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얀 네루다, 프란츠 카프카 외)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소송>을 선택하면서, 체코 프라하를 알 수 있는 <프라하>라는 단편 소설을 엮어 읽기로 했다. 솔직히 <소송>도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아무리 단편 모음이지만 이 책도 만만치 않았다. 낯선 작가들과 낯선 지명, 낯선 이야기들 속에서 길을 잃을 때가 많았다. 특히 프롤로그가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프라하라는 같은 공간에서의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각각 나름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그 매력을 제대로 소화해 내기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니 프라하를 가게 된다면 책에 예쁘게 정리되어 있는 지도를 짚어가며 단편들을 재미있게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미로 속 다양한 미술품처럼 어떤 작품들은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구시가지 시계와 카를다리에 얽히 충격적인 이야기(구시가지 시계의 전설, 정신 의학의 신비), 웃기면서도 허탈한 이야기(GM, 그걸 어땋게 하지?),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 이야기(세탁부 사건, 영수증), 2차 대전 중 독일 점령군의 시점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문과 색소폰 연주를 재미있게 버무려낸 (멘델스존은 지붕 위에 있다, 워싱턴에서도 온 테너색소폰 솔로) 작품들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이렇게 한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가들이 그려낸 작품 세계를 통해 체코의 프라하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래서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에필로그 뒤에 부록으로 실린 조성관의 체코 작가들과 프라하를 산책하다, 이정민의 역자 후기만 읽어도 좋은 책이다. 여행이 실현된다면 캐리어에 꼭 담아가고 싶다. 부피가 부담되면 작품명과 작가들을 기록해서 지도만 가져가야지!

 

-인상 깊은 구절-

 

GM구스타프 마이링크

(50) 그 사진에 뭐가 보였을까?

하얀 먼지가 덮인 텅 빈 집터들과 무너진 집들의 잔해가 얼기설기 연결되어 만들어진 글자가 집들의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빛나고 있었다.

GM

그 미국인의 머리글자!

땅 주인들은 모두 심장마비에 걸렸다.

~~ “내가 항상 말했지. 매킨토시는 진지한 걸 생각해 낼 위인이 못 된다고.”

 

정신의학의 신비야슬라프 하셰크

(127) 다음 날 아침 경관들은 후리흐 씨를 정신병원에 데려갔다. 그는 현재 그곳에서 반년째 보호감호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그에게서 자기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인정을 전혀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신의학에 따르면 그런 인정이야말로 환자가 회복하고 있다는 징조라는 것이다.

 

영수증카렐 차페크

(195) “정말 끔찍한 것은 우리가 찾아낸 것이라곤 그 영수증과 전차표밖에 없이 허허벌판에서 그 아가씨의 시체 옆에 서 있을 때였소. 작은 쓸모없는 종잇조각 두 장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불쌍한 마르슈카의 복수를 해 줄 수 있었소. 내가 말한 대로 아무것도 함부로 버리지 마시오. 아무것도. 아주 사소한 물건이라도 단서나 증거가 되는 걸로 판명날 수 있으니까 말이오.....”

 

멘델스존은 지붕 위에 있다이르지 바일

(212) “기에쎄가 그 유대인, 멘델스존의 동상을 철거했나? 자네는 그에 대해 보고하는 걸 깜빡한 것 같군.”

보고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총독 각하. 하지만 모든 게 다 잘 처리되었습니다. 그 동상은 오늘 오후에 철거됐습니다.”

 

체코 작가들과 프라하를 산책하다조성관

(263) 빈에서 모차르트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프라하에서는 카프카를 피할 방법이 없다. 당연 이 책에는 카프카의 단편소설 어느 투쟁의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에는 구시가의 스메타나 제방길, 카를 다리, 카를 4세 동상, 카를 거리 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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