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간을 빼앗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265) 묵직한 말이다. 작게는 시간 약속에서, 크게는 일제의 식민 통치가 우리 국민들에게 빼앗은 것이 단 한 번뿐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실감난다. 단 한 번뿐이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게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하고, 선택하고, 노력하고, 아쉬워한다. 이 책에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두 시대의 폭력이 ‘타임 슬립’을 통해 이어진다. 먼저 현재의 ‘햇귀’는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행동하지만, 햇귀에게만 온갖 폭력을 휘두르는 태후의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또 일제시대의 ‘수인’은 넉넉한 가정에서 가수를 꿈꾸며 행복하고 살고 있었으나 일본 경찰과 앞잡이의 계략에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며 일본 경찰의 가정부로 산다. 그러고도 정신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