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김동리의 다솔사(2023 경남 사천 여행)
- 행복한 글쓰기/일상에서
- 2023. 7. 26.
작년 여름 가족 여행을 경남 남해로 계획하면서 사천시도 함께 살펴보았다. 매번 여행을 준비하며 '여유'를 떠올리지만 낯선 지역에서 만나는 새로움과 지역에 대한 궁금함으로 자꾸 움직이게 된다. 남해 독일마을을 거점으로 일정을 짜보다, 영화 "한산" 개봉에 맞춰 사천까지 활동을 넓히게 되었다. 바다가 보이는 극장에서 보는 "한산"의 맛을 또 다르지 않을까. 그러면서 용궁수산시장까지 옛 삼천포 지역을 살짝 맛보고 왔다.
그런데 인연이란 참 묘해서, 교육복지사 샘 주도로 진행된 학부모, 학생 문화기행 장소를 찾다 사천을 한 번 더 가보게 되었다. 작년 10월 12일에 답사를 한 번 다녀오고, 이어 10월 29일에 실제 문화기행까지 한 해에 3번 사천을 다녀왔다. 그리고 마침 격년제로 진행하는 우리 모임(광주국어교사모임)의 문학기행 장소로 사천을 또 가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답사를 다녀왔다.
그러니까 이번 글은 작년 10월과 이번 7월 세 번의 이야기가 하나로 중첩된 것이다. 한 번에 여정지를 정리하려다 용량 문제로 세 번에 걸쳐 글을 공유하고자 한다.
1. 한용운, 김동리의 '다솔사'
2. 노산공원과 박재삼문학관
3. 사천시 해안도로를 따라. 대방굴진항, 사천바다케이블카, 아라마루아쿠아리움, 대포항, 무지개빛해안도로,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
동광주에서 다솔사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동안 남해, 통영, 부산 등으로 놀러 다니면서 다양한 나들목을 이용했는데, '곤양' 나들목은 새롭다. 나들목에서 왕복 2차 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자 다솔사 입구에 도착했다. 주변에 상가가 많지 않고, 주차장도 버스 1대를 제외하고는 비어 차분했다. 비도 조금 내리고.
여기에서 다솔사 경내까지 1km 정도의 길을 관광안내도에서는 '독립 사유의 길'이라고 안내한다. 이곳이 임진왜란 때에는 승병과 의병의 거처가 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었던 곳이어서. 이번 사천문학기행에서 '다솔사'를 거쳐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에도 한용운 님이 이곳에서 오래 은거하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니 이외에도 소설가 김동리가 이곳에서 '등신불'의 모티브가 된 '소신공양'을 들은 곳이라고도 해 문학기행 일정에 반드시 포함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도로 가운데로 난 데크길을 천천히 걸었다. 우리 일행 외에 걷는 사람도 없고 간간이 경내로 진입하는 승용차만 한두 대 지나갈 뿐이었다.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려 계곡물이 제법 흐르기도 했지만 고요하고 한적한 산책길을 걷다 보니 내면에 집중하게 되었다. 완만한 오르막길 끝 숨이 찰 만하다 싶을 때 경내 주차장에 도착했다. 꽤 널찍했다.
처음 '다솔사'란 이름을 들었을 때 '차'와 '소나무'가 떠올랐다. 절 이름을 그렇게 짓지는 않았겠지만 직접 걸어보니 그렇게 중의적으로 읽어도 되겠다. 경내까지 들어가는 길은 소나무가 울창하게, 그리고 법당 주위로 차나무가 잘 조성돼 있었다.
경내 주차장 오른쪽에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안심료'가 보였다.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고, '등신불'이란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라 이를 설명하는 표지판이 많았다.
'안심료'를 지나치면 적멸보궁 앞 마당을 만난다. 이곳에는 대웅전이 있었는데 1979년 응진전에서 부처님의 사리가 발견돼 '적멸보궁'으로 증개축했다고 한다. 법당 뒤편에 '사리탑'이 있고 법당에서 사리탑이 보이도록 벽을 뚫어 놓았다. 그리고 법당에는 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의 모습인 와불이 모셔져 있다.
적멸보궁에서 왼쪽 산신각을 지나면 차밭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나타난다. 비가 내려 의자에 앉을 수는 없었지만 의자에서 바라본 다솔사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운 좋게 적멸보궁 앞에서 문화해설사를 만났다.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때 '영약사'란 이름으로 건립되었다고 한다. 1600여 년이 된 유서 깊은 곳이지만 대부분의 전각은 소실되었고 현재는 영조 대에 건립한 '대양루'가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다솔사의 뜻을 물었더니, 다솔사가 있는 '봉명산'은 봉황이 우는 곳이라는 뜻으로 선각자들이 민족정신을 일깨운 터전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또한 봉명산이 대장군혈이 있는 곳이라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의미에서 '다솔사'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궁금한 게 더 있었지만 10월 문학기행 때 이어서 듣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어금혈 봉표'란 바위를 만났다. 자료를 찾아보니 다솔사 터가 좋아 지역 유지들이 묘를 쓰려고 하자, 상소를 올려 금하도록 한 표지라고 한다. 문화해설사께서 봉명산에 대장군혈이 있다더니 연결된 이야기인 것 같다.
일행과 내려 오면서 보니 '일주문'이나 '천왕문'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 건물이 세속과 불교세상을 구별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다솔사에서는 소나무숲이 그런 역할을 해주나 보다.
솔향과 다향으로 몸을 채워주는 다솔사, 겨울의 모습도 궁금하다^^
2023년 10월 14~15일, 우리 모임에서 30여 명의 국어교사와 가족이 사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사천시청의 도움으로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다솔사를 걸었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 그때의 느낌을 덧붙였다.
10월 다솔사의 숲은 여전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더욱 고즈넉했다. 문화해설사 선생님과 다솔사 가는 길 중간 쯤에서 인사를 나누고 절에 대한 소개를 들은 뒤 첫 번째로 만난 것이 '장군바위' 또는 '소원바위'로 불리는 바위였다.
바위 윗부분 1/3 지점에 금이 가 있는데, 옛날 다솔사 위에는 서봉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공부하는 학생과 무술하는 스님들 사이의 갈등이 있었는데 무술하는 스님들이 바위에 갇혀 있던 봉황이 날아오르게 하면서 바위가 깨졌고,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붓으로 붙인 흔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아마 모양이 남근석을 닮은 것도 관계가 있는 듯 싶다.
다솔사는 1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곳이라고 한다. 경상남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지만 임진왜란 등의 전란을 겪으며 문화재들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곳 대양루가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대양루 앞의 계단만 생각했었는데, 대양루 앞에는 오래된 비자나무 고사목이 있다. 해설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고사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고 하니, 이 고사목이 다솔사의 역사를 함께하지 않았겠냐고 한다. 1500년이란 시간의 산물로 보인다.
대양루 맨 아래 계단에서 대양루를 지나 적멸보궁까지의 계단이 총 110개라고 한다. 시작과 끝을 제외하면 108개인데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인간사를 성찰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대양루를 지나 바로 대웅전으로 계단이 이어져 있었는데, 적멸보궁 현판을 올리면서 옆으로 돌아가는 계단이 생겼다고 한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대양루 오른쪽 계단은 '안심료'로 이어져 있다. 한용운 선생님의 회갑 기념으로 심었다는 '황금공작편백나무'가 궁금했는데, 지난 번 답사 때 보고도 몰랐던 나무였다. 아름답게 꽃이 피는 나무는 아니지만 다솔사를 은은한 향기로 채우고 싶었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
광주에서 출발이 늦어서 다솔사를 둘러볼 시간이 줄었다. 그러나 이삼십 여분 시간이 길어졌더라도 다솔사의 그윽함을 모두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문학기행에 참여한 샘들이 하나같이 다시 한 번 차분히 와야겠다고 한다. 그렇다. 90분을 달려서 충분히 올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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