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팀 보울러)

스쿼시로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더 빨리 이루기 위해 아들 제이미에게 체벌을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그러면서 제이미는 스쿼시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아버지에게 반항심만 쌓인다. 그런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존재감을 잃어간다.

제이미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할 때 낯선 남자들에게 쫓기는 또래 여자아이 에비를 만나고, 에비를 낯선 사람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반전(세 가지), 다 자식을 위해서라는 부모의 욕심,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잘 어울려 몰입도를 높이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는 청소년기 정체성의 문제를 잘 풀어내고 있다.

<인상 깊은 구절>

(80) 그는 아버지에게 맞는 게 싫었다. 아버지는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손힘이 무서울 정도로 셌고, ‘적당함’을 참지 못했기 때문에 제이미가 참아야하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고통만이 제이미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다. 폭력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항상 무력감이 남았다. 무시당했다는 비참함, 아들로서 사랑 받지 못했다는 슬픔이 제이미를 괴롭혔다. 그래서 제이미는 항상 마음속에 분노와 반항심을 품고 있었다.

(160) “잘 들어아, 제이미. 나는 평생 고생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 줄곧 울어야 했다. 넌 결코 알지 못해, 그게 어떤 것인지를. 그래서 나는 네가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거야. 내가 가져보지 못했던 그 기회들을 네게는 주고 싶단 말이다. 그것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랬는데…….”

아버지는 스스로의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 팔을 부르르 떨더니 손바닥을 높이 쳐들었다. 제이미의 눈앞에 익숙한 그것이 또 한 번 날아왔다.

 

(251) “사실 난 너에게 힘을 얻고 있어. 왜냐하면…… 지금 너와 나는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갈피를 못 잡겠어. 그러니 지금 내게 넌 정말 소중해. 넌 말하자면…… 친구나 마찬가지야.”

 

(281) “사실 나도…… 너와 같은 처지였거든. 집이 있지만 제 발로 집을 나왔어. 그러고는 한 번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됐지. 난 그때 날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서 달아나는 중이었어. 하지만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난 내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고 있던 거였어. 난 집을 나오면 진정한 내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사실은 그 순간부터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어. 난 그곳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버티며 맞서야 했어. 비겁하게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어.”

 

스쿼시
국내도서
저자 : 팀 보울러(Tim Bowler) / 유영역
출판 : 다산책방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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