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렸다. 세상에 듣기만 했던 그 명작을 내가 읽게 되다니! 드디어!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라스꼴리니꼬프가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상황도 꽤 길었고, 살인 이후에 힘들어하며 주변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동안 이런 고전들을 요약본만으로 만난 폐해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어쨌든 꽤나 심오하고 심각해서 어렵게 읽을 줄 알았는데, 속도감 있게 읽혀서 4일에 걸쳐 새벽까지 읽어 버렸다. 햄릿을 닮은 라스꼴리니코프도 매력적이지만, 끝내 구원받지 못할 것 같은 삶을 살아간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의 초반 술주정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특히 어떻게든 친구를 도우려는 라주미힌과 라스꼴리니코프의 여동생 두냐(아브도찌야 로마로브냐) 캐릭터에도 강하게 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