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일어나 보니 동네 이곳저곳이 눈으로 덮여 있었다. 연휴라 눈내린 풍경이 넉넉해 보였다. 지난 주 어머니, 민주와 함께 걷다 중간에 돌아온 만덕산 임도를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거리를 재 보니 입석 임도에서 청운 임도까지 약 7km 정도, 등고선을 보니 경사가 그리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컵라면 2개와 간식, 혹시나 싶어 등산 스틱을 챙겨, 대덕면소재지 승강장으로 출발했다. 입석으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는 창평 상삼천에서 10시에 출발한다. 10시 3분 쯤 버스를 탔다. 작년 교육청으로 출근하면서 매일 이용했던 버스 기사님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5분 남짓 버스를 타니 입석에 도착했다. 임도 입구 양지바른 곳은 눈이 다 녹았다. 임도 입구는 양지바른 곳..
2020년도 보름 남짓 남았다. 흘러가는 세월이 아깝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코로나 '19'도 제발 '19'란 이름답게 얼른, 좀 떠났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아쉬움이 많은 해였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아쉬움은 적잖이 남았을 터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세월이 나이대의 제곱으로 흐른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익숙함을 추구하고 그렇게 편견도 생기다보니 '새로운' 경험이 적어진다. 당연히 하루하루의 일상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어젯일인지 그젯일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블로그에 쓴 글도 내 글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올해 기록한 만큼 내 삶이란 생각으로 일기를 열심히 썼다.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책을..
올해 개장한 곳인데, 어머니와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하신다. 또 거기 그네를 학생들의 쉼터에도 꼭 설치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고, 어떤 그넨가 싶어 겸사겸사 주말 구례 산동으로 떠났다. 집에서 국도를 타고 담양 무정과 곡성읍을 거쳐 고달면으로 들어섰다. 고달면에서 산동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이동하는 차가 뜸해 고즈넉했다. 단풍이 진하게 내린 가로수를 눈에 담으며 고갯마루를 넘자 지리산의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고산로' 이 길에도 지난 여름의 큰비로 무너진 도로를 복구하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커브길을 돌아 갑작스럽게 공사장이 나타나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금방 조화로운 빛깔의 풍경에 눈길이 갔다. 산동 소재지를 지나자 '지리산 온천지구'가 나타났다. 이곳에 대한 추억을 나누다 휴양림 입구를 지..
영광 물무산 행복숲길과 같은 곳은 없을까, 검색하다 물무산을 비롯해 대여섯 군데를 추천한 기사를 찾았다. "숲길 걷기로 코로나 블루 치유하자(광주매일신문, 2020.08.31, 임철진)" 이들 중 이동 거리도 적당하고 걷기에도 편한 곳으로 '보성 제암산 자연휴양림 산악트레킹로드(더늠길)'을 다녀오려고 했으나 다음 주 월요일(10.12)까지 코로나로 인한 입산통제 중이라, 광주 근교로 '화순 세량지 벚꽃누리길'을 둘러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타고, 2순환도로를 타고 노대동을 지나 칠구재 터널을 지나니 바로 세량지가 나타났다. 주차장에 차도 제법 많고, 푯말에 "CNN 선정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추천되었다는 안내를 보니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바로 이어진 화순 8경이 소개된 굴다리를..
여느 때 같았으면 어머니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산악회를 통해 집안일의 답답함을 털어내셨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산악회를 한 번도 가시지 못했다. 답답해하실 어머니를 모시고 어디를 둘러볼까 고민하다 김밥부터 쌌다. 적당한 곳이 없으면 고향 산소에라도 다녀올까 싶어. 그런데 마침 사무실 장학사님이 '영광 물무산 행복숲길'을 추천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는 말에 끌려. 9월 5일, 10시 30분 영광으로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으로 ‘물무산 주차장’을 검색한 뒤 창평나들목을 지나 고서IC-담양IC-고창IC-영광나들목을 거쳐 영광 묘량면으로 접어들었다. 표지판도 그렇게 안내하고 있었다. 지역 공동체 '여민동락'과 가는 길이 비슷하다 싶었는데 곧 마을길로 안내되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길에,..
2013년에 이어 2018년 두 번째 여수 사도를 다녀왔다. 두 번 모두 동료교사들과 다녀왔다. 2013년 사도 여행은 같은 학년 샘들과 1학기를 마치고 뒤풀이 여름여행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교사로서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담임 샘들과 생각과 호흡이 모두 잘 맞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서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시작부터 좋았다. 3월, 학생들을 빨리 이해해 보자며 학교설명회 및 상담주간 시작하기 일주일 전, 서로 수업을 열어 학급 분위기와 아이들의 배움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공동으로 학급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이 거칠어지자 바른말 쓰기 프로젝트를 계획해 비담임 샘들과 뜻을 모아 학년교육과정으로 진행해 빠른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 여행 일곱 째날(9월 11일 수요일) 지베르니, 오베르,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박물관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 여행 마지막 하루 전날이라 세탁기에 들어 있는 빨래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빨래를 돌렸다. 끝났다는 표시를 보고 전원을 껐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7시 40분까지 개선문으로 가려면 7시 전에는 출발해야 해 빨래를 그대로 두고 숙소 앞 벨리브 정류장을 찾았다. 탈만한 자전거가 한 대도 없었다. 얼른 오르세미술관 뒤편 벨리브 정류장으로 갔으나 여기에도 자전거가 몇 대 주차돼 있지만 탈 수 있는 자전거가 없었다. 세느강 둔치에도 자전거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7시 10분이되었다. 출근 시간 대라는 걸 고려하지 못했다. 택시라도 잡아타고 싶었지만 파리는 택시정류장이 따로 있다고 한다. 얼른 ..
¶ 여행 다섯 째날(9월 9일 월요일) 몽마르뜨, 에펠탑 몽생미셸에서 개선문까지 돌아오는 4시간 동안 차 안에서 정신없이 잤다. 개선문에서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씻기만 했는데도 새벽 3시가 되었다. 오후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 둬, 오전 10시에 일어나 빨래를 돌리며, 어제 일을 정리하고, 가족과 통화도 하고, 이른 점심을 먹으며 느긋하게 보냈다. '몽마르뜨 투어' 예약 시간에 맞춰 1시 정도에 출발했다. 집결 장소인 라마르크-콜랭쿠르 역까지는 6.7km, 숙소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젠 일상적인 풍경이 된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퐁피두센터 근처에서 자전거를 갈아탔다. 벨리브 시스템은 30분 이내까지만 무료라서. 그런데 여기부터 몽마르뜨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지 않아 도로의 마지막 차선..
¶ 여행 셋째 날(9월 7일 금요일) 기상 시각을 6시에 맞추었는데 그전에 잠이 깼다. 여행지의 낯섦과 외부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아 일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어제 못 쓴 일기를 쓰고, 숙소의 5kg짜리 드럼 세탁기를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세제를 찾지 못해 그만두었다. 영어라도 써 있으면 단어를 찾아보며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 프랑스어로만 적혀 있었다. 아직 어둡고 글자도 너무 작아 번역기를 돌리기에 어려워 아침 준비를 했다. 햇반 2개, 볶은 김치 2봉지, 라면 1개, 남은 채소로 만든 샐러드지만 맛있게 먹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산하는 '바스티유 광장'과 '앵발리드'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중심으로 선택한 것 같았다. 이곳들을 포함해 크게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