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의 가장 큰 이야기거리는 ‘가난’이고, 두 번째 이야기거리는 ‘가족’이며, 기타 부수적인 이야기로는 ‘학교’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 동화들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가난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가난이 매개가 된 가슴 아프고도 슬픈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손가락 무덤’에서는 가난으로 힘들어진 아버지의 삶을, ‘아빠와 큰 아빠’에서도 정리해고 때문에 벌어진 가정의 불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촌형이 큰아빠에게 화를 내며 가출(?)하는 상황도 역시 가난하기 때문이다. ‘독후감 숙제’나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도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가장 크게 주제를 부각시키며 정점이 달한 것이 ‘끝방 아..
참 독특한 소설이다. 주인공 에밀리앵 만큼 독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결말을 보고 무척 당황(황당?)했지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정말, 무척 궁금하다. 에밀리앵의 아버지도 등장할 것 같고, 엄마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도 새롭게 전개될 것 같고, 특히 마르틴느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와 에밀리앵의 계속되는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어서 빨리 다음 책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매료시키며, 베이비시터를 거쳐 과외교사로 거듭나는 에밀리앵의 활약상은 의 귀여운 악동 아드리안 모올을 떠올리게 한다.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처럼 특별한 갈등 상황이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 다방면에서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등장하기에, 아이들..
가난한 유년기의 성장소설은 참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 두 소설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초등 4학년 조연재와 아홉 살 백여민은 그리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시대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70년대 연재와 80년대 여민이랄까? 하지만 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옴망눈(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왠지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있는 눈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녀의 그것은 다르다. 백여민은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마치 오빠 연후와 닮았다. 공부든 싸움이든 구슬치기든 치열하게 싸우고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린다. 물론 여민이는 오빠처럼 모범생은 아니지만-, 연재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타입이고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기종과 백여민이 싸우면서 쉽게..
"지나치게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살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이다" "아홉은 동양에서는 의미있는 숫자이다. 십진법에서 전체, 완성을 의미하는 열에서 하나 모자라는 수! 그래서 완성을 향하고 있는 수이다." 나는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일종의 질투심과 좌절감을 함께 맛본다. 왜 나에겐 재미있게(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고향도, 사람들도, 사건도, 전설도 없는 것인지. 입담과 말재주가 없는 나에게 평생 이런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쓸 일은 없을 듯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충분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작가는 아홉살이란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의 두 말은 작가의 그런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홉'이라는 숫자보다 여민이에게 주어진 '상황, 조건'..
1. 서평 의 로버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핑키도 죽고, 아버지도 떠난 자리에 로버트에게 남은 것은 아버지가 남긴 빚과 생계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뿐이었다. 버몬트의 아름다운 자연과 셰이커 교도의 청빈한 삶 속에서 로버트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았지만, 삶의 고단함 속에서 힘들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로버트를 바라보는 것은 가슴 저미는 슬픔이기도 했다. 가난, 책임, 그리고 사랑(연인 베키와 시에 대한 풋냄새 나는 알싸한 사랑 이야기)! 이 세 단어 속에서 로버트는 새롭게 성장한다. 도축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사랑하는 돼지 핑키를 잃게 되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후속편에서 로버트는 충실한 일꾼 솔로몬과 데이지를 잃고, 다시 아버지가 힘겹게 빚으로 얻은 땅도 잃는다. 가난! 가난 앞에..
서초등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 법원과 검찰청 앞에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이 버젓이 서 있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의 속성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비닐하우스촌이기에 재미있는 추억이나 신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부인을 때리는 남편, 정신을 놓은 끝네 할머니, 자식을 두고 외국으로 떠난 혜미 엄마, 그래도 왕성했던 한때를 술잔 속에서 찾는 여러 아버지들, 준비물하나 챙길 수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윤제와 또래 친구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 있겠는가. 가난에 쫓겨 서울까지 떠밀려 온 윤제는 그래도 강원도에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며 성적도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비참한 가정환경에 변변히 준비물 하나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수업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