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푸르름을 따라 경춘선 숲길을 걷다
- 행복한 글쓰기/길 위의 사색
- 2026. 6. 7.

큰애가 공부하는 학교 근처의 산책로를 살펴보다 '경춘선 숲길'이 눈에 들어왔다. 삼육대 앞을 시작으로 녹천중학교까지 이어지는 총 6km의 구간. 도심 속으로 스며든 옛 철길의 정취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안내판을 보니 이 길은 1939년 7월 첫 운행을 시작해 2010년 12월에 폐선된 경춘선 철로였다고 한다. 이후 버려져 있던 폐철길을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정비하여 지금의 아름다운 숲길로 재탄생시켰고.
경춘선 숲길은 저마다의 뚜렷한 매력을 가진 3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삼육대 앞 경춘선 숲길 종점에서 출발해, 3, 2, 1구간으로 걸었다.
3구간: 삼육대 앞 ~ 육사삼거리(2.5km)
큰애 집 근처 신림역에서 건대입구역까지 2호선도 토요일 오전에는 앉을자리가 있었다. 건대입구역에서 대릉입구역까지 7호선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사람보다 좌석이 더 많이 비어있었다. 태릉입구역에서 '삼육대 앞' 승강장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승강장에서 경춘선 숲길 입구 역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외진 곳이어서인지 오가는 사람이 적어 아내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걷기 시작했다. 6월의 볕은 살짝 더웠지만, 알맞게 우거진 나무 그늘이 땀을 식혀주었다. 길 너머로 보이는 정상부가 승려의 모자(송낙)를 쓴 부처님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불암산'의 웅장한 능선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모양이 다른 철탑 여러 개가 눈길을 끌었는데 군사시설이라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아마 군사시설인 육군사관학교가 있어 그런 것 같았다.






3구간의 끝자락인 육사삼거리에는 옛 화랑대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철도공원이 있다. 마침 '2026 노원기차마을 축제'가 열리고 있어 주말을 맞은 가족들로 무척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화랑대역 내부, 전시된 기차 내부에도 사람이 많아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경춘선 숲길 갤러리'는 경춘선의 과거를 볼 수 있겠다 싶어 들르려 했는데 공휴일이라 볼 수 없었다. 화랑대 철도공원 주변은 '노원 불빛정원'이라 하여 다양한 조형물이 있었다. 밤은 어떤 모습일까? 기차를 좋아하는 막내와 가을에 한 번 더 와야겠다.













2구간: 육사삼거리 ~ 과거대 입구 철교(2.3km)
3구간이 한적한 숲길이었다면, 2구간은 제법 걷는 사람들이 많아 활기가 넘쳤다. 예쁜 장미 터널과 벽화가 그려진 오픈 갤러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오픈 갤러리 시작점인 경춘폭포(방문일에는 아쉽게도 인공폭포가 흐르지 않았다)부터 과기대 입구까지는 세련된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 광주 동명동의 푸른길을 연상케 했다. 공릉동 도깨비시장을 중심으로 커피 축제 현수막들이 걸려 있어 은은한 커피 향이 번지는 여유로운 구간이다.













1구간: 과기대 입구 철교 ~ 경춘철교(1.2km)
철교 역할을 하는 육교를 지나면 웅장한 미루나무 가로수길이 먼저 반겨준다. 왼편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오른편에는 아기자기한 정원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솔숲 사이 오솔길과 벤치, 운동기구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도심 속에 이토록 넓고 멋진 숲길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동네서점 '지구불시착' 방문기
큰애를 만나기 전 시간 여유가 생겨, 경춘선 숲길 인근에 위치한 작은 동네서점 '지구불시착'을 찾았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공간이지만 사장님의 취향과 온기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서점 곳곳을 채운 위트 넘치는 문구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손재주가 좋으신 사장님께서 즉석에서 둘째의 멋진 초상화를 스케치해 주셨다. 마침 이곳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의 결과물들을 책으로 엮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뜻깊은 책과 서점 굿즈, 그리고 사장님의 에세이집을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다. 단출하지만 확실한 색깔을 가진, 참 고마운 문화 공간이다.











과거에 쓸모를 다해 버려졌던 폐선 부지가,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과 웃음을 모으는 소중한 도심 속 쉼터가 되었다. 이번에는 초여름의 싱그러운 푸르름을 한껏 눈에 담았으니 , 낙엽이 예쁘게 물드는 늦가을이 오면 그땐 꼭 공릉동 카페거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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