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을 가르치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8종 문학교과서의 작품을 정리하고 각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를 꼼꼼하게 푼 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정답을 설명해 주고 뿌듯해 했다. 시대적인 분위기 봐 가며 예상문제를 찍고, 그것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실력 있고 준비된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국어교사모임 주최로 수업사례 발표와 강좌가 있었는데, 그때 김은형 선생님의 ‘교사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김은형 선생님은 ‘수업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며 선생님의 학교 생활을 천천히 이야기하셨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쓴 두꺼운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상황이란 게 대학을 잘 보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