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더 문(프랜시스 오록 도웰)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0. 11. 9.
표지 그림과 같이 제목 <슈팅 더 문>은 '달을 촬영한다'는 의미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베트남 전쟁과 달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직업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의 기지를 전전하던 티제이와 제이미에게 군대는 가장 명예로운 곳이며, 전쟁은 명예를 드높이며 헌실할 수 있는 실감나는 기회이다. 그런 전쟁에 오빠 티제이가 참전하게 되고, 제이미는 오빠에게서 전쟁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해져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티제이에게 오빠는 편지보다는 필름을, 그리고 전투 장면보다는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부상당한 군인을 보여준다. 그리고 분화구 속까지 보이는 달을 찍은 사진과 함께. 제이미는 오빠가 보낸 사진들을 현상하고 인화하고 그렇게 사진 한장 한장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전쟁의 본질을 알게 된다. 전쟁은 명예롭지도, 헌신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보다 존경하고 선망했던 아버지의 한계 역시.
많은 문학 작품에서 달은 '그리움'을 상징한다. 늦은 밤, 홀로 고요한 공간에서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그리운 대상들이 달에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보이는 위치와 시간은 달랐겠지만, 전장에서 달을 바라보고 그것을 찍었던 티제이의 심정과 오빠가 행방불명 된 상태에서 달을 바라보고 찍었던 제이미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에서 작은나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소통하며 바라보았을 '늑대별'을 바라볼 때의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새삼 다의어 '슈팅'이라는 단어에 '총을 쏘다'는 의미와 '사진을 찍다'는 두 가지의 의미가 떠오른다.
책의 메시지는 '반전'이다.
미국이야 세계 곳곳에 분쟁을 일으키는 나라이니 '반전'이라는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특별한 메시지가 될 수 있있겠다. 하지만 60년이 넘도록 분단으로 상존하는 전쟁의 위협과 그에 대한 대비로 청준의 가장 열정적인 시기를 전쟁을 위한 연습으로 보내는 나라가 있다. 매년 천문학적인 분단 비용을 치르면서도 통일 비용을 걱정하며, 삶의 영역과 이성의 영역이 절반밖에 남지 않는 나라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원래 하나였던 사실조차 가끔 망각하는 나라가 있다.
우리에게 '반전'은 생존의 메시지인데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책은 유효한가.
(122) "만약 나까지 베트남으로 보낸다고 하면, 우리 엄만 진짜 미쳐 버릴 거다."
"보낼 리가 없어."
그럴 수는 없었다. 형이 이미 베트남에서 싸우다 죽었는데 그 동생까지 베트남에 보내는 건 공평하지 않다.
그는 날 보며 말했다.
"보낼 수 있어, 군에서 결정하면 얼마든지."
"그래도 보내면 안 돼."
이번엔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난 너라면 이 일을 내 일생일대의 기회쯤으로 생각할 줄 알았는데. 전액 경비 지원되는 베트남 전쟁 투어라며 말이야. 왕복이 될 수도 있고 편도로 종칠 수도 있는 여행. '진짜 군인의 삶을 체험하러 떠나는 거야!' 막 이럴 줄 알았거든."
(171) 누군가에 대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이 순간이 그랬다.
나는 언제나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했다. 존경했고 선망했다. 하지만 이젠 진절머리가 났다. 아빠에게 따지지는 않았지만 아빠는 군대의 방식이 가장 훌륭한 방식이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으면서, 본인 스스로가 군대의 방식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하나 다를 것 없이 행동했다. 어려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정당하지 못한 수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그걸 알고도 난 그 일병의 일에 대해 규범을 핑계 삼은 아빠를. 이제 와서 자기가 군대의 규범을 그토록 중시했다는 것처럼, 그 중요한 군대의 규범에 어긋나게 사사로운 친구의 행방 따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알려 줄 수 없다는 듯 행동하는 아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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