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반항 심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 아이들이 글을 써서 불만을 해소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글을 나눔으로써 공통점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불행하게도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유의 작가들과 같은 공동체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위험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올 초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겨울연수 제목은 였고, 독서분과에서는 을 미리 읽고 오라고 했다. 경험을 나누는 사람으로 연수에 참석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을 읽으며 프로그램을 기획한 송승훈 선생님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다. 모임을 하며 이루고자 했던 꿈들이 이 책에 녹아 있었다. 우린 학생 개개인의 고민에 주목해 그걸 내적 동기로 삼아 독서..
‘삼국지연의’를 한창 재미있게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중3. 당시 명목뿐이던 연합고사가 있었던 시절. 시험에 대한 모든 것을 잊고 공부가 아닌 책읽기로 밤을 새우던 시절이었다. 아, 얼마나 감칠맛 나던 책인가? 야금야금 읽어가며 간웅 조조의 시대적인 안목에, 시간을 뛰어넘은 제갈공명의 지략에, 유비의 어진 마음에, 관우의 비장한 최후에 눈물 흘리고 가슴 뛰는 감동을 느꼈었다. 한때 사마천이 그 삼국지를 지었다고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겠지만 매력적인 이야기들의 무대가 되었던 중국을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멈출 수 없다. 중국의 모든 것의 시작, 한(漢) 漢나라 유방과 항우의 대결로 시작된 한나라! 한(漢)은 B.C.206년 영토의 반에 해당하는 서부지..
학교에 불어 닥친 시장주의 바람이 거세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학교는 숫자와 통계로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역시 이런 평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시교육청에서 발간한 2008년 겨울호에서 홍세화 씨는 프랑스의 교육은 일정한 성취를 이루기만 하면 되므로 자유롭게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발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1등을 해야하므로 1등을 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은 경쟁을 이끌기 위해 초등학교까지 일제 고사를 실시하고, 평준화를 흔드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더 많이 세우고 있으며, 심지어 중학교까지 국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서열화하고 있다. 대학교 입학에 수능 점수 비중을 높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서열화하는데 애쓰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학교에서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머리가 심란하거나, 교복이 단정치 못한 아이들, 수업 중에 엉뚱한(생뚱 맞은?) 질문이나 대답으로 당황스럽게 했던 아이들 모두가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달라 보였다. 외형은 거의 어른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이지만, 결국 저 아이들의 뇌도 우리 아이만큼이나 어리고(?), 계속해서(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만큼 세심한 배려와 주의를 요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먼저, 이처럼 아이들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변화’라는 말에 위험과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듯이, 아이들의 뇌가 자라고 변화한다는 것은 지금 눈에 보이는 ‘위험’이 희망적인 ‘가능성’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대체로 범생이 많은 우리 친척들 중에 좀 특이한 사촌 동생이 하나 있다. 물론 내 기준이겠지만. 동생이 영문과를 진학한 것도, 어느날 '카투사'를 지원해 근무한 것도, 그리고 얼마 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하여 잘 지내고 있고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으로 떠날 수 있을까? 그러고 생각해 보니, 기회는 주어지는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생각에 이르러 동생의 적극성이 참으로 놀라웠다. 외국으로 훌쩍 떠나는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상황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아이가 아직 어려 여행을 할 수 없어, 책이나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 속에서 자극 받고 나를 돌아보곤 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
(24) 스페인에서라면 물론 반파쇼 전선에 가담해야 할 테고.... 가만있어봐, 태평양전쟁 때의 학병이라면 탈출하든지 적극적으로는 연합군측에 가담하는 게 원칙일 테지. 그러면 베트남에서는? ✎ 책의 도입부부터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때문에 주인공이 그렇게 고뇌하는지, 가족과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죽음의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지만 친구 상진의 베트남전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은 정신이 확 들게 했다. 이 책은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냄새를 거의 자제하면서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묘한 힘이 있다. 베트남전, 4.19, 얼핏 스쳐지나가는 듯 하지만 주인공의 고뇌 속 살아있는 시대였고, 삶의 현장이었다. (40~41) 너희들 두렵지도 않니? 너나 인호 형은 퇴학했구 정수..
쇠고기 문제, 독도 문제, 남북 문제 등 보통 외부와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내부의 결속은 강해진다는게 상식인데, 광복절 오늘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갈등의 양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빼앗은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고, 또 자주 승소하는 현실에서 광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합의 없이, 통일 세력들을 제거하고 외세의 지원을 받아 무리하게 단독 정부를 세운 세력들이 '건국절'이라는 엉뚱한 기념식을 만들어 국가적으로 치르는 것을 보면, 국민을 통합해야할 책임이 있는 이 나라의 정부와 사회 주도 세력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화가 난다. 하지만 광복절 오늘, 우리 우리가 시급히 논의하고 풀어가야할 문제가 드러난 통계 결과 보도가 충격적이다. 우리..
고3을 가르치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8종 문학교과서의 작품을 정리하고 각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를 꼼꼼하게 푼 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정답을 설명해 주고 뿌듯해 했다. 시대적인 분위기 봐 가며 예상문제를 찍고, 그것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실력 있고 준비된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국어교사모임 주최로 수업사례 발표와 강좌가 있었는데, 그때 김은형 선생님의 ‘교사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김은형 선생님은 ‘수업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며 선생님의 학교 생활을 천천히 이야기하셨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쓴 두꺼운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상황이란 게 대학을 잘 보내는 ..
로 유명한 세르쥬 페레의 작품이다. 에서 보여주었던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좀 더 밝아진 느낌이지만 냉소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 책은 여름캠프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얼핏 보면 꽤나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흘러갈듯 하지만 제목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가로 막힌 듯 두 사람 사이엔 어떠한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아이들은 프랑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들이라 한다. 남자 아이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자식을 캠프에 보내는 것이 조금은 홀가분한 집안의 아이이고, 여자 아이는 성장했어도 부모의 손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금은 유약한 아이이다. 성별도 환경도 다른 이 두 아이는 모두 캠프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자아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