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소모임 운영 사례(2009 전국모 겨울 연수 원고)

독서 소모임 ‘나라말향기’ 운영 사례
강현, 김지선(광주국어교사모임)

전국모임발표원고(나라말향기).hwp
**순서
1. 나라말향기의 시작
2. 소모임 활동의 어려움과 즐거움
3. 소모임 활동의 결과물
4. 소모임을 시작하는 선생님을 위하여
<부록>
1)교사의 독서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지(2002)
2)소모임 활동 평가서 모음
3)나라말향기가 추천한 도서목록 모음
 
이중 4번 발췌
4. 소모임을 시작하는 선생님을 위하여
나라말향기는 2005년 12월 토론회를 끝으로 공식적으로 해산했다. 이후 주제분과와 상황분과는 각 분과별 자료를 종합 정리해서 자료집으로 만들었고, 상황분과는 실천사례나 도서목록들을 정리해서 ‘상황별 독서 프로그램’이라는 수업실천 사례집을 출판(2008년 1월)하기도 했다.

막연하게 시작했던 독서 소모임이 이렇게 확실하게 매듭을 지으며 정리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부터의 경험으로 미뤄 보건대, 모임 회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이 모임의 가장 일반적인 마지막 모습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말향기 회원들은 다른 소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임에 대한 중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젠 모임 활동이 없으면 일주일이 허전할 정도이다. 그래서 몇 회원은 시를 읽는 교사들의 모임인 ‘시울’로, 또 몇 회원은 상황분과의 맥을 이은 ‘상황도서 캐기(상캐) 모임’으로, 주제분과의 맥을 이은 교양도서 읽기 모임인 ‘같이놀래’로 활동하고 있다. 나라말향기의 평가회 전통은 계속 이어져, 각 모임들은 매 학기, 매 해마다 평가를 통해 모임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거나, 판을 키워가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소모임을 시작해 볼까하고 고민한다면, 독서 소모임을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왜 독서 소모임이어야 하는지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먼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우리는 국어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독서교육의 중요성,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금도 수행평가나 방학 과제의 단골이 바로 독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중에서 교사가 읽어 본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될까? 나라말향기의 출발점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좋은 책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교사인 나는 단순히 출판사 영업사원으로만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말향기 활동을 시작하고 교무실 책장에는 참고서가 아닌 매주 읽어야 할 책으로 한 권 두 권 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할 일이 많지만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되었다. 모임 과제에 대한 부담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힘들게 읽었던 책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으로 돌아올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교무실 개인 사물함이 개인 책장으로 변해서 아이들에게 빌려주기도 하고, 독서 수행평가를 실시할 때도 개별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여부를 판단하기도 하면서 교사 자신부터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노력하는 교사를 쉽게 보지 않는다. 책을 읽고 추천하는 것과 읽지 않고 추천하는 것의 미세한 차이를 아이들은 너무나도 잘 포착해낸다.

독서 소모임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의미 있는 활동 거리들을 찾아내야 한다. 단순히 책을 읽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식의 모임은 자기만족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임이 길게 유지되지도 않는다. 함께 공부한 내용들을 수업 속에서 실천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 수행평가를 새롭게 시작해 본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학급운영에도 적용해 보아야 한다.

천 쪽 읽기 수행평가, 책 읽고 소개하기 등의 수행평가와 상황분과의 상황별 독서 프로그램의 수업 사례, 만 쪽 읽기나 아침 독서운영 등의 학급운영 실천 사례들은 나라말향기 소모임 회원들이 개별 학교에서 실천한 사례들이다. 그리고 학부모 독서회 참여, 학부모와 함께 하는 문학기행, 전교조 분회 모임에서 책 읽는 소모임을 만들어내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독서 소모임을 시작하면 매 회 주기적인 평가와 정리를 적극 권하고 싶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권태와 자기만족이 고개를 쳐든다. 결국 모임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모임 회원들의 이러저러한 개인적인 사정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다가 결국 흐지부지 모임은 사라지게 된다.

작은 모임이라 하더라도 꼭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들을 모아 1년에 한 번 다시 정리를 해보고, 평가를 통해 모임의 방향과 설계를 다시 한다면 모임이 1년 만에 해체되더라도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가와 정리 이후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나눔’이다. 나라말향기는 매년 ‘참교육실천 발표대회’를 통해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나누어 가며 성장했다. 다른 모임이나 개인들의 실천 사례와 동일하다 하더라도 1년간의 시행착오와 작은 실천의 결과를 나누다 보면 분명 새롭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말향기도 그렇게 성장했기에 부디 당부 드린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라고 말이다. 크게는 참교육실천발표대회나 분회 발표회, 또는 개인블로그나 모임 카페 등을 통해 발표하거나, 지인들과 함께 하는 조촐한 다과모임 속에서 실천 나눔의 자리를 꼭 가졌으면 한다.

모임은 나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교사도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의한 세상에 맞서 팔뚝질도 해야 하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아이들 앞에 당당해야 한다. 대학원도 좋고, 여행도 좋지만 책을 읽고 토론하고, 실천하고 나누며 성장하는 교사의 모습은 어떤가? 꼭 책읽는 모임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마음을 나누고, 실천을 나누는 작은 모임의 주체가 되어 보자.

이번 방학에도 새로운 소모임 ‘쓰기 모임’의 시작을 위해 도서관에서 쓰기 관련 서적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해 왔던 ‘상캐’ 모임을 위해 청소년 관련 성장소설을 함께 읽어 가고 있다. 갈수록 엄혹해지는 2009년, 나를 지탱해 주는 활력을 모임에서 충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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