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김호연)

 

동료들에게서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담양공공도서관과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 찾았지만 모두 대출 중이었다. 일단 예약을 해 두고 기다렸는데 다행히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 금요일 점심 때 빌릴 수 있었다.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피카레스크식 구성 속에 편의점 always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목소리로 서술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삶이 힘들고 외롭고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이지만, 서울역 노숙자 독고씨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독고 시의 사람에 대한 접대와 배려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관계를 회복할 용기를 얻는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독고씨 역시 술로써 회피하려 했던 자신의 과거와 대면할 힘을 얻고. 이야기 진행에 무리가 없고, 적절하게 유쾌한 부분도 있어 좋다.

 

생각해 보니 ‘불편한 편의점'이란 제목이 참 역설적이다. 불편편의라는 모순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제목을 통해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불편한 편의가 진정한 행복임을 말해 주고 있다. 

주인공도 고민하는 문제도 어른들의 이야기라 중학생들이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할 때 살짝 건네 보고 싶다.

 

<인상적인 구절>

(80) 그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보람 있다는 걸 체험했고, 자기에게 그럴 능력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어제도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독고 씨를 생각했다. 그에게 가르쳐주듯 차분히, 천천히, 말하고 움직였다. 어쩌면 노숙자 같은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그렇게 좀 더 느리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아무런 사회와의 끈도 없다고 느끼던 자발적 아싸인 자신이 무언가 연결점을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 역시 독고 씨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다.

✎ 독고씨에게서 칭찬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응원을 받은 시연은 편의점 포스기 사용 방법을 유튜브에 올려 편의점 알바생들의 좋은 호응을 받는다. 그것을 계기로 다른 편의점의 점장으로 스카우트된다. “그쪽 말투나 가르치는 방식이 모두 본인이 가진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배우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는 편의점 사장의 평가는, 교사로서도 새겨들어야할 부분이라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

 

(108) “들어주면 풀려요.”
선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 앞에 선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그제야 선숙은 자신이 한 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만 바랐지,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곤란함으로 어머니가 깔아놓은 궤도에서 이탈했는지 듣지 않았다. 언제나 아들의 탈선에 대해 따지기 바빴고, 그 이유 따위는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문제이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채찍질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뒤늦게 독립하고자 하는 자녀와 부모 사이에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거리가 생긴다. 독고씨가 편의점의 1+1 삼각김밥을 건네며 자식에게 먼저 말 걸어보라는 조언을 참 자연스럽게 한다.

 

(156) “편의점에서 접객을 하며…… 사람들과 친해진 거 같아요. 진심 같은 거 없이 그냥 친절한 척만 해도 친절해지는 것 같아요.”

✎ 이 작품의 제목인 불편한 편의점은 이야기 속 희곡작가 정인경이 그만둘 각오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만난 편의점 독고씨 이야기를 담은 희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구성이 재미있다. 머리 속 생각이 무르익으면 작가는 타자수일뿐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프로가 되었다는 뜻일까. 재미있게 책을 읽었는데 책 정리가 쉽게 되지 않는 것은 작품에 대한 내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251) “손님한테… 친절하게 사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손님에게라그렇군. 여기서 접객을 더 배워야겠네.”
곽 씨가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고는 뒷모습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불쑥 내뱉은 말이지만 그에게 답이 되었다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내게도 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감히 손님이라도 될 수 있을까?

✎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친절하게 때로는 진심으로 설득하듯, 내 두 아들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한편 동료 선배를 대하는 마음올 어머니와 아내를 대하고 있는가, 공감하며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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