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전국 이야기대회 소감

전국 이야기대회가 10회를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진부한 표현으로는 세상의 변화를 조금도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10'이라는 횟수를 보며 광주지역 이야기대회를 주관했고 또 전국대회의 심사위원으로 몇 차례 참여하면서 '이야기 교육, 이야기 대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함께 행사를 준비하는 지역 모임 선생님들과도 의견을 나눌 겸 해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이야기 교육이 필요할까?
이전 교육과정에 이어,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이야기 교육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다. 다만 개정교육과정에서 소설 옆에 괄호로 '이야기'를 적어 중간 장르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과정 자체가 장르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으므로 '소설'과 같은 체계 속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글로 쓴 이야기가 소설이라면, 말로 전달하는 이야기는 '이야기'인 셈이고, 여하튼 이야기이므로 줄거리와 갈등, 구조 따위를 갖추어야 이야기라 할 수 있다는 정도. 
그런데 우리가 수업으로 실천하는 이야기 교육은 '수용' 교육보다는 '생산' 또는 '재구성' 교육이다.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들은 이야기, 읽은 옛이야기, 개작한 이야기를 형식에 맞춰 '잘 말하는' 것이다. 이야기 장면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제시하고 인물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대화를 하거나 갈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상력, 표현력, 사고력, 감성 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새 돈이 되는 많은 것들이 스토리텔링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 '이야기'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능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이를 풀어낼 수 있는 내용과 활동이 없기에 10년간 이야기 교육은 축적된 내용이 별로 없다.

2. 이야기 대회의 이야기는.
이야기대회는 이야기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상을 위한 동기가 뚜렷이 드러난 경우가 여럿 있어 문제제기가 있지만, 이야기 대회를 치르며 이야기 교육에 대한 논의를 넓혀가는 자리가 된다. 이야기 대회는 이야기 내용에 따라 요즘 이야기와 옛날 이야기로 구분한다.

가. 옛날 이야기
옛날 이야기는 기록된 이야기를 구연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탄탄하지만 '전설'의 경우 '유래담'으로 빠지거나 '민담'의 경우 흥미에 그쳐 들을만한 내용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옛날 이야기는 먼저 이야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또 하나 옛날 이야기는 '들려 준다'는 개념이 강해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이야기를 자기식으로, 자기 말로 풀어가야 한다. 대화로 상황을 제시하거나 주변 사물 또는 요새 것들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면 좀더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겠다. 우리 지역 한빛상 '나도 밤나무'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좋았지만 들을만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약했다.
한편 개작한 작품의 경우 '흥미' 위주로 짜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듯해야하고 깨달음도 있어야 한다.

나. 요즘 이야기
요즘 이야기는 자신의 일이므로 자기식으로 풀어나가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역시 내용인데, 자신이 체험한 것 중, 깨달음이 있는 갈등 내용을 선정하는 게 좋다. 이때 경험 모두를 드러낼 것이 아니라 중심 이야기나 상황 하나를 짜임새 있게 정리하거나, 여러 일화를 종합해야할 경우라면 나열하기 보다 중심사건과 보조사건을 잘 정리해 구성해야 한다. 학생들 중에는 추억과 흥미에 치중한 나머지 남을 괴롭혔던 이야기, 남이 괴로웠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들을만한 이야기가 아니므로 이야기라 하기 어렵다. 이야기 할 때에는 내용에 따라 상황을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재연하거나 개인적인 일이라면 심리를 잘 드러내는게 좋겠다. 사투리를 너무 의식하는데 사투리는 실감나게 잘 표현하기 위해 권장하는 상황이므로 작위적으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이야기를 더 어렵게 풀어가는 것 같다.

3. 이번 이야기대회 총평
올해는 고등학생 심사를 맡았다. 30명 학생이 참가했는데, 이야기 내용과 이야기 방법에서 다양한 대회였다. 이야기 내용 몇 개, 이야기 방법 몇 개는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대회를 통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이 제시되었다.(위에서 제시했던) 이야기 교육의 내용이 축적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좀더 자세히 언급하면,
-구연 동화와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청중의 반응과 상관없이 준비한 대로 이야기한다면 구연이다.
-이야기 말미에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이야기 속살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도록 해야한다. 물론 교훈은 꼭 있어야 한다. 문학이니까.
-상황에 관계없는 욕설, 외국어, 유행어 남발 따위는 국어 생활이란 측면에서 문제다.

이야기 대회를 10회 거치면서 위의 내용은 걸러내야할 것이다. 
그 외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1시간이 넘도록 심사위원 사이에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이야기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표출된 시간이었다. 그 전날에도 1차 본선대회가 끝난 후 심사위원과 지도교사 사이에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해 답답하기 보다는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 가지로 의견을 모아야한다는 것 자체가 '대회'를 위한 조급한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전국 대회가 10회를 맞는 사이 우리 지역 대회는 7번을 치렀다. 2009년은 신종플루도 여느 때보다 참가 인원이 많이 줄었다. 참가 학생을 내보내는 교사도 해마다 다르다. 아직 대회를 치르는데 급급하고 행사가 끝나고 나면 허전함이 남을 때가 많다.
교사교육과정 속에 이야기교육이 중요한 영역이 되고 그것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야기대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참고 자료. 7회 광주이야기대회 고등학교 한빛상 수상작. 김영규(광주고2)>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