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열공(강신주 외 8명, 서해문집)
- 행복한 책읽기/인문사회
- 2012. 8. 22.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동료들과 원격연수 30시간보다 직접 듣는 강연 6시간이 주제 심화, 소통, 집중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 의미 있다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지방에 살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그래서 담양까지 왔지만) 불편한 것도 많다. 특히 자기 계발 프로그램이라는 면에서 보면, 지방에서는 거의 책으로 독학하거나 인터넷 강의, 동료들과 소모임을 만들어 이야기하는 정도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좌절+열공”과 같이 지식인의 강연을 책으로 출간한 책들은 당시의 생생함이 있어 읽기도 쉽게 메시지도 어느 정도 전달돼, 일단 감을 잡고 지식인의 책을 연관지어 읽기에 좋다.
‘좌절’과 ‘열공’은 심리적으로 가까운 단어는 아니지만,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쇠가 열공이며, 열공의 끊임없는 에너지가 적당한 ‘좌절’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숨을 크게 들이켜 가슴을 채우고, 주먹을 힘을 준다.
@좌절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5분의 강사가 모두 좌절을 주제로 이야기했으나, 결국 그 좌절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이야기였다.
1강: 좌절이 좌절을 부르는 사회 : 우리 시대 법학자 조국
37 예전에는 안 그랬습니다. 자살 많이 하는 이유가 뭘까요? 자살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나요? 아닙니다.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는데 그 일한 만큼의 대가를 얻지 못하고, 시민 사회가 좌절하기 때문에 자살하는 겁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조건, 사회적 조건을 개선할 때만 자살률도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우리 삶의 고통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외면하고 제도적 장치를 통한 공정 경쟁이 아닌 상태로, 그냥 재별과 자영업자가 경쟁하면 모두 잡아먹히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제도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고, 그걸 할 수 있는 권력이
✎ 대통령 생각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적으로 풀어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부와 권력은 소수에게 오히려 더 집중되고 있다. 실패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사회 모든 제도에 공정한 규칙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는 정부와 국회의 필요성을 4년동안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을까.
2강: 좌절을 치유하는 놀라운 명약, ‘공감’ : 치유의 심리학자 정혜신
57 먼저 개 한 마리를 우리 안에 가둬 놓습니다. 그리고 10초마다 한 번씩 전기 자극으로 통증을 줍니다. 그러면 개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전기 자극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전기 자극을 주면, 개는 아무리 피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후부터 개는 더 이상 피하지 않습니다. 차차 통증에도 둔감해집니다. 완벽하게 무기력해지는 것이지요. 이것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상식 안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이 변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좌절하며, 이것이 반복되면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 강연을 듣다 보면,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예측할 수 없게 되면, 자기 통제력이 사라져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외형적인 기준(스펙)에 집착하거나,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획일적이고 단순한 것에 몰입(외모, 주변 정리)하게 된다. 또는 다른 일에 집중해 잊으려고 하지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기에 결국 무기력에 빠진다. 반복되면 이른바 ‘학습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여러 가지 시각으로 자신을 잘 들여다 보고, 나만의 문제만은 아니므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좌절, 우울, 무기력에서 빠져 나오기 쉽다는 조언을 하신다. 칭찬 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3강: 대중의 역동성을 살려 낸다면, 좌절은 없다 : 노동운동가 김진숙
97 그런데 정말 선수들은 여중생, 여고생이었습니다. 닭장차 밑에다 바퀴를 매달아 밤새 잡아당기고 날이 밝으면 학교 갔다가 해 지면 돌아와서 또 잡아당기고, 아예 전용 밧줄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명박이가 쌓아 놓았던 산성을 넘겠다고 어디서 흙을 그렇게 퍼 왔는지 국민 도성을 쌓았습니다. 만약에 민주노총에 이런 과제가 떨어졌다면 아직도 회의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결국 찬반 투표를 할 겁니다. 그러고는 다수파가 이겠지요. 소수파는 탈당을 할 겁니다.
저는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대중의 역동성을 살려 가는 일, 어떤 구조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 주변에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함께 나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상을 바꾸는 영웅은 누구일까.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도 하고, 난세일수록 영웅을 바란다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영웅은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면 진보정당의 위기를 내부적으로도 외부에서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4강: 아이러니한 ‘좌절의 연금술’ : 담쟁이와 접시꽃 시인 도종환
115 수십 년간 이런 설문조사에서 계속 1위하는 시는 윤동주의 <서시>였기 때문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 시가 부동의 1위였습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이형기의 <낙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근데 뜬금없이 <담쟁이>가 1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IMF 이후부터 그렇게 됐답니다. IMF 이후부터는 자신을 성찰하는 시보다 힘과 용기, 그리고 위안을 주는 시가 각광받게 되었다는 겁니다.
132 흥복된 세상을 우리 당대에는 보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계속 걸어가는 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뒤따라오는 한 조금씩 그쪽을 향하게 될 겁니다. 세상은 자기 것을 지키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과, 그것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부딪치고 충돌하는 곳입니다.
✎ 시인의 시에는 좌절을 통해 긍정을 발견하는 시가 담겨 있다. 시인은 <담쟁이>가 말랑말랑한 시라고 했으나, 쉽게 이미지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시다.
5강: 좌절 ‘그까이 거!’ 좋아하면 이긴다 : 시대를 그리는 만화가 강풀
152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그것을 깨 보려고 힘들어질 때가 있고, 그것을 외면하느라 고민에 빠져서 더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좌절할 만한 문제가 닥쳤을 때 돌아가지 않고 명확하게 바라봤습니다. 한마디로 ‘나는 그림을 못 그리니까 차라리 그림 그릴 시간에 글을 쓰자.’이런 겁니다.
153 고민이 있을 때 그 해결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고, 그것을 모르는 척하느라고 힘든 것입니다. 그리고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꼭 정공법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 그걸 선택해 봐도 좋다는 것입니다.
✎ 좌절할 만한 문제가 닥쳤을 때 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바라보라는 건, 좌절을 이겨낼 수 있는 ‘작은’ 긍정적인 힘을 발견해 보라는 것 같다. 일반적인 눈, 게임을 규칙이라고 하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에게 더 맞는 것, 힘을 낼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는 의미인 듯 싶다.
@열공: 이 시대, 우리가 진짜 열나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
진짜 공부, 진짜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강사 선생님들의 말씀은 서로 맥락이 닿아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내용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 고정되지 않는 말랑말랑한 사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생각해 보기 위해 주어진 것을 의심하며 생각해 보기. 그리고 머리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우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천을 통해 느끼는 체험. 결국 ‘진짜’는 다 통해 있는 듯 싶다.
1강: 왜 우리는 철학을 공부해야만 하는가? : 사랑의 철학자 강신주
191 오늘 강의는 제가 여러분에게 김수영 시인을 통해서 문맥을, 천을 하나 깔아드린 겁니다. 진짜 공부는 여러 가지 문맥을 만들어 놓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천을 갖춰 놓기 위해서입니다. 많이 공부하고, 많이 읽고 차분차분 정리해 놓으세요. 친구를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여러분 자신을 품고 가세요.
✎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배경 지식’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한다. 배경 지식 속에 배경 ‘철학’이라는 단어는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로운 내용을 다양하게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는 다양한 관점들. 또 그걸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까지. 교사 윤리라는 측면에서도 깊이 생각해 볼 이야기이다.
2강: 인문학의 위기는 언어의 위기, 재현의 위기 : 여성주의 인문학자 정희진
219 지금은 모든 현상의 의미가 너무 다양화되어서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언어, 자기의 언어를 주장하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파시스트입니다. 개념을 정의하려는 사람이 바로 파시스트입니다. 저는 개념을 교란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적어도 이 부분으로만 보면, 지금의 교사들은 파시스티이다. 지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교육은 속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그런 학부모들의 비판이 많다. 성장 과정의 아이들에게 검증되지 않는 정책을 쓰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는 것. 우리가 뭔가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생활하는 철학과 방법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3강: 땀에 젖은 지폐를 거부하는 사회에서 길 찾기 : 청춘의 인문학자 엄기호
236 어떤 우연이 발생했을 때 우연한 것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필연으로 만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저걸 만난 건 운명이다, 이 예술작품을 보게 된 건 내 운명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 그 자리에 당연히 정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향유하게 됩니다. 자, 이렇게 우연을 필연이자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런 걸 바디오는 사랑이라고 얘기했고, 저는 경험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물리적인 시간을 주관적으로 경험할 때 진정 배운다는 의미인 것 같다. 실제 삶 속에서 몰입했을 때 제대로 배움이 시작된다는 것 같은데,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묵묵히 보내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의미의 주관적인 시간이 흐르고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4강: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공부 방식, 지식채널e : 지식채널e PD : 김진혁
283 진실이라고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끊임없이 그걸 의심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믿어선 안 됩니다. 최대한 의심하는 것이 진실에 가장 가깝게 가는 길입니다.
✎ 중3 아이들과 ‘신문과 진실’이라는 단원을 공부할 때 지식채널e의 “무엇이 뉴스가 되는가”를 보고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김진혁 PD의 ‘지식’은 결국 진실에 가까운 ‘진실’이 될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이면서도 섬처럼 고립되었고, 이념의 대립 지점이라 ‘프레임’에서 벗어나기가 더 쉽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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