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시 낭송 수업을 하고 나서.

매번 시험을 앞두고는 시험범위까지 나가기 위해, 지식을 주입하고야 만다. 주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밑줄도 긋고, 별표도 그리게 하고, 시험에 낸다는 협박까지하면서 아이들을 간신히 이끌고 간다. 활동하며 공부하는 단원은 시험 문제를 출제하기가 참 옹색하다. 결국 시험 가까운 몇 주에 지필고사 문제를 다 쏟아내고 만다.

중간 고사가 끝나고, 중간 고사 기간과 겹쳐 수업하지 못한, 한글날 기념 수업을 두 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MBC에서 제작한 "한글, 위대한 문자의 탄생"을 1학년 때 보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이번엔 역시 MBC에서 제작한 "천년의 리더십, CEO 세종"을 보여주며 비디오 내용을 정리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말의 민주화와 정보의 공유로 모든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정신이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 남기를 바라면서.. 또 그런 애민 정신이 이 시대에도 이어지길 바라면서..

1단원 작가와 작품, 3단원 문학의 표현을 공부하며, 시를 여러 편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터라, 중간 고사에 이후에 하려고한 "모둠별 시 낭송" 수업을 안내할 때 아이들의 저항이 크진 않았다. 작년 박안수 선생님이 광주고에서 사용하신 자료를 중학생에 맞게 편집하고, 시낭송 축제 동영상을 보여 주며, 일단 낭송하기 좋은 시를 고르고, 거기에 어울리는 낭송 방법을 찾고, 화면과 배경음악 등 보조자료를 갖추도록 했다. 그런 계획서를 확인하고 준비할 시간을 준 뒤, 두 주 정도 5단원 창작의 즐거움, 소설 쓰기를 진행하는 틈틈이 (소설 쓰기는 따로 평가서를 써볼 생각이다.) 시 낭송 상황을 점검했다.

마침 연구 수업을 하기로 돼 있어 시 낭송 수업으로 연구 수업을 대신하기로 했다.
시 낭송 수업은 상당히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의 평가는 연말이 돼서야 나오겠지만, 아이들의 활동을 바라보는 내 소감은 그렇다. 반마다 문화가 좀 달라 호응은 다르기는 했지만 비교적 시 낭송 수업의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본다.
아래 첨부한 동영상은 심훈의 "그날이 오면"이란 시를 남학생 모둠에서 낭송한 것이다. 시 낭송으로만 보면 가장 맞추기 어려운 합창송의 방식을 선택해 읽고 말았다. 그러나 영상에 나타난 아이들의 활동을 보면, 시 낭송을 준비하며 이 시를 살펴보고, 표현 방법을 고민하고, 낭송 속도와 동영상의 속도를 고려하여 아이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하게하는 동영상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낭송하는 수업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시 한 편을 다양하게 표현해 보며 시를 읽는 즐거움을 맛보았을 것이라는 정의적인 목표는 달성했으리라 본다. 다른 많은 모둠도 이 아이들처럼 영상 세대답게 직접 촬영한 사진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뒤 시 낭송을 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있었다. 시 낭송의 본질은 시 낭송인데, 시의 특성에 맞는 낭송 방법을 깊이 고민하고 연습하지 않아, 막상 시 낭송할 때에는 동영상과 목소리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방과 후에도 또다른 학원 생활이 시작하기에 요새 아이들은 역할 분담을 잘 한다. 이번 활동의 경우에도 6명을 한 모둠으로 했는데, 사진 촬영한 사람, 동영상 편집한 사람, 시 낭송하는 사람을 다 따로 두어 활동한 뒤, 여러 차례 종합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아이들이 동영상에 신경을 썼던 건, 예로 보여주었던 작품들이 동영상을 중심으로한 영상시였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그러니까, 시 낭송 본래에 충실했다면, 동영상의 활용보다는 화면은 시구절을 제시하고, 적절한 음악을 곁들인 상황에서 낭송에 중심을 두었어야 했다. 아이들과 시 낭송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어 시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낭송 방법을 선택했지만, 동영상이나 배경 음악에 소리가 눌렸거나, 호흡을 맞추지 않아 준비했던 내용들을 제대로 발표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업은 아이들과 한바탕 시 낭송을 즐기고, 낭송 방법이 시의 맛을 제대로 살렸는지 느낌을 이야기해 보는 시간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기계의 변수, 막상 동영상을 재생했을 때의 문제, 또 호흡의 문제로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시간을 내, 아이들의 동영상과 실제 낭송을 미리 확인한 후, 이른바 무대에 올렸다면 준비했던 아이들의 만족도, 바라보는 친구들의 마음도 훨씬 풍성했으리라. 수행평가 발표 이후, 평가하며 다소 기가 죽어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준비 과정을 방증하는 것은 아니었던가.

6~7명으로 활동했던 모둠원의 수를 5명 내외로 줄이고, 시 낭송 본래의 의도를 좀더 충실히 제시한다면, 이 수업으로 얻고자 했던 "시와 사랑에 빠지는" 계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요새 아이들의 시 낭송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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