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는 국어교육 9.10월호에 추천한 상황 도서 목록(2009.8.3)

함께여는국어교육원고(200908).hwp

전국국어교사모임의 회지 "함께여는 국어교육" 9.10월호에 실을 원고입니다.

갈등 상황별로 나누었으며, 다른 모임이나 지역에서 소개한 책은 제외하였습니다.
각 상황별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추천한 책, 목록만 제시한 책도 있습니다.
*"상캐"는 ‘상황도서를 캐내다’를 의미입니다. 광주국어교사모임 내의 읽기 소모임으로 중고생 수준에 맞는 청소년 소설을 읽고, 학생들이 처한 여러 가지 내적·외적 상황에 걸맞는 상황 도서를 발굴, 정리, 추천해 가는 교사들의 읽기 모임입니다.
 

❙가족문제로 갈등할 때 ❙
1. 달려라, 모터사이클 (벤 마이켈슨 / 양철북)

새끼 곰이 딸린 어미 곰을 죽인 아버지의 만행 앞에서 새끼 곰을 살리고자 감행한 조시의 가출은 지역 보안관과 전국 방송 기자들이 합세하면서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되었고 손에 땀을 쥘 만큼 긴박감과 흥미진진한 재미를 안겨 준다. 조쉬가 비록 새끼 곰 때문에 가출을 하긴 했지만, 이 이야기가 청소년 소설로서 현실감을 갖는 이유는 조쉬의 가출 동기에 아버지의 폭력과 무관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세상이 주는 힘겨움에 부모들은 상처받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전달된다. 그런 극단적인 상처 속에서 아이들의 가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조쉬는 가출로 인해 극적으로 아버지와 화해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상처만 가득 안고 돌아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샘과 타이, 엄마와 함께 나눈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잊지못해 돌아온 조쉬처럼, 우리 아이들도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건 아이들이 그 동안 겪어 왔던,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랑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2.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정유정 / 비룡소)
나(김준호)는 민주화 운동 때문에 도망자 신세 된 친구 형(주환)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런 여정을 계획한다. 여정의 첫 걸음, 양조장 승주네 트럭에 몰래 타려는 순간부터 삐걱대기 시작하고, 승주, 정아, 옆집 할아버지(로 가장한 할아버지)와 미친 사냥개 루스벨트까지 불청객으로 동행하게 된다.
도무지 맞춰지지 않는 퍼즐 같던 네 사람은 사흘밤낮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갑작스레 집을 나간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나’, 알콜 중독에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서 버림받길 바라는 ‘정아’, 엄마의 과보호에서 벗어나고 싶은 ‘승주’와 세상의 편견 때문에 정신병자가 된 할아버지는 서로의 마음 속에 있던 고래를 찾아내면서 자신과는 다르고, 귀찮기만 했던 존재가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느 소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좋고, 간간히 나오는 80년대 정치 상황이 심하게 개입되어 있지 않아서도 좋고, 스스로의 인생의 스프링 캠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줘서 더욱 고마운 소설이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

내가 나인 것 (야나나카 히사시, 사계절)
두 친구 이야기 (안케 드브리스, 양철북)
소녀의 마음 (하이타니 겐지로, 양철북)
스타시커1, 2 (팀 보울러, 다산책방)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우리교육)
일기로 쓴 카렌의 고민( 블룸, 중원문화)
파파스1, 2 (오진원, 풀그림)
해피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문학세계사)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데이브 펠처, 생각의 나무)


❙ 친구, 선후배 문제로 갈등할 때 ❙
1. 지독한 장난 (이경화 / 대교출판)
책제목 ‘지독한 장난’은 바로 집단따돌림을 의미한다. 이렇게 집단 따돌림을 둘러싼 세 명의 남학생 준서, 성원, 강민이의 마음을 프로레슬링에 대입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간다. 그 주변 인물인 혜진이와 은영이, 반장 지희, 이름뿐인 카리스마 담임선생님, 그리고 이름 없는 가해자 무리의 학생들이 있지만 주로 세 사람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집단따돌림 속의 힘의 역학 관계는 여러 가지 국면을 만들어 낸다. 집단따돌림을 선동하는 반칙왕 케리와 같은 ‘힘의 강자’ 강민이, 강민에게 조종당하다 끝내 집단따돌림의 희생자가 된 준서, 줄곧 수수방관하다 끝내 마음 속 양심의 소리에 기울이게 되는 성원이! 모두 우리 안에 있는 폭력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다. 분명 우리 안에는 강민이도 준서도, 성원이도 숨어 있다. 우리가 강민이처럼 폭력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할 때 우리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방관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약한 자에겐 강하고, 강한 자에겐 꼬리를 내리는 아이들의 이중성은 아이들의 본성이 아닐 것이다. 무서운 속도의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폭력에 대한 이중성(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을 은연중에 몸으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남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나서 무척 반갑다.

2. 미안해 스이카 (하야시 미키 / 다산책방)
왕따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왕따’라는 현실 문제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을 접하지 못했다. 대부분 견디다 못해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생각지도 못한데서 해결점을 발견해 극복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은 늘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해서 그런지 왕따를 당한 아픔, 고통, 슬픔이 그대로 와 닿는다. 그리고 왕따를 당한 아이들에게도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에게도 현실적인 교훈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 책의 결말은 ‘죽음’이다.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청소년을 독자로 하는 성장 소설의 결말이 이래도 되나’라는 걱정이 앞섰으나, 어찌 보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이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이 더이상 왕따 문제로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해 학생들이 자기 잘못을 깨달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피해 학생이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만드는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

4teen (이시다 이라, 작가정신)
모두가 침묵하는 아이 (얀 데 장어르, 다산책방)
새로운 엘리엇 (그레이엄 가드너, 생각과 느낌)
싫다고 할 걸 그랬다 (아니카투르, 파랑새)
어느 날 신이 내게 왔다 (백승남, 예담)
우주의 고아 (모리에토, 생각과 느낌)


❙선생님, 학교 문제로 갈등할 때 ❙
1. 난 할거다 (이상권 / 사계절)
시골에서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광주까지 유학을 온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난독증을 겪는 주인공. 그런 학생을 지도하고 평가하는 교사들의 태도는 우리를 많이 부끄럽게 만든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교사가 어떻게 대해야할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락에 떨어진 주인공을 구하는 힘이 있었으니 바로 책과 어머니다. 책은 힘겨운 학교 생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해 주었고, 어머니는 인생을 포기할 수도 있는 절망의 구덩이에서 ‘하고야 말거다’라는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문제를 해결할 힘은 바로 내 안에 있다. 다른 사람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 자신의 중심을 잡아가며 당당하게 사는 것! 그것이 날 살리고, 날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는 깊은 진리를 담고 있는 어머니의 외침은 어느 교육자의 격언보다도 교사로서의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2. 열일곱 살의 털 (김해원 / 사계절)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무언가 뒤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꽉 차 있다.
두발문제, 가족관계, 친구와의 관계 더 나아가 개발에 관한 사회문제 등 제법 묵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골치 아프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어렵고 힘든 상황을 넘치는 유머와 해학 속에서 가볍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냉소도, 지나친 과장도 아닌 딱 열일곱 남자 아이의 시선 속에서 가정과 학교,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화적인 결말이라는 점이 좀 아쉽지만 신선하고 현실적인 주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재기발랄한 문체가 읽는 내내 유쾌하게 만든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성장소설이 제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
모래밭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양철북)
문제아 (박기범, 창비)
우리들의 스캔들(이현, 창비)


❙ 성, 사랑, 이성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
1. 키싱 마이 라이프 (이옥수 / 비룡소)

청소년의 성과 사랑 이야기는 이제는 생식기 중심의 협소한 학교성교육을 벗어나서 사회적 담론을 이루어야 한다. 이 소설은 문체가 거칠고 사실적이며, 주제가 단순명료해서 문학적으로는 언급할 부분이 적지만, <88만 원 세대> 이후에 형성된 세대 간 연대의 흐름 속에서 청소년의 성과 사랑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하연이가 당당하게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며 끝까지 스스로와 아기를 책임지는 아름다운 캐릭터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안정하지만 자유의지를 가지고 인생을 개척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작가의 믿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임신한 하연이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채강이, 진아, 현규의 모습들도 경제적으로 약자인 청소년들에 대한 씁쓸한 단상일 것이다. 그들이 당당하게 성과 사랑을 외치며 사회 속에서 독립적인 주체로 설 수 있는 날은 머나먼 일일지 모르지만, 하연이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응원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할 것이다.

2. 호기심 (김리리 외 / 창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콩닥콩닥 거리는 마음은 모두 다 하나같은데 일곱 편의 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은 너무 가지각색이다. 들여다보는 어른들의 마음을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제목 그대로 아이들의 사랑과 사랑, 성에 대한 호기심은 분명히 책임감과, 그 책임을 빗나갔을 경우 아픔을 수반한다. 뭣도 모르고 호감과 호기심을 상처로, 수치심으로 치부해버린 ‘서랍 속의 아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너무나 밝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이름에 속아 착각 속에 빠졌다가 그 사랑, 피워보지도 못하고 환상 속에서 빠져나온 ‘남친만들기’의 문순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꿈을 산만큼 쌓아놓고 그것이 자기만의 환상이었음을 깨닫고 혼란스러워 하던 ‘쌩레미에서, 희수’를 좋아하는 선우도, 사랑 앞에서 정말 무모해지는 현서와 이 애를 바라보는 현서의 ‘키스미달링’도, ‘담장을 넘은 공주’ 정민도,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다시 쪼다가 된 그 쪼다 녀석도, 아이들의 사랑은 하나같이 미완성이지만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런 풋내 나는 사랑이 언젠가는 ‘첫날밤 이야기’의 작은아기의 삶처럼 듬직한 삶의 이야기로 피워나기도 할 거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
나 (이경화, 바람의 아이들)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있니? (잉에 마이어디히트리, 우리교육)
첫사랑 (페르 닐손, 낭기열라)
티제이, 변신 전 변신 후(주디 블룸, 이채)
플라터너스 나무 위의 줄리(웬들리 밴 드라민, 황매)
첫사랑 (이금이, 푸른책들)
이름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창비)
쥐를 잡자 (임태희, 푸른책들)


❙ 나를 좀더 변화시키는 책 ❙
1. 열네 살의 인턴십 (마리 오드 뮈라이유 / 바람의 아이들)
우리나라의 고등학생과 외국의 고등학생들을 비교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대입수능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하늘 한번 쳐다보지 못한 채 보충과 야·자 속을 걷는 우리 아이들과 자신의 꿈을 향해 건축회사에서 자동차정비소에서 방송국에서, 실기를 배우는 외국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있는 표정이 우리 한국 아이들에게는 없었다.
열네 살의 루이가 <루이와 피피> 미용실의 원장이 되는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루이의 용기와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했고, 가족의 믿음이 있어야했고, 학교와 교장 선생님의 배려가 있어야했다. 그 모든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읽혔고, 멋진 해피엔딩에 나의 꿈을 이룬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면 아이들이 적는 장래희망란에 더 많은 직업들이 적히지 않을까.

2.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마르야레나 렘브케 / 시공사)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게 많은 아버지와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은 딸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야기. 여행에서 레나가 발견한 아버지는 실패한 첫 결혼과 도망치듯 버리고 나온 아들에 대한 마음, 가난한 가정형편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등으로 상처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해 온 나약하고 평범한 한 인간일 뿐이다. 레나는 아버지의 과거의 실수를 통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앞으로 인생에서 닥칠 무수히 많은 실수들을 인정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결국 ‘함메르페스트’에 도달하지는 못하지만, ‘함메르페스트’로 가기까지의 여정만큼 레나와 아버지는 정신적으로 가까워진다. 또 이 여행을 마치고 주인공 레나도 조금씩 성장한다. 이렇게 레나와 아버지, 그 둘을 둘러싼 마음 따뜻한 가족들, 그리고 친구와 친척들이 보여주는 핀란드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은 세상이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직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

19세 (이순원, 세계사)
39kg짜리 희망덩이리 (안나 가발다, 문학세계사)
구덩이 (루이스 새커, 창비)
그리그리 나무에는 초록바다가 잇다 (린 호셉, 다른)
나의 그녀 (이경화, 바람의 아이들)
내 몸에 날개를 달자 (크리스티네 페어, 웅진닷컴)
내 이름은 디니 (주디 불룸, 이채)
니키의 여름방학 (오티 파이퍼, 푸른 우리)
드럼, 소녀 & 위험한 파이 (조단소넨블릭, 시공청소년)
레슬리의 비밀일기 (앨런 스트래튼, 소년한길)
루시와 뽕브라 (캐시 홉킨스, 오즈북스)
소년, 세상을 만나다 (시게마츠 기요시, 양철북)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플레슬리, 낭기열라)
안녕, 기요시코 (시게마츠 기요시, 양철북)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바람의아이들)
여름이 준 선물 (유모토 가즈미, 푸른숲)
완득이 (김려령, 창비)
워터 (요시다 슈이치, 북스토리)
유진과 유진 (이금이, 푸른책들)
주머니 속의 고래 (이금이, 푸른도서관)
컬러풀 (에토 모리, 문학수첩)
푸른 하늘 저편 (알렉스 쉬어러, 화니북스)
할 말이 많아요 (존 마스든,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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