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못 가니 독일마을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 매년 누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이번에는 독일마을이 있는 남해로 잡았다. 5월에 독일마을에 숙소를 일단 잡아놓고, 각자 바쁘게 일하다, 여행가기 일주일 전부터 카톡으로 여정을 짜기 시작했다. 누나네 가족이나 우리 가족 모두 각자 남해를 두세 번은 다녀왔다. 다시 가고 싶은 곳(금산 보리암, 편백숲)도 있고 새로 가보고 싶은 곳(섬이공원, 이순신순국공원, 인근의 고성 상족암)도 있었지만, 요새 부쩍 계단과 경사로를 힘들어하시는 어머니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 중심으로 일정을 짰다. [1일] 광양와인동굴 산책, 미조항 팔랑마을 해상산책길 산책 [2일]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 메가박스 삼천포점에서 '한산' 관람 [3일] 물건리 방조어부림 산책 후..
방학하는 날 친목회 성격의 행사를 준비하며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니 키워드는 '장어', '산책' 이 두 단어로 정리되었다. 고창의 장어식당들을 검색하다 몇 해 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주한미군 데이비드 가족이 방문했던 거북선 풍천장어식당이 눈에 띄였다. 겸사겸사 가족들과 먼저 찾았다. 비록 썰물 때라 너른 갯벌밖에 볼 수 없었지만 탁 트인 풍경에 음식도 맛있었다. 게다가 김연자의 "아모르파트"를 배경으로 천장(거북선 등)이 열리는 이벤트까지, 재미있었다. 주위에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으니, 해송림을 산책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밥 먹고 산책하려고 보니 구시포 해송림은 규모가 적었고, 그나마도 캠핑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걷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머리만 더 무거워졌다. ..
셋째 날(5월 6일) 셋째 날도 날이 좋다. 바람은 여전했지만 하늘과 바다 모두 눈부시게 푸르다(파랗다의 의미를 포함한 푸른 빛). 숙소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울릉도를 일주했다. 사동에서 통구미 구간은 울릉공항 건설 등으로 각종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한 방향만 통행이 가능했다. 신호등이 설치돼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데 낯선 모습이다. 그런데 신호가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뀌어도, 또 차가 없다 싶으면 진행을 계속하는 공사차량이나 현지 차들이 있었다. 현지 사정에 밝아서 그렇겠지만 기다리는 나는? 그것을 보고 있는 10살 아이는? 약간 마음이 닫혀 있을 때 갑자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큰 바위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어 차를 세우고 도로를 건너가 보니 통구미 해안의 '거북바위와 가재바위'였다. '..
울릉도를 크루즈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울릉도를,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다니 가족들도 모두 가고 싶다고 한다. 어린이날 연휴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울릉크루즈'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5월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선사에 연락했더니 3월 15일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했고, 다행히 배표 예약도 성공했다(거의 5분만에 4~6인실은 마감이 되었다). 이어 렌터카도 예약했고. 여행 떠나기 3주전 "이번엔 울릉도.독도(장치은 외)"란 책을 구입해 틈나는 대로 여정을 짜보았다. 그런데 여행 2주 전, 첫째의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치료를 하게 되었다. 또 어머니는 코로나 확진이 되셨고.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불투..
출근길 신호를 기다리다 시내버스 광고에 눈이 갔다. '임자도 튤립축제' 작년까지 2년 연속 코로나 방지를 위해 다 핀 수선화 꽃봉우리를 자른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드디어 봄이 오는가.사람들이 붐비기 전 둘러보려고 지난 주 임자도를 찾았으나 찾은 사람보다 핀 꽃이 더 적었다.한적하지만 깨끗한 대광해수욕장의 시원한 풍경, 조희룡미술관에 핀 매화를 눈에 가득 담고 돌아왔다.*하지만 이번에도 튤립축제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임자도는 담양보다 더 아래쪽이라 따뜻할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페이스북 "남도여행" 그룹에 올라온 봄꽃 사진들을 보다 바다를 배경으로 조성된 정원에 눈이 갔다. '쑥섬', 검색해 보니 섬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바로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배부터 예약했다. 그리고 토..
매달 우리 지역의 삶을 이야기하는 "전라도닷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021년 10월 표지는 파란 하늘에 그려 놓은 꿈 꾸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청명한 가을 바다와 하늘을 똑같이 바라보고 싶었다. 10월 마지막 주가 돼서야 가족들과 여수 장도로 떠날 수 있었다. 더보기 *관련 기사 보러 가기 전라도닷컴 전라도 사람·자연·문화가 있습니다 jeonlado.com 나는 여수를 'ㅅ'자 형태로 기억하고 있다. 'ㅅ'자의 왼쪽 삐침 쪽은 '사도' 가는 배를 타는 '백야도'와 고흥으로 연결돼 있는 곳으로, 'ㅅ'자의 오른쪽 삐침 쪽은 여수엑스포가 열렸던 오동도, 그리고 돌산으로 연결돼 있는 곳으로 두 지역 모두 몇 번씩은 가보았던 곳이다. 그런데 'ㅅ'자의 사이 여수시청 쪽은 낯설다. 장도 여행은 새로운 길을..
코로나로 많은 일상이 제한받고 있지만 꼭 가봐야할 결혼식이 있어 전북 익산으로 떠났다. 아내의 운남중 제자이자 지금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대천의 박 선생의 결혼식이 천안아산역에서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의 제자이지만 마을 '자연학교'의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도 하고, 재작년에는 대천으로 초대받은 인연도 있어 동행했다. 다만 결혼식 참석만으로 천안아산역까지 가기는 아쉬워 익산을 경유지로 선택해, 익산을 여행한 뒤,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마음 먹고. 익산은 거의 20여 년만이다. 2000년 초 아내가 활동하는 답사모임을 따라 미륵사지를 다녀 왔던 게 처음이다. 용화산 아래 넓은 대지에 새것의 냄새가 지나쳤던 동탑과 복원공사로 가려져 담벼락 그림으로 존재했던 서탑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즈음 전국국어교사모임 ..
어머니 칠순을 맞아 추석 연휴를 여수에서 보냈다. 여정 중 하루를 낭도 섬 둘레길 산책으로 잡았다.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 낭도(狼島)는 이름만 여러 번 들었다. 우연찮게 직장 동료들과 두 번 사도를 다녀왔는데 사도 가는 여객선 종착지가 낭도였다. 사도만으로도 섬을 찾는 즐거움이 충분해 낭도를 따로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여수와 고흥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조금 더 편리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여수에서 낭도 가는 길은 연륙교와 연도교가 이어지며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져 시원스러웠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꺾어지는 섬마을 입구, 그리고 차 한 대가 지나다닐만한 비좁은 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잘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여러 가족과 함께 온 상황이라. 마을 분들의 안내에 따라 차를 옮기..
목포에 사는 누님에게 밑반찬과 새 이불을 전해주고 싶다고 어머니가 다녀오자고 하셨다. 마침 임자대교가 새로 개통되었고, 튤립 정원도 둘러볼 겸 토요일(4.17)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담양에 확진자가 여럿 발생하면서, 담양군의회에서는 주말동안 군민들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를 보냈다. 야외에서 먹을 김밥과 누님에게 전달할 음식과 이불을 싣고,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은 뒤 목포로 떠났다. 진단 검사가 처음은 아닌데 이번 검사는 매웠다. 아프지는 않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왔다. 광주에서 무안을 거쳐 목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통행량 증가로 곳곳에서 서행을 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누님과 매형, 조카 얼굴을 보고 음식을 전달했다. 임자대교는 많이 막히고 사람이 많으니, 자은도 분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