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비의 음악 야화
- 행복한 책읽기 / 예술
- 2023. 10. 25.

전 세계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클래식을 소비하는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클래식은 이름처럼 교양의 표준이기에 공부하려 애쓰고 그래서 일상생활에 상당히 많이 젖어들었으면서도 클래식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나이에 따라 클래식에 가까워졌다. 10대까지는 우리나라 발라드와 발라드 계열의 팝송을 많이 들었고,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면서 엘자나 빠뜨리샤 까스 샹송을 들었다. 좀더 묵직한 팝송이 있긴 했지만 정서는 그렇다. 20대에는 민중가요를 주로 들었다. 가락보다 가사에 좀더 꽂혔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락발라드로 이어졌고.
40대가 되니 가사가 귀에 들어오는게 신경쓰였다. 노랫말은 흡인력이 강해 귀에 들어오면 바로 상념으로 꽂힌다. 그래서 가사를 알 수 없는 제3세계 음악을 들으며 안정을 찾았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딱 맞는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집에서 술한잔 할 때도 클래식을 듣게 됐다. 방치해 둔 턴테이블을 다시 꺼내고 한장 두장 LP를 사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 것이 내 나이의 삶인 것 같아서. 사실BTS의 노래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미스터, 미스트롯은 공감하고 싶지 않고. 마음을 울리는 가사도 있으나 인생을 대충 퉁치는 가사에 공감하고 싶지는 않다.
쓰다 보니 서설이 길었다. 클래식 음악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듣고 싶어 책을 몇 권 샀다. 그러다 담양 도서관에서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를 몇 년 전 신간코너에서 보았다. 제목이 끌렸다. 이름도 평범치 않고 음악 야화.. 뭔가 삼국사기 아닌 삼국유사처럼 뒤담을 다룰 것 같은.
책은 나처럼 노래의 배경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설명이 이어지며 QR코드로 작가의 대표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가 재밌다. 적당한 풍문이 담긴 썰을 잘 푼다. 스토리가 연결된다. 작곡가도 유명인 이전에 사람이고, 누구보다 민감해 더 많은 삶을 갈등을 겪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했으니까.
작곡가들을 보면 호수의 백조가 떠오른다. 수면 위의 우아한 삶과, 수면 아래 한시도 쉬지 못하고 헤엄쳐야하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큰애와 옹푈레르와 몽마르뜨 언덕에서 짐 노페디의 음악을 듣다보면 그렇게 편안하고 잔잔한 음악인데, 그의 삶은 참...
적다 보니 이 책을 추천해야 하는지, 클래식을 추천해야하는지 이중적인 상황이 돼 버렸다. 그러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뒷담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 면에서 컨셉도 잘 잡았고 작가도 눈높이를 낮춰 읽기 편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책은 진행형이다. 작가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유튜버니까.
어떤 분야의 문외한으로 '문과생'을 보통 명사처럼 쓰던데, 클래식의 문과생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접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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