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어교사모임에서 중학생들에게 추천할 5.18 관련 문학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이 책을 소개받았다. 그간 여러 사정으로 읽지 못하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들과 함께 읽을 5·18 관련 작품을 살펴보다 이 책을 떠올렸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중 첫 번째 단편 ‘명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명령’은 중3 친구가 함께 중고서점에서도 놀다 먼저 서점을 나섰다 계엄군에게 시민군의 연락책이라는 오해를 받고 구타를 당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무서운 상황이었음에도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참을 시달리다 결국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친구가 떨어뜨린 ‘필승중학수학’을 들여다보다..
작년 5.18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독후감 대회를 열게 되면서 만난 책이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 혹은 미래를 연결시키려는 6명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던 6편의 청소년 소설. 1. 슈샤인 보이(박효명) -미래에서 온 소나와 4.19세대 광식이. 2. 손수건(하명희) -부마항쟁을 겪은 아버지를 이해하는(하게 되는) 호른을 좋아하는 나와 어머니. 3. 너의 손을 잡고서(전혜진) -가장 현실성 있고 재밌는 5.18 이야기 4. 생일빵(표명희) 5 -5.18을 겪은 큰아버지와 그를 이해하는 조카 이야기. 5. 분홍 토끼를 위하여(정미영) -학교 급식의 질 향상을 위해서 나서는 학생들(아미, 잠수함 토끼)과 5.18 때 실종된 할아버지를 연결함. 6. 행진(정도경) -홍콩 우산혁명이 생각나는, 현재진행..
작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전임지로 책을 보내주셨다. 바쁘기도 했고, 전임지에 갈 일도 거의 없어, 아내를 통해 올 2월이 돼서야 책을 받았다. 하지만 3월까지도 계속 일이 끊이지 않아 책을 읽지 못했다. 역시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한다. SF소설에 어울리는 표지다. 단편 '푸른 머리카락'의 한 장면을 그렸는데 서로를 마주하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수상집이라 소설 말미에 작가의 소감, 책의 뒷부분에 작품 평이 잘 정리돼 있어 SF소설의 형상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문학상과 관련하여 몇 년 전에 "안녕, 베타"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의 소설들도 소설로서의 완성도, 과학적 상상력, 실현 가능성,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 책도 그렇다. 중학생 정..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작품을 찾다 작가의 '눈을 감는다'를 읽었다. 주인공 '나'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죽는 것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5.18 광주학살에 대한 양심선언으로 군대에서 쫓겨나 정신까지 나가버렸을 때도 내 몫의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생활할수록 보잘것없고 찌끄러기가 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소한 체격에 공부도 못하고 사교성도 떨어져 친구들을 만들지 못한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학급의 실세가 되려는 반장의 이기심 때문일까? 자기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그놈들의 짓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학급 아이들이 무제일까? 아니면 직업군인이면서 명령에 따라 민간..
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말 속에서 드러나듯 거의 숙명적인 것 같다. 한편 생명체로서 사람은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나로서’ 살아가길 원한다. 그것도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로서의 본능이다. “피구왕 서영”은 나와 내가 포함된 사회의 강요된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오랫동안 만나며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도, 성장기를 주로 보내는 학교에서도, 협력하면서도 경쟁해야하는 사회에서도, 일시적인 같은 공간에서도 우리는 폭력적인 강요를 경험한다. 또 그러한 관계는 내면화돼 스스로를 구속하는 자기 검열이 되기도한다. ‘강요된 관계’에 대해 민감하게 성찰해 보는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초등학교를 배경..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집이다. 그동안 탈북민의 이야기는 장편의 일부, 또는 단편집의 한 부분으로 엮인 적은 있었지만, 탈북민 이야기로만 묶인 소설집은 처음인 듯 싶다.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서 알게 된 탈북민들의 생각, 상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정부가 탈북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 그 돈으로 우리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또 탈북민을 배신자이거나 북한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켜 내려온 사람으로 생각한다. 탈북민들은 정부로부터 임대아파트 등을 지급받지만,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 비용으로 보증금을 내느라 금방 궁핍해 진다. 탈북민들은 교육수준이 낮으며, 대학을 나왔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을 수 없어 취직하기도 어렵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7개의 소설을 묶은 단편집이다. 이중 '현남 오빠에게', '당신의 평화', '갱년'에는 이 소설이 표방한 '페미니즘'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여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이른바 큰 그림(빅 빅처)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 친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여자들끼리 서로 양보하며 살라는 가부장, 여자를 스트레스 해소로 대상화하는 등 모녀로 이어질 것 같은 불편함과 부당한 현실이 잘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자리에', '이방인'은 이 이야기가 왜 페미니즘 소설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여성 중심의 능동적인 인물을 그렸다는데 공감되지 않았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장남자대회를 통해 이유 없이 학살당한 여성들의 ..
“세븐 블라인드”라는 제목과 표지에서 이 글의 문제의식이 짐작된다. 파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 안에서 홀로 외롭게 앉아 있는 뒤표지의 여학생이, 민들레꽃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일어나 블라인드를 잘라내는, 7개의 이야기들이 홀씨가 되어 비슷한 문제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의도가 읽힌다. 한편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렌즈의 역할을 의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루밍’은 청소년들의 원조 교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쉽게 벌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원조 교제를 활용하기도 하고, 가출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의 진정성을 믿으며 원조 교제가 시작된다. 소비로 풀 수밖에 없는 가정의 문제, 태어난 게 죄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의 가장 큰 이야기거리는 ‘가난’이고, 두 번째 이야기거리는 ‘가족’이며, 기타 부수적인 이야기로는 ‘학교’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 동화들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가난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가난이 매개가 된 가슴 아프고도 슬픈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손가락 무덤’에서는 가난으로 힘들어진 아버지의 삶을, ‘아빠와 큰 아빠’에서도 정리해고 때문에 벌어진 가정의 불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촌형이 큰아빠에게 화를 내며 가출(?)하는 상황도 역시 가난하기 때문이다. ‘독후감 숙제’나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도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가장 크게 주제를 부각시키며 정점이 달한 것이 ‘끝방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