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음운은 몇 개인가?

새삼 코로나19의 위력을 느꼈다. 올해 처음으로 수업을 참관했다. 일상을 살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상을 실천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나눠 준 신ㅁㄱ 샘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작년에도 신ㅁㄱ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했다. 2학년 무릎 위의 꽃을..은 어떻게 읽을까를 주제로, 받침 발음 규칙을 표준 발음법 조항과 관련지어 정리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고, 국립국어원에 올라온 질문을 통해 깊이 탐구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신ㅁㄱ 선생님은 영웅의 음운은 몇 개인가를 주제로 음운의 개념을 탐구하는 수업을 나누어 주었다. 규칙과 정답이 있어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큰 문법 영역에서, 탐구와 협력을 통한 배움 중심 수업을 설계하고 기다리며 필요한 순간 개입하여 집중력 있는 배움을 이끌어 가는 신ㅁㄱ 선생님의 수업은 그 자체로서 배움 중심 수업에 대한 믿음과 배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로 인해 수업연구회도 Zoom으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은 수업을 나누기 전 다음의 3가지 의도를 중심으로 살펴 달라는 부탁을 했다.

1. 원리를 이해하고 실제 언어생활에 적용해 본다는 교육과정에 충실한 수업인가?

2. 학생들의 문해력 신장-보조자료보다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3.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모둠활동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채팅창에 소개된 주소를 따라 유튜브로 40분 수업을 참관했다.

5분 독서가 3분 정도 진행되었고 영웅의 음운은 몇 개인가라는 주제가 제시되었다.

음운에 대한 설명이 담긴 활동지가 배부되었고, 21분까지 모둠별로 음운의 개념과 음운의 예를 찾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자형 대형으로 앉아 있던 학생들은 책상을 옮기기가 번거로워 의자를 옮겨서 모여 클립보드를 활용해 이야기하며 메모하기 시작했다.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란 소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구별? 구별? 구별?’

-‘비슷한 발음인데 다른 뜻?’

등 학생들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배움에서 도주하는 학생들은 없었다. 학생들이 힘들어하자 선생님은 11분 무렵, 활동지를 보며 “~음운이 있다, 그 다음을 주목해 보자며 실생활 예를 떠올려 볼 수 있도록 되돌리기를 하였다. 그리고 15분 무렵, 음운의 차이가 느껴지는 그림자료를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모음, 자음을 말하는 건가?’

글씨는 같은데 뜻이 다른 것인가(눈 대 눈:)’ 등 조금씩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21분 무렵, 학생들과 공유를 했다. 음운의 예시로 찾아본 것을 공유하며 음운에 대해 정리했다.

-자음과 모음, 그리고 소리의 길이.

 

이후 수업은, ‘한강의 음운이 몇 개인가?’를 확인한 뒤, ‘놀이터, 앉아서의 음운이 몇 개인지 모둠활동이 시작되었다. 초성의 이 소리나지 않는다는 걸 탐구하도록 설계된 과제였다.

31분 즈음, 학생들은 모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전체 공유를 통해 놀이터의 음운 개수에 대해 공유했다. 76개 이견이 제시되었고, 결국 '소리의 가장 단위'가 음운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이어서 앉아서의 음운에 대해서 수정이 필요한 모둠을 더 이야기 나눠보자는 격려로 자연스럽게 초성의 은 소리나지 않는다는 걸 학생들과 확인했다. 그리고 하지만 받침에서는 소리가 난다는 것도 확인했다.

 

37분 무렵, 학생들은 원래 자리로 앉은 뒤, ‘영웅의 음운의 개수를 확인하고, 오늘 활동한 내용을 정리하며 수업을 마쳤다.

 

선생님의 수업 참관이 끝난 뒤에, Zoom의 소모임 회의 기능을 사용해 소모임별로 배운 점을 이야기 나누었다. Zoom에서 소모임 회의를 해 보는 것도 처음이라 신선했다.

 

모둠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고, 전체 선생님들과 공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 시대, 수업 나눔의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음운의 개념을 가르치면 간단하지만 40분 내내 음운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기회를 줘 인상적이었다.’

-‘마스크 쓰고도 협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충분히 헤매도록 기다려 주는 선생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시 단어들이 선생님의 의도대로 잘 선택되었다.’

-‘유튜브로 수업 영상을 보니 되돌리기가 가능해 학생들의 반응과 선생님의 대응을 잘 살펴볼 수 있었다. 선생님이 충분히 기다려 주며 센스 있게 학생들이 주춤거리는 부분에서 되돌리기나 그림자료 등을 활용해 몰입하도록 도왔다.’

-‘책상 없이 몸만 돌려 협력활동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클립보드 사용해 학생들을 배려했다.’

-‘겉으로 보기에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으나 영상 되돌리기를 하며 확인해 보니 학생들이 다양한 질문을 통해 접근해 가고 있었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잘 반응하며 배우는 모습이 신기했다.’

-‘문해력과 관련해 읽기 자료를 좀 더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음운을 공부하는 단원이므로 소리를 연상하기보다 발음하며 활동하도록 해야겠다.’

-‘어렵죠~, 음운의 뜻만 가지고 있으면 힘들다. 예를 들어 AB의 뜻이 다르다면 뭣 때문일까라는 선생님의 발문이 참 좋았다.’

-‘단순한 디자인 속에 선생님의 고민이 잘 녹아있었다.’

 

끝으로 수업자 선생님의 소감이 이어졌다.

-‘이런 자리를 통해 다시 힘내서 수업할 수 있는 격려가 좋았다.’

 

한편 손우정 교수님이,

-‘이 수업이 대단원의 1차시이므로 도전 과제를 생각하는 것보다 전 단원의 hop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학습하도록 시간을 주는 게 좋다

-‘보조자료가 이 단원에서 대화의 매개체가 되었다

-‘모둠은 모르겠다고 하면 멀어지고 알겠다고 하면 가까워진다. 따라서 가까이 앉을수록 잘 된다는 조언을 전해주었다. 가까이 앉을수록 잘 된다.’

 

2시간 정도의 수업나눔과 연구회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생각해 보면 수업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이다. 철저하게 설계가 필요하지만 흐름이 단순해 학생들의 활동으로 채워질 수 있는 절묘한 균형이 필요한 전문적인 영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끝으로 모국어 화자에게 이미 익숙한 음운 학습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교육과정에서 음운 학습을 통해 우리말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다고 했다. 음운의 변동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그럴 수 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연음 규칙이라든지 발음과 관련된 어떤 규칙과 같은. 그러나 그것은 외국인 화자로서이고, 모국어 화자에게는 음운 자체의 학습뿐만 아니라 음운의 개념 및 음운 규칙 등에 대해 탐구하며 이른바 사고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언어 생활에 대한 성찰 및 바람직한 언어생활로 이어질 수 있겠고.

 

코로나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김경일 교수는 코로나는 우리에게 한정된 자원 속에서 적절한 삶을 고민하는 공존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복의 기준을 남들도 바라는 것(want)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like), 나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했는데 이때 감탄은 미학적 경험 또는 다른 사람과의 공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기여를 통한 보람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즉 행복의 기준은 나와 타인과의 공존에 있다. 내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탄에 민감해지고 예민해 지면 그 대상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전문성이 생긴다고.

남들을 의식하는 것보다 내 기준에서 촘촘하게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실현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성도 따라오지 않을까, 코로나 시대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더 많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내용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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