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추천 도서(2008년 여름)

**활동하고 있는 모임(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공부방 중학생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책을 읽을 학생들의 상황과 흥미, 수준 등을 고려하여 20권을 정리했습니다. 책 소개와 상황을 고려하여 더운 여름방학을 시원하게 보내는데 참고하기 바랍니다.
**책 소개 내용은 광주국어교사모임의 독서 소모임 '나라말향기'에서 발간한 <상황별 독서 프로그램(나라말출판사)>과 같은 모임의 독서 소모임 '상캐'의 소개 내용에서 발췌 했습니다. 

1. 35kg짜리 희망덩어리 (안나 가발다, 문학세계사)
학교가 무작정 싫은 아이, 분필 냄새만 맡아도 배가 아픈 아이, 모든 과목이 꼴등인 아이가 주인공인 책. 하지만, 아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만 하고 싶어한다. 아이는 결국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행복해지려면 그만한 일과 노력을 하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서 공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 아이는 점차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찾아간다. 학교가 이 세상이, 희망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레구아르처럼 스스로를 희망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충전했으면 한다.


2. 4teen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14살, 사춘기 남학생 4명의 이야기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이런 점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조로증에 걸린 친구, 게이친구, 재능은 없으면서 계속 나대는 친구, 거식증과 폭식증에 걸린 여자 친구 등의 다양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은 훌륭한 성장소설의 요소다. 책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부분(아이들의 성적인 호기심)이 많지만 친구관계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사춘기 남학생들이 한 번쯤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3. 구덩이(루이스 쌔커, 창비)
한 마디로 ‘읽은 뒤 새록새록 더 재미있어 지는 책’.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긴밀하게 연결된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스탠리라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적은 성장 소설인 것 같으면서도, 몇 개의 사건이 얽혀있는 추리소설 같으면서, 인종차별과 소년원 내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인권을 다룬 인권 소설 같은 그런, 뭐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 부족한 소설, 이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그 주제가 무겁지 않게 다가오는 책.


4. 그리그리나무 위에는 초록바다가 있다. (린 호셉, 다른)
가난한 아빠와 자애로운 엄마, 그리고 믿음직한 구아리오 오빠, 첫사랑 엔젤, 이야기와 춤을 좋아하는 소수와 마을 사람들 속에서 그리그리나무 위로 바라보이는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초록빛 바다와 시를 사랑하는 열세 살 소녀로 성장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재개발의 횡포 앞에 사랑하는 오빠를 잃지만 그 아픔을 극복하는 안나 로사에게 가슴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몰래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풀어가는 안나 로사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 아이들이, 안나 로사와 같이 별처럼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느낌만큼이나 알싸한 슬픔과 감동을 잔잔하게 전해 준다.


5. 깃털이 전해준 선물(니키 싱어, 에코리브르)
로버트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열두 살 소년이다.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 때문에 동급생인 ‘니커’에게 심각한 괴롭힘을 당할 뿐만 아니라 친구, 교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그래서 별명도 ‘로버트 노브레인’이라고 불린다. 그런 로버트가 노인과 아이들이 경험을 나누는 특별활동 프로그램인 ‘노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친 할머니 에디트 소렐과 한 짝이 되어 활동하면서 큰 변화가 생긴다. 로버트, 니커, 케이트 같은 아이들이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기에 적절한 책이다.


6. 난 할 거다(이상권, 사계절)
구수하고 정겨운 사투리 속에 <스타시커>의 루크가 그랬던 것처럼 내 문제를 해결할 힘은 바로 ‘내 안’에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다른 사람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 자신의 중심을 잡아가며 당당하게 사는 것! 그것이 날 살리고, 날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시우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끝없이 자기를 믿어준 ‘어머니’, 그리고 시우가 몰입할 수 있는 ‘책’과 ‘글’이었다.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또 이 책 속에는 아름다운 구절들이 많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따뜻한 햇살 아래 예쁘게 피어있는 봄 냉이꽃을 본 듯하고, 감나무 옆에 박새가 지저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학교 건물 너머에 예쁘게 번진 노을을 머릿속에 연상하게 된다.


7. 내 몸에 날개를 달자(크리스티네 페어, 웅진주니어)
몸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한 주인공이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점에서 <씁쓸한 초콜릿>과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지나는 다이어트 성공 후에도 마음이 불안정하고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병원까지 가게 된다. 다이어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으며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과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 다이어트 이후의 심정 변화가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는 점이 와 닿는 책이다. 그러나 심리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법이다.


8. 니키의 여름 방학(오티 파이퍼, 다른우리)
<누가 너랑 함께 다니고 싶어하겠니?>인 원제가 작품과 훨씬 어울리는 책이다. 주인공 니키는 뚱뚱한데다 툭 튀어나온 앞 이빨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춘기 여학생이다. 짓궂은 남학생들은 ‘누가 너랑 함께 다니고 싶어하겠니’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니키는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이런 니키가 여름 휴가를 가서 악셀이란 남자 친구를 만나면서 변화된다. 악셀은 니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니키의 내면 세계가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해 일깨워준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성장소설이다.


9. 두 친구 이야기(안케 드브리스, 양철북)
난독증인 미하엘은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치자 점차 의기소침해지고 말을 더듬게 된다. 아버지와 미하엘은 같이 살아도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는 것을 알고 미하엘은 아버지와 떨어져 산다. 미하엘은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해 학교를 자주 결석하는 유디트를 알게 된다. 유디트는 미하엘을 만나 어머니의 학대를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으로 인한 상처를 다듬거려 주는 두 친구의 우정이 잘 표현되어 진정한 친구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10. 드럼, 소녀 & 위험한 파이 (조단 소넨블릭, 시공 청소년)
드럼 치는 것을 좋아하며 시 대표가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바보 같은 행동만 보이는 무척이나 평범(?)한 소년 스티븐. 짝사랑, 우정과 사랑, 부모님과의 갈등이 자잘하게 녹아있으면서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중심축을 잃지 않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눈물과 웃음, 감동을 준다. 동생과 사이가 좋지 못한 아이들, 부모님이 일에만 매달려 있거나 대화가 적은 아이들, 그리고 꿈을 찾는 아이들, 이성친구에게 고백을 하지 못해 힘든 아이들에게 추천할만하다. 우리 아이들도 스티븐처럼 유쾌하고 긍정적인 아이들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1. 루시와 뽕브라(캐시 홉킨스, 오즈북스)
루시의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는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루시는 이 과제를 무척 싫어하지만 결국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을 하게 된다. 루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평범하고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루시는 친구들인 이지와 네스타를 통해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꿈을 찾는다.
<나의 그녀>가 남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여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중학교 1학년부터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2. 미안해 스이카(하야시 미키, 다산책방)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런지 왕따를 당한 아픔, 고통, 슬픔이 그대로 와 닿는다. 이 작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부분을 체크하기 무섭게 또 바로 이어졌으니까 말이다. 보통 성장 소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자살을 한다는 점에서 왕따를 경험한 아이에게 읽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지만, 결말 부분으로 갈수록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아이에게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왕따와 관련 없는 아이더라도 공부 때문에 자신을 볼품없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친구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아이에게도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13. 비밀일기(수 타운젠트, 김영사)
에이드리언 몰은 걱정이 많은 소년이다. 물론 존재의 문제 같은 철학적 고민도 많지만, 얼굴에 돋은 여드름 때문에도 걱정이 많다. 또 부모님의 불화도 에이드리언의 마음을 짓누르는 고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안거리는 있다. 여성 해방론자인 여자 친구 판도라, 여든아홉 살의 골초 할아버지 버트, 뭐든 좋은 건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버릇없는 친구인 나이겔. 이 세 사람은 온통 회색빛이 될 뻔한 에이드리언의 사춘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렇게 사춘기에 접어든 한 소년의 정신적 방황과 갈등, 성장의 아픔이 담겨진 이 책은 재미있고 단순한 문장 구사로 인해 단숨에 읽어 내리게 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작가인 수 타운젠드의 유머와 위트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꼬마 문학가 에디의 비밀스런 일기를 엿보게 만드는 커다란 요소임에 틀림없다.


14. 싫다고 할 걸 그랬다(아니카 토어 , 파랑새)
중학생에게, 특히 여중생에게는 이성 친구보다 동성 친구와 맺는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해 친구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을 때가 있다. 노라가 사비나와 다시 친해지기 위해 카린을 파티에 초대해 모욕을 당하게 한 것도 그러한 예에 속한다. 이 책은 의도했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친구에게 주는 상처에 주의해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친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진정한 친구란 어떤 친구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15. 여름이 준 선물 (유모토 가즈미, 푸른숲)
하라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6학년인 류, 하라, 모리는 죽음이 궁금하다. 죽음은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로 무섭지만 모르니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죽을 것 같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려 한다. 죽음이 무서운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성장기 아이들은 조그만 신체의 변화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거센 감정의 변화가 무섭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이 무섭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공유하거나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를 찾게 된다. 모든 것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무기력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자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딪치며 최선을 다해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적절한 책이다.


16. 열네 살 인턴쉽(마리 오드 뮈라이유, 바람의 아이들)
이 책은 ‘루이’가 학교에서 내준 인턴십 숙제를 하기위해 마이테 미용실에 갔다가 미용일에 매력을 느끼고 아버지의 격한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의 허락을 맡아 미용 기술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만의 세계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학교에서는 미래 직업의 바탕이 되는 지식은 많이 배운다. 그러나 직업세계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공부는 별로 하지 않는다. 아직은 먼 얘기라 생각하고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은 많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갈피를 못 잡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열네 살 자기 또래 아이가 어떻게 직업을 체험하게 되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내고, 열망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일구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17. 완득이(김려령, 창비)
‘다문화 가정’, ‘장애에 대한 편견’, ‘외국이 노동자 문제’, ‘교사와 학생의 관계’, ‘가족에 대한 성찰’, ‘이웃 공동체’, ‘꿈’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들을 버무려 맛있는 밥상을 차려 놓은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군이다. 인물 하나 하나가 살아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생생하고 아름답다. 주인공 완득이, 그리고 담임 ‘똥주, 완득이를 사랑하는 난쟁이 아버지와 정신 지체 삼촌, 완득이에게 존댓말을 쓰는 베트남 엄마, 완득이에게 조폭 꿈나무가 아닌 진정한 꿈을 가르친 킥복싱 관장,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꿈을 향해 좇아가는 윤하는 완득이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그리고 사랑하고 지켜가야 할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간혹 등장하는 앞집 아저씨와, 완득이를 ‘자매님’이라 부르는 핫산 아저씨, 같은 반 꼴통 혁주는 이 소설이 안겨주는 또 다른 재미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보다 밝고 긍정적이며, <유진과 유진>의 큰 유진보다 건강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18. 유진과 유진(이금이, 푸른책들)
어릴 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가진 두 아이.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중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은 다른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를 치유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큰 유진이 긍정적인 방법으로 성폭력 피해의 상처를 치유했다. 작은 유진은 사건을 수치스러워하는 어른들에 의해 강제로 상처를 ‘잊게’ 된다. 두 명의 유진이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면이 잘 그려진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청소년기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할 만하다.


19. 주머니 속의 고래(이금이 푸른도서관)
<주머니 속의 고래>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 가끔 대견스럽지만 대체로 엉뚱한 ‘현중’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지을 웃음과, 햇빛을 삼킨 지하방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연희의 처연한 얼굴과 연희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슬픈 선생님의 모습이 나온다.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아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민기, 현중, 연희가 꾸준히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하늘말나리’ 같다. <주머니 속의 고래>의 주머니 속에는 <유진과 유진> 뿐만 아니라 <너도 하늘말나리야>도 들어있어야 할 것 같다. 각자 다르지만 감당할만한 세상의 무게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만남과 소통은 시작되고,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으며, 미래를 바라보고, 아기 고래를 품에 안게 되는 것은 아닐까.


20. 푸른 사다리 (이옥수, 사계절)
가난에 쫓겨 서울까지 떠밀려 온 윤제는 그래도 강원도에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며 성적도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비참한 가정환경에 변변히 준비물 하나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수업에 재미를 못 붙이고, 수업에 빠지고, 결손이 누적돼 수업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 중학교 학년 초 가정환경조사서 때문에 선생님과 갈등을 일으키다 집을 나가고 문제 아이들과 어울리다 결국 특수절도로 소년분류심사원까지 간다. 윤제에겐 줄곧 좋지 않은 일만 연속이다.
하지만 진흙밭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꽃마을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힘이 있다. 무능력한, 그래서 술에 의지해 사는 부모를 ‘빙신’이라며 욕을 하고 미워하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저는 제 자식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윤제 어머니의 다짐. “아버지요... 아버지가요, 젊었을 때 누나하고 나한테 어떻게 한 줄 아요? 아버지, 아버지도 이 아들이 싫지요? 이제 어쩌니껴, 암만 그래도 아버지는 내 아버지고, 나는 아버지 아들인데.... 아버지...... 용서해야 돼.....”라고 말하며 노망나 똥 묻은 아버지를 씻겨주는 대현이 아버지의 이야기. 목숨 걸고 하우스촌을 지킨 끝에 얻은 4층 옥탑방 사다리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윤제와 태욱이, 혜미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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