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목포 고하도 해상보행로 산책

학교 친목회 행사로 목포해상케이블카와 고하도 해상데크길을 산책하고 왔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어머니를 모시고 고하도까지 갔으나 계단이 많아, 유달산 둘레길만 걷고 돌아온 적이 있어, 꼭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었다.

 

고하도는 높은 산 '유달산' 밑에 있는 섬이어서 '고하도'로 불린다고 한다. 섬 모양이 칼을 닮아 칼섬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지명에 얽힌 이름이 두세 개 더 있다.

 

오전 수업을 하고 온 터라 시간이 많지 않아 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에서 2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우리 일행처럼 단체관광객들은 대부분 크리스털캐빈 표를 가지고 있어 줄이 길었다. 마음 급한 몇몇 샘들과 일반캐빈을 타고 고하도승강장에 20여 분만에 도착했다. 승장장에서 고하도전망대까지는 150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고하도 승강장에서 나오면 첫 번째로 만나는 표지판
표지판 왼쪽의 150살 계단. 한 계단씩 걸을 때마다 더 건강해진다 의미다. 계단 왼편으로 보행 약자가 걸을 수 있는 둘레길도 있다.

 

150살, 150계단을 맞추려고 해서인지 계단 간 거리가 다소 넓었다. 계단 모서리에 걸려 살짝 넘어질 뻔했다.

150살에 도착하면 '고하도 둘레길' 표지를 만난다. 전망대로 가려면 '용머리' 쪽으로 가야 한다. 목포대교 방향에서 보면 고하도의 모양이 용을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용머리, 용오름숲길 등 '용'이 지명에 여럿 등장한다.

 

계단을 다 오르면 왼쪽 표지판이 보이고, 용머리 방향으로 조금 더 오면 바다가 보이면서 전망대와 해상테크길 표지가 보인다.

 

고하도 전망대까지 가는 370여 미터의 길은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바로 해상데크길로 이어져 있는 '승강기'가 있지만 전망대까지 걸었다.

 

고하도 전망대 가는 길은 잘 닦여 있다. 바다 건너 유달산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긴 내리막길을 건너 오르막 길을 따라 가면 판옥선 모양을 본뜬 '고하도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순신 장군이 명랑에서 판옥선 13척으로 큰 승리를 거둔 뒤, 이곳 고하도에서 107일을 머물며 전열을 정비했는데, 이를 기념하여 판옥선 13척을 격자 모양으로 쌓은 형태라고 한다. 계단으로 따라 조금씩 드러나는 풍경과 목포의 생활과 문화가 잘 전시돼 있었다..

 

(왼쪽) 전망대 전경.  (오른쪽) 판옥선 선미의 모양이 보인다.
전망대 안에서는 아래를 내려다 보거나, 포구 모양으로 전망을 바라볼 수 있었다.
(왼쪽) 2층에는 판옥선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오른쪽) 4층에는 목포의 문인들에 대한 소개가 있다.

 

전망대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시원하면서 아름다웠다. 11월 1일 늦가을이었지만 다소 더운 날씨 덕분에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경치도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왼쪽) 전망대 옥상에서 바라본 목포대교 방향   (오른쪽) 전망대 옥상에서 바라본 삼호읍 방향
전망대 옥상에서 바라본 '목포 신항'. 오른쪽 상단 부두의 크레인과 화물선 사이 '세월호'가 보인다.

 

고하도와 장구도 등 몇 개의 섬을 간척하여 조성한 '목포 신항'에는 2017년부터 '세월호 선체'가 보존되어 있다. 함께 전망대에서 풍경을 조망하던 샘들이 세월호의 존재를 파악하고 잠시 침묵에 잠겼다. 마음 아픈 역사다.

 

이곳 전망대 왼편으로 해상데크길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산의 능선에서 해수면까지 고도의 차이가 있어 계단이 상당했다. 150살은 족히 넘을 것 같다. 그러나 해상데크길에서 목포대교를 비롯해 목포를 바라보니 충분히 보상이 되고도 남았다.

 

(왼쪽) 계단 위에서 해상데크길을 바라본 풍경   (오른쪽) 계단 2/3정도 지점에서 바라본 전망대

 

 

계단에서 해상테크길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안내판.

 

고하도의 북쪽 끝인 용머리에서 고하도 중간의 해안동굴까지 거리가 1800m 정도 한다. 시간이 부족해 해안동굴까지 걷고 다시 북항승강장까지 돌아가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여유 있게 해안동굴까지 걸었다.

해상테크길 중간에는 유리로 된 바닥도 있었다. 철썩 소리를 내는 파도, 눈부시게 푸르른 바다, 절벽 틈에서도 꿋꿋하게 뿌리내린 나무, 기암 절벽을 보며 걷는 길이 여유로웠다. 여러 가지 분위기가 잠시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도 했다.

 

(왼쪽) 고하도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항만'이란 조형물이 보인다.  (오른쪽) 데크길 중간에 투명한 길도 있다.
자신의 처지를 탓하지 않고 빈틈을 찾아 꿋꿋하게 살아 있는 벼랑 나무들
(왼쪽) 해안동굴 앞에 조성된 '낭만'. 합치면 '낭만항구'  (오른쪽) 일제가 잠수정을 감추기 위해 파놓은 해안동굴

 

고하도의 해안동굴은 일제가 군사 작전용으로 조성한 인공 동굴이라고 한다. 고하도에는 14개소가 있다고 한다. 익숙한 풍경이다. 제주 송악산 아래에도 이런 해안 동굴진지가 있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이웃, 그러면서도 핵오염수까지 방류하는 이웃 일본. 징하다. 

돌아오는 길의 풍경도 여전히 좋았다. 아름다웠다. 

 

 

돌아가는 길은 고하도 승강장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운행한지 일주일이 되었다는 엘리베이터는 '경사형'이라 기계에 부하가 많이 걸려 10분 간격으로 운행과 정지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나마도 20여분을 기다렸으나 고장으로 갑자기 운행이 정지되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직원분 말로는 엘리베이터의 잔고장이 많아 경사로 왼편으로 지그재그식 계단 공사를 곧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하도승강장'으로 가려면 다시 '고하대 전망대'를 거쳐 가야 한다. 

 

(왼쪽) 경사형 엘리베이터  (가운데) 운행 시간표. 10분 간격으로 3번씩 운행한다고 한다.  (오른쪽) 능선의 '경사형 엘리베이터' 입구
전망대가 보여 반가웠지만, 가까이하기에 먼 곳이었다.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걸었다. 고하도 승강장에 도착해 보니, 2학년팀과 행정실팀이 케이블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 반가웠다. '크리스탈캐빈'을 타고 유달산 승강장을 거쳐 북항 승강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깨끗하게 바닥이 보였다.

 

 

 

고하도 승강장에서 150살 계단을 살짝 올라 둘레길 쪽으로 걸은 뒤,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어머니를 모시고 와도 될 것 같다. 해상데크길이 고하도의 동쪽에 형성돼 있어, 겨울에도 바람을 막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해 안에 다시 가볼 시간이 있을까. 이왕이면 고하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도 방문하고 싶다.

 

그나저나 고하도 등산로 이정표에 정상을 '래박개'라고 표시한 이유가 궁금하다. 검색해 봐도 지명의 유래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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