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관과 인왕산 진경산수길 산책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아이 덕분에 서울 갈 일이 많아졌다. 서울 올라가는 김에 걷기 좋은 길을 찾았고 인왕산의 진경산수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작년(2023.11.11.)에는 아내와 단 둘이 창의문~윤동주문학관~진경산수길~수성동까지 걸었다. 걷고 나서 보니 어머니와도 걷기에 좋을 것 같아, 올해(2024.11.16.) 어머니, 아이들과 함께 다시 걸었다. 작년보다 단풍이 진해 더욱 아름다웠다.
작년에 기록했던 내용에 올해 사진을 더해 이동 과정을 메모한다.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 승강장에서 내렸다. 윤동주문학관을 둘러보고 서촌까지 걸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위 엣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저기가 '자하문'인가 싶어 걸어 올라갔더니 '창의문'이었다. 그런데 왜 승강장 이름은 '자하문'인가 싶었는데 안내문을 읽으니 의문이 풀렸다. '창의문'은 올바른 '의'를 드러내는 '창' '문'으로 정도전이 지었다고 한다. 또한 북쪽의 작은 문이라 '북소문', 이곳의 경치가 개성의 명승 '자하동'과 비슷하다고 하여 '자하문'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본래 이름보다 별명이 더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승강장에서 올라 마주친 자하문. 오른쪽으로 '북악산탐방로'로 가는 계단이 있다.
창의문 천장의 단청. 문이 개방돼 있어 단청을 볼 수 있다.
창의문을 지나니 현판이 보인다. 생각해 보니 성 밖에서 성 안으로 들어온다면 여기에 현판이 있는 게 맞겠다.
창의문 터널을 지나 윤동주문학관 가는 길에서 바라본 창의문

 
창의문을 지나 창의문 삼거리에서 윤동주문학관 방향으로 내려왔다.
'윤동주문학관'은 종로가압정수장을 '우물'이란 소재를 연결하여 윤동주문학관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을 다닐 때 서촌 쪽에 머물기도 해, 가압정수장과 우물의 이미지가 잘 연결되었다.
 

윤동주 문학관 옆모습
윤동주문학관 앞. 찾는 사람이 많았다.
창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익숙한 시를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종로가압정수장의 사무실로 쓰인 공간에는 시인을 소개하는 영상과 유고 시집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나와 정수장의 물탱크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면 제3전시실 '닫힌 우물'을 만난다. 캄캄한 우물 안의 천장, 한쪽에서 빛이 들어 오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공간의 벽면에 윤동주 시인의 일생과 시 세계를 담은 영상이 나온다. 닫힌 우물 안이어서인지 윤동주 시인의 생각과 느낌이 몸으로 느껴진다. 이런 느낌으로 시를 쓰셨을까. 영상에 빠져 자연스럽게 전시 공간을 찍었는데  글을 정리하며 보니 촬영금지 구역이었다. 그래서 공유하지는 못한다.
 

인왕산 안내도. 빨간색 길이 '인왕산 둘레길', 회색 길이 '진경산수길'이다.

 
윤동주 문학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진경산수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지만 잘 닦인 길을 따라 서울을 조망하는 길이 참 아름다웠다. 
 

인왕산 둘레길, 진경산수길이라고도 부른다. 수성동과 연결돼 있어서 그런 듯 싶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위와 같은 장소에서 바라 본 북악산.

 
조금 걸어 올라가니 '서시정'이란 정자가 나타났다. 시인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유고 시집의 서문이 서시이듯 윤동주 시인을 기념하는 공간도 이곳 서시정에서 시작한다.
'시인의 언덕'에는 '서시'가 새겨진 '바위'도 보였고, 서울 풍경이 훤히 보이는 조망 지점도 표시돼 있었다. 시인이 하숙집에서 이 길을 거쳐 대학으로 이동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길은 '한양 서울도시 순성길'이라는 성곽길과 이어져 있었다. 여기서 보는 성밖 풍경도 좋았다. 성곽길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문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서울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시인의 언덕 입구 '서시정'(왼쪽) 시인의 언덕의 '서시'(오른쪽)
시인의 언덕으로 오르는 길. 좁은 길에 주차된 차까지 있어 아슬아슬하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
시인의 언덕 끝에는 서울 성곽길이 연결돼 있었다.
성곽길 밖 풍경
창의문, 북안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
'한양 도성 순성길' 안내도. 창의문을 거쳐 윤동주 문학관 ~ 서시정 ~ 윤동주 시인의 언덕 ~ 한양 도성 순성길까지 이동 경로가 잘 정리됐다.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와 수성동 계곡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었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여유 있게 산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걷다 보니 초소가 보였다. 이곳이 '초소 책방 카페'가 있는 곳이겠다 싶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인왕산 초소책방'은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건축하여 50여 년 간 인왕산 지역을 통제했던 경찰 초소였다고 한다. 2018년 인왕산이 전면 개방되면서 이곳을 리모델링해 책방과 카페로 조성했다고 한다. 
 

인왕산 초소가 보인다.
초소책방에서 초소 쪽을 바라 본 풍경. 가운데 상단 검은 이끼 있는 곳에 한자 '仁'자가 보인다.
기존 초소외벽과 초소책방의 책(왼쪽), 2층에 마련된 쉼터. 그림책이 서가에 있다(오른쪽)
초소책방 카페 더 숲

 
책방 입구에는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좌판이 있고, 1층과 2층, 건물 밖과 안에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 볕을 쬐는 사람 등 다양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초소책방을 지나 인왕산 석굴암 계단 쪽으로 가다 '무무대'라는 이정표를 만났다. '무무대(無無臺)'란 이름처럼 탁 트여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무무대'란 글자가 새겨진 바위에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운 것만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 설명이 딱 맞는 곳이었다. 서울 풍경에 한눈에 보인다.
 

인왕산 둘레길(진경산수길)에서 무무대로 들어가는 길
무무대는 전망대이다
북악산과 청와대.
롯데타워와 남산터워 방향 풍경

 
무무대를 지나 계속 내리막길을 거다 곧 수성동 계곡 입구를 만났다. 
 

수성동 계곡 입구
수성동 계곡. 때가 때인지라 수량이 적다

 
'수성동 계곡'은 세종대왕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이 이곳에 '비해당'이라는 별장을 짓고 시와 그림을 즐기며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겸재 '정선'도 이곳을 수묵화로 남겼다. 수성동 입구에 정선의 '수성동' 작품과 인왕산과 수성동 계곡의 실제 모습을 잘 대비해 놓았다.
 

정자가 잘 어울리는 수성동 계곡
정선의 '수성동'에도 그려져 있는 기린교.
정선의 그림과 수성동의 풍경
수성동 계곡 입구의 조형물. 쉬지 않고 멀리 갈 수 없다고. '쉼'이란 글자가 의자가 된다.

 
창의문을 거쳐, 윤동주 문학관을 관람하고, 초소 책방에서 차를 마신 뒤, 수성동 계곡까지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걸어 내려오는데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눈길을 주며 내려오다 보니 '티베트 박물관',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가 보였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통인시장 입구가 보였다. 익숙한 곳이다. 서촌은 '전국국어교사모임' 사무실이 있어 회의 참석을 위해 여러 번 방문하고 있다. 그런데 보통 2시 정도에 시작되는 회의 시간에 맞춰 올라왔다 회의가 끝나면 급하게 용산역으로 이동해 집에 오느라 이곳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아마 서촌 곳곳에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들이 아직 많을 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둘러보고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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