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를 찾아서(베릴 영)

 

제목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빈자리에 가족과 갈등하며 게임에 빠져 있는 벤에게, 학창시절 펜팔 친구를 찾아 인도로 떠나는 할머니와의 여행은, 여행이 그렇듯, 낯섦 속에서 성숙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인도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종교적 의식과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체험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또 어른이라는 이유로 벤을 지나치게 참견해 왔던 할머니도 자신의 민감함을 성찰하며 손자를 인정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결국 벤과 할머니 모두 인도 여행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여정을 거듭할수록 잘 나타난다.
또 인도 사람들의 ‘노 프라블럼’이나, 시바와 칼리, 간샤 등 힌두교의 신들 속에 인도 사람들의 인생관을 경험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책처럼 여행을 통해 자신의 찾는 다른 이야기들을 엮어 읽는 것도 재미 있겠다.
아빠와 함께 함메르페스트를 향해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받아들이게 된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수배자가 된 친구의 형을 돕기 위해 떠난 여행에 여러 사람이 동행함으로써 여행 아닌 모험으로 성숙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오랜 가정 폭력의 결과 잔인한 가해자가 된 아이가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마음까지 풀어주게 되는 "스프릿 베어", 절도와 폭행의 가해자로 사막을 걸으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하이킹 걸즈”도 낯선 여행의 이로움을 이야기로 잘 엮었다.
 
- 인상 깊은 구절-
90 (라마호텔) 이곳은 그냥 호텔이 아닙니다. 값진 경험입니다.
✎ TV를 고치기 위해 변기 뚫는 압축기를 들고 나타나고, 선풍기를 고치기 위해 파리채를 들고 나타나는 호텔 직원을 누가 용납할 수 있을까? 인도니까 가능하겠지?
 
160 잠시 후 익숙한 고통이 다시 찾아왔다. 어떤 사람이 아직 살아 있다고, 그 사람과 같이 있다고 믿었다가 정신이 들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낼 때 그 고통은 찾아왔다.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 절대로 다시는 그를 볼 수도, 만질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대 가슴에 끔찍하리 만치 깊은 아픔이 느껴졌다.
✎ 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이 구절을 읽었다.
 
194 엄만, 좋은 분이시지만 최근에 내가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서 나를 늘 감시했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모두 일종의 전투나 탐험이어서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샨티 할머니를 찾으려 다니는 것에 비하면 컴퓨터 게임은 시시해.
✎ 작가가 의도한 바가 묻어나오는 벤의 대사다. 이게 바로 체험 즉 여행의 목적 아닐까?
 
245 유감이구나. 하지만 네가 아빠의 임종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람은 말이지 홀로 죽으면 안 되거든.
✎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247 사람에게 세상의 크기는 마음의 크기다.
✎ 여행하는 곳마다 생각을 키워주는 글귀가 있어 좀더 울림이 있었다. 기억해 두고 싶은 구절이다.
 
252~3 아빠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곳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 그것은 아빠에게 일종의 환생인지도 몰랐다. 라니가 말한 것처럼 한 사람이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돌아오는 환생이 아니라 죽은 후에 다른 사람들을 돕는 방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는 계속 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아빠의 죽음은 비로소 인도에서 선한 결실을 맺었다.
✎ 작가의 작위적인 설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샨티 오빠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루어진 호스피스 병원 ‘톰 리슨 빌딩’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말이 많은 닥터 비베크가 샨티와의 만남을 이루게 하는 것보다 호스피스 병원을 증축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그려져 좀 아쉬울 뿐이었다.
 
283 벤과 할머니는 새로 태어난 강을 내려다보면서 아무 말 없이 잠시 그대로 있었다. 이 강은 넓은 인도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여정 동안 더 넓어지고 더 빨라질 것이다. 1억 명의 삶들을 먹일 중부 평원과 기름진 논, 채소밭을 지날 테고, 죽은 사람들의 재 옆으로 금잔화와 초가 떠내려가는 바라나시를 거쳐 흘러갈 것이다. 그 강은 벤이 라니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소녀와 함께 따뜻한 물속에서 수양을 한 벵골 만으로 계속 흘러갈 것이다.
벤은 인도에서 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처음으로 만난 택시 운전사인 진지한 마두와 이가 다 빠진 빠담, 첫날 등기소에서 만난 어린 하리시와 그 아이의 엄마, 바라나시의 뱃사공 아눕, 방갈로르의 닥터 비베크과 그의 부인 그리고 그 누구보다 라니네 가족을 생각했다. 특히 라니를.
여기 이 강의 시원에서 할머니는 샨티를 찾았고 여행이 끝났다.
✎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다. 분명 내가 상상하는 모습과는 다르겠지만, 긴 여정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영상과 함께 펼쳐진 갠지스강의 시작은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리를 찾아서
국내도서
저자 : 베릴 영 / 정영수역
출판 : 내인생의책 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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