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학습 인솔 교사로 상해에 있는 자매학교와 상해, 항주를 둘러보게 되었다. 여느 해보다 국어교사모임 일정이 촘촘하게 잡혀 있어 인솔 교사로 참가하기 어렵다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학생지도의 연장이고 마음을 써 주시는 걸 아는 까닭에 준비 없이 떠나기로 결정했다. 마음의 부담이 덜했던 건, 아이들 수도 많지 않고, 두 차례 비슷한 일정을 다녀온 적이 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이라 일정이 여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여행 전날 짐을 챙기며, 상해임시정부 방문이 마지막 일정임을 떠올리고 아내가 얼마 전에 구입한 김별아의 "백범"을 챙겼다. 사실 지금까지도 "백범 일지"를 읽지 못했다. 부담없이 읽으려고 문고판을 사 두었는데, 게으름으로 지금까지 손대지 못하다 결국엔 서재에서 찾지도 못하고 있..
집을 떠나 여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과 어린 아이가 있어 여행을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을 찾아가기 일쑤다. 그래서 가고 싶은 여행마저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끊임없는 자기 독백과 함께 세상, 사람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한다. 여행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자연과 문화, 인성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공통적인 본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도 같다. 에는 그런 여행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 가장 선진국이며 여러 문화가 녹아있는 청나라를 방문하면서도 연암이 붙잡고 있었던 것은 문명에 대한 관심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도’였고 ‘덕’이었다. 어떻게 하면 도덕을 이룰 수 있을까. '이용후생'하여야 덕을 이룰 수 있다. 이용후생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갇힌 틀, 편견을..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말'과 관련된 수많은 속담들, '질투'에 관련된 수많은 속담들, 세력을 주도하기 위해,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수다'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루머는 필연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루머의 피해 당사자 '해나'는 자기를 중심으로 펼쳐진 루머에 대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자존감을 도저히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루머'를 퍼뜨리고 '루머'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그들 안에서, 루머로 인해 자포자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발상이 대단한 소설이다. 해나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음된 테이프 한 면, 한 면을 들을 때..
처음부터 불편한 책“선생님! 무슨 사전을 읽어요?” 시험기간 중 자습을 시키고 난 뒤 책을 꺼내어 읽자 맨 앞에 앉아있는 남학생(책에 관심이 많은 이름은 항근이. 주로 판타지이지만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에 죽치고 사는 아이)이 관심을 표시한다. “그래 사전이다. 인디언 역사에 관한 사전..” 그리고는 책을 다시 들었다. 아마 이 책의 두께와 크기 때문에(색깔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거므스름한 갈색, 누군들 골치아픈 사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짐작을 했으리라. 웃으면서 다시 책을 들었지만 마음은 괴로웠다. 벌써 일주일간 50페이지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한마디로 매우 고통스러운 책이었다.(책을 읽기로 하고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지금 이렇게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우화집답게 짧은 이야기 속에 생각할 거리가 많다. 중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만, '아는 만큼' 자극받고 받아들이게 될 내용도 달라질 것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맛보기에 좋은 책이다. 몇몇 작품은 풍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한 재인식이지 않을까. 특별히 6.어느 무화과 씨의 꿈, 10.자신을 죽인 파디샤, 11.미친 사람들, 탈출하다가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위대한 똥파리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또 다른 이야기이다.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똥파리의 선구자적인 행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현실은 똥파리의 힘으로 유리창을 깰 수 ..
1000쪽 읽기 수행평가를 진행하면서 아이들 덕에 읽게 되는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이 책 '스피드'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책을 읽은 아이들의 반응은, 책이 잘 읽히고 너무 교훈적이지 않아 읽을 만하다는 것이다. 또 내가 들고 다니는 수첩을 보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했다. 몇 년 전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기는 했다. 모임에서 상황도서목록을 만들 때, 점검 도서였는데, 다른 선생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책을 사 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다. 책에 딸려 온 수첩을 학교에서 자주 들고 다녀 아이들은 내가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스피드"란 제목과 표지 그림에 어울리게, 추리 소설적인 요소에, 액션이 가미된 모험담이다. 등장 인물도 많지 않고, 대결구도도 분명하고, 명문고등학..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먹어서 죽는다"는 역설적인 말처럼, 너무 풍족해서 잃은 것이, 그리고 잃을 것이 많은 시대다. 풍족한 사회여서 잃은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가족이다. 수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 우리네 가족에 대한 통계 결과는 어둡고 절망적이다. 사회, 문화가 빨리 변하고, 본능적으로 좀더 유리한 조건을 물려주고자하는 가족의 바람이 기러기 가족이나 가정 폭력 등 끊임없는 사회 문제를 낳는다. 변하는 사회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어린 시기부터 사회화를 담당하는 가정과 학교 같은 교육 공동체의 붕괴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다양한 사회에 맞게 다양한 분야가 생겼지만, 기능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가족의 문제이고, 그런 면에..
뜻하지 않게 만난 책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된데 이어 두 번째 받은 선물이라고나 할까. 방명록에 남긴 편집자의 글을 보고 메일을 보냈더니 책을 다섯 권이나 보내주었다. 프랑스 청소년들이 2008년에 가장 좋은 책이라고 추천했다는데, 프랑스 아이들의 관심이 드러나는 것 같다. 다른 세상에 대한 궁금함, 동경은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다행히 요새는 그 관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사회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4년 전 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최고의 지성을 갖춘 부자간의 대화를 다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책을 통해 불교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정글'은 그 특성상 자연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다. 윤회적 세..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이 소설의 구조상 감상문은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많다. 다른 독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 같아 여느 때보다 감상문 쓰기가 부담스럽지만 써야 하는 글이기에 표 나지 않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처음 다가온 사랑에 대한 설렘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는 예술로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에 익숙한 감정이지만 형식이나 표현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낯설게,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역시 첫사랑을 시작하는 사람과 첫사랑을 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낯선 구조로 이야기해 재미를 더해준다. 연애담과 미스터리를 조화해 놓았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