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 영상을 보다 보면, 도청 앞 금남로에 부처님 오신날과 전국체전을 기념하는 홍보물이 눈에 띤다. 매년 돌아오는 행사여서인지 5월 광주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제목 "오월의 달리기"를 보며, 전국체전과 관련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는 전국체전 전남대표로 선발된 나주 출신 진규가 두 달간 사직공원 근처에서 합숙하며 겪는 5월의 참상이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틈틈이 즐길 거리를 찾던 천상 초딩들이 접한 계엄군의 진압은 충격적이며 이해할 수 없다. (96) "아, 아녀. 우리 엄마헌티 이런 야그는 못 들었어야. 나가 아까부텀 생각혔는디, 아무래도 저 군인들은 우리나라 군인이 아닌갑다. 북한 김일성이가 보낸 인민군이 분명허당께. 우리나라 군인이믄 한나라 사람을 복날 개 잡드끼 두..
아이들의 교복이 짧아지고, 특정 메이커 제품을 교복처럼 입고, 머리 모양을 수시로 바꾸고, 피어싱이나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을 아이들의 표현 욕구나 심리 변화로 지켜보려는 노력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사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의식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수업을 풀어나가기 위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고, 그래서 덜 중요한 갈등은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규제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욕구가 사그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표현이 과도해지지는 않을 뿐 아이들의 표현 욕구는 보편화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 예전과 같이 엄격하게 머리와 복장에 대한 규제가 지켜지는 곳들도 적지 않아 학부모들의 원망..
소설 본래의 내용보다, 소설의 뒷장, 읽기 자료가 더 읽을 만하다. 이야기는 이나 와 비슷한데 18세기 말, 19세기 초 유럽의 학교 교육이 대체로 비슷하거나, 문제제기가 비슷한 글들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책에서 문제제기하려는 갈등 상황이나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아주 긴 가족사 소설의 1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는 특징 때문인 것 같다. 다만 19세기 수도원 학교에서 문제 삼는 많은 내용들이, 21세기 우리 학교교육에서도 금기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그러나 예전에 문제제기 했던 것들이 지금은 별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지금 학교에서 문제제기하는 많은 것들 또한 별로 문제가 아닌 것이라는 생각을 얻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상당히 의도적으로 접근한 책인데, 소설 자체의 특성 ..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지 성장소설? 이 소설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뜻하지 않게 찾아온 하비에르의 여름방학 여행에 동행하면서 마치 나 자신이 모험을 한 것처럼 신나고 즐거웠다. 더불어 앳된 소년티를 벗어던지고 사랑을 알고 타인의 세계를 바라보는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하비에르를 지켜보는 것도 흐뭇했다. ‘음탕한 돼지’라 자처하는 형의 모습에서 요즘 아이들을 읽을 수 있다면,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하는 하비에르는 순수하면서도 조금은 단순한, 하지만 타인에 대한 예의를 아는 멋진 소년이다. 비올레타와 경쟁적으로 책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특하던지.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토론하고 서로 돌려보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70..
뜨거운 여름, 내리쬐는 태양에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방학이 있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어찌 보면 여름은 장마와 달리 지지부진하거나 우중충하지 않고 화끈한 계절인 것 같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자연만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까. 하라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6학년인 ‘류’, ‘하라’, ‘모리’는 죽음이 궁금하다. 죽음은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로 무섭지만 모르니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죽을 것 같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려 한다. 하지만 곧 죽을 것 같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기일지 모르지만) 더 열심히 생활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진 어느 날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어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