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든든한 마을공동체 '문산온마을학교'에서는 매년 이맘 때 즈음, '마을길따라 오월인권길 걷기' 행사로 오월정신을 잇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문산마을에서 국립5.18민주묘지(이하 5.18묘역)까지 오월인권길을 걷는다고 했더니 다들 놀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있냐고. 나 역시 궁금했다. 차를 주로 이용하고, 길찾기도 내비게이션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도통 어떻게 연결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떤 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3학년부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오월인권길 걷기를 문산온마을학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 답사도 할 겸, 3학년 담임샘 3명, 참가 희망 학생 2명, 학부모 1분과 함께 참여했다. 오월인권길 코스는 다음과 같다. 8시 40분까지 출발지인 '문산마을 당산나무'에서 모이기로 ..
올해 혁신자치부를 맡았다. 우리 학교 혁신자치부는 혁신학교 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학생 자치활동 지원, 마을교육공동체(온마을학교) 연계 사업 진행이 주업무이다. 그리고 부서의 특성 상 교직원회 회장을 추가로 맡았다. 그래도 소규모 학교임에도 함께 고민해 주는 기획 샘이 있고, 기획 샘이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전담하기로 해, 어느 업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잘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학생자치회 첫 사업으로는 부서별 1학년 차장을 선출했다. 그리고 3월 말에 학생회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 학생회는 회장단(회장 2,3학년 부회장)과 부서별로 3학년 부장, 1,2학년 차장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회장단 선거는 11월 말에 있고, 3학년 부장과 2학년 차장을 방학 ..
작년 참교육실천 나눔 원고에는 혁신학교지원센터에서 실천했던 워크숍을 정리한 ‘워크숍 길라잡이’를 소개하고, 이들 중 국어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워크숍들을 안내했었다. 그러면서 “이 워크숍들은 대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코로나가 지금처럼 힘을 발휘한다면... 용봉중에서 실천해 보고 내년 나눔과 실천의 자리에서 말씀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번 원고는 보고 겸 후일담이다. 2학기 수업을 계획하면서 우리 학교 학생회 선거가 있는 11월에 ‘토의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우리 학교의 문제점 및 개선점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회 활동에 관심도 갖게 되고, 출마자들은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타당성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태도도 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작년 2학기 내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언제든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다행히 대면수업을 진행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자가격리나 자율격리 등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언제든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다 구클을 활용하게 되었다. 마침 시교육청의 미래이음 선도학교에 공모해 태블릿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크게 고려되었다. 그런데 태블릿을 활용하는 수업에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계정 문제. 미래이음선도학교로 지정돼 180대를 받았지만 이를 수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샘들이 많아, 학년별로 나누다 보니, 우리 학년은 60대 정도를 배정받았다. 결국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고, 수업 시간마다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봄날은 봄날이다. 아무리 맵찬 바람이 불어도 꽃들은 기어이 피어나고, 연둣빛 새싹은 빈틈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찾아오니 학교는 봄 그 자체다. 3월 2일 전교생이 등교하던 날의 가슴 벅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월도 3주를 보냈다. 교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도, 마스크 쓰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급식실에서 말없이 한 방향만 보고 식사를 하는 장면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수업을 하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오전 8시 전부터 등교 발열체크를 시작으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학년별로 나뉜 3번의 점심시간 동안 2차 발열체크며 식사 준비, 급식실 거리두기, 소독 등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모든 시간, 모든 ..
*교육부 월간지 "행복한교육" 2021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링크] 2020년, 코로나19를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 1년이었습니다. 국가, 지역, 성별, 연령, 직업을 떠나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겪은 재난과 고통의 이야기들을 모두 책으로 엮는다면 전국 도서관을 모두 채우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학교를 새롭게 옮겼고, 오랜만에 담임교사가 아닌 행정지원팀에서 교무업무를 맡아 낯설고도 복잡한 미로의 첫 시작점에서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복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원격수업을 위한 수많은 연수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드디어 6월 8일 1학년 학생들의 얼굴을 ‘영..
*이 글은 광주국어교사모임의 참실 대회 원고로 공유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1. 워크숍 길라잡이 2년 동안 혁신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교사’ 역할을 맡았다. 시교육청과 혁신학교의 연결, 혁신학교 정책 연구, 혁신학교 평가, 혁신학교 컨설팅, 혁신학교 아카데미 연수, 혁신학교 네트워크 운영 그리고 일반학교와 타 지역의 강의 요청 등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느라 짝꿍 선생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회의와 실행, 평가로 보냈다. 항상 머리가 뜨거웠고 나이에 맞게 눈은 먼 곳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 순간이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큰 성장을 가져온 업무는 혁신학교 컨설팅이었다. 컨설팅(consulting)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고객을 상대로 상세하게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의 정의대로 컨..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아침 등교 맞이가 상당히 힘들어졌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패딩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아이들은 더더욱 얼굴 알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가장 힘든 것은 차가워진 공기 때문에 열화상 카메라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습기 찬 안경을 내리고 앞머리를 올리고서야 겨우 체온 체크가 가능하다. 더뎌진 체온 측정에 줄은 길게 늘어서고 찬바람에 오래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차가워진 손에 알콜성 손소독제 바르기를 무척이나 주저한다. 어쩔 수 없이 손소독제 앞에 서서 ‘손소독제 바르세요’, ‘손이 깨끗해야 좋아하는 사람 손도 잡을 수 있다’는 등 강압적이거나 말도 되지 않는 말로 학생들을 구슬린다. 급하게 짜낸 아이디어로 열화상 카메라가 있는 중앙 현관에 전기 히터를 3대 ..
1. 고민의 출발 초임 교사 시절에는 국어교과에서 할 수 있는 계기교육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굳이 국어교과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음. 그러다 5·18 4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한 수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함. 2. 그래서? 야심 차게 4권의 책을 돌려 읽으며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수업을 하고 싶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함. 동화, 시, 소설 등 다양한 텍스트를 온라인 상에서 제공하고 5.18을 접근하게 함. 그리고 성취기준과 접목시키려 노력함. 3. 과정 및 결과 한 줄 요약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학생들 반응이 좋았음. 온라인 수업의 작은 가능성 발견. 4. 계획은 야심 찼으나... (*대단원인 월별 프로젝트는 2월에 1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