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24. 8. 28.
독서 모임에서 방학을 앞두고 함께 읽을 책을 살펴보다, 책도 유명하고, 이야기가 영화(말없는 소녀)로도 만들어진 이 책을 읽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담양공공도서관에서는 두 권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모두 대출 중이라 예약한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첫인상이 강했다.
제목 “맡겨진 소녀”는 영어 제목(foster)처럼 ‘위탁 양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소녀’는 엄마의 먼 친척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에, 잠자리에서 실수를 하지만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소녀가 부끄러워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여러 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녀는 단정한 몸, 단정한 옷차림, 집안일을 하나씩 처리해 가며 자신감도 찾는다. 그러나 이웃의 말을 통해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아픔을 듣고, 이들에게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다.
그러나 엄마는 곧 동생을 낳았고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하는 아빠, 떠나는 아저씨에게 이별하는 소녀가 말하는 ‘아빠’라는 말의 다양한 의미가 큰 울림을 준다.
서술자의 잔잔한 목소리, 시공간적 배경이 잘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살짝 시간이 걸린다. 양육자의 태도, 사랑받는 경험의 중요성, 말의 힘, 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다.
아참 소녀의 이름도 나타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소설 ‘소나기’처럼 이 소설 역시 주인공 이름의 익명성, 시공간적 배경이 잘 느껴지는 않는 배경 속에서 1980년대 아일랜드 가정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겠다는 느낌을 준다.
<인상 깊은 구절>
(73)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93) "제대로 돌보질 못하시는군요? 본인도 아시잖아요."
✍ 소녀가 감기에 걸려 집에 돌아온 것을 본 아빠가 킨셀라 부부의 아픈 점을 비꼬는 부분이다. 어렵다고 자식을 맡긴 사람이, 그리고 도박에, 집안일, 농사도 제대로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아빠는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다’
(96)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묻고 있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98)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킨셀라 부부의 집에 살면서 소녀가 잘 성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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