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살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이다" "아홉은 동양에서는 의미있는 숫자이다. 십진법에서 전체, 완성을 의미하는 열에서 하나 모자라는 수! 그래서 완성을 향하고 있는 수이다." 나는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일종의 질투심과 좌절감을 함께 맛본다. 왜 나에겐 재미있게(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고향도, 사람들도, 사건도, 전설도 없는 것인지. 입담과 말재주가 없는 나에게 평생 이런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쓸 일은 없을 듯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충분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작가는 아홉살이란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의 두 말은 작가의 그런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홉'이라는 숫자보다 여민이에게 주어진 '상황,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