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홍세화 선생님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으며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용인(똘레랑스)과 사람이 먼저인 문화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물론 프랑스 역시 제국주의의 수혜자였고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지만, 그들이 유지하는 문화와 교육 중에는 우리 사회에서 참고할 내용도 적지 않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는 작가의 딸인 ‘칼리’를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도 성숙한 존재로 동등하게 인정하며 생활하는 모습, 서열이 없어 오히려 학교가 제 구실을 하는 모습, 그리고 민주주의를 체화하는 곳으로서의 학교가 인상 깊게 그려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유용하지도 않는 지식을 청소년기 내내 치열하게 암기하고 서열 경쟁으로 내몰..
중학생때 공부하기 가장 어려웠던 과목 중에 '농업'이 있었다. 시골에 살았고 매일 보는 것이 보리며 벼, 소와 돼지였지만 우리집은 장사를 했기 때문에 농업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생소했고 외워할 내용들이라 어려웠다. 고등학생때에도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 많았지만 그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윤리'였다.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현실파악과 고민이 내삶과 연결되기 보다는 하나하나 외워야할 지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농업이야 그 시기에 외웠다 잊혀져도 그만인 지식이었지만, 인문학을 공부하고 그 언저리를 가르치는 걸 업으로 삼게된 지금도 철학은 여전히 이야기 꺼내기 어려운 지식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 조금씩 더 익숙해지고 반성할 생활이 중첩되면서 서서히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들이 내가 생각하는 삶과 연결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