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학습 인솔 교사로 상해에 있는 자매학교와 상해, 항주를 둘러보게 되었다. 여느 해보다 국어교사모임 일정이 촘촘하게 잡혀 있어 인솔 교사로 참가하기 어렵다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학생지도의 연장이고 마음을 써 주시는 걸 아는 까닭에 준비 없이 떠나기로 결정했다. 마음의 부담이 덜했던 건, 아이들 수도 많지 않고, 두 차례 비슷한 일정을 다녀온 적이 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이라 일정이 여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여행 전날 짐을 챙기며, 상해임시정부 방문이 마지막 일정임을 떠올리고 아내가 얼마 전에 구입한 김별아의 "백범"을 챙겼다. 사실 지금까지도 "백범 일지"를 읽지 못했다. 부담없이 읽으려고 문고판을 사 두었는데, 게으름으로 지금까지 손대지 못하다 결국엔 서재에서 찾지도 못하고 있..
처음에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음울한 색채와, 표지에 그려진 캐리커처는 읽기 전부터 약간의 거부감을 주었다. 이 책을 읽는 초반에도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이름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한 중년의 남자 ‘피터르 핑크’-나름대로 성공한 변호사-가 내키지 않는 동창회에 참여하게 되면서(아내의 권유로) 시작한다. 이사를 간 이후 동창들과 연락을 아예 끊고 살았던 피터르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떠오르는 추억이 거의 없다. 다만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늘 괴롭힘을 받던 '시히'라는 아이에 대한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를 뿐이다. 이야기는 서술자인 피터르 핑크가 동창회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