '추억'을 스치면 나름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