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여명이다.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 차근차근 그러나 세차게 밀려오는 아침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을길을 나선다. 학교 가야할 시간에 다른 학교 가는 기분이 낯설다. 혁신학교 수업 참관이라는 출장 목적도 낯설다. 소속 학교가 다른 선생님들과 한 버스에 모여 혁신학교로 가는 이 길이 낯설다. ‘혁신학교’ 다른 지역의 이야기, 우리 지역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와 관련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국어 수업의 변화만으로도 벅차고 힘든 일이라 학교 단위의 혁신에 대해서 고민할 여유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 각종 토론회와 연수를 거치면서, 내 몸과 마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혁신학교’가 되었다. 그러다 가끔은 내 운명이라는 생각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