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영화관(권혜선 외)

올해 독서 모임에 제대로 참석을 못 했다.
업무가 너무 많아 마음의 여유를 내지 못했고 모임 날까지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모임에 나가지 못했고 마음은 무겁고 삶은 가라앉고 있었다. 다행히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방학 동안 얼른 채우자!

이 책은 5월에 이야기 나눌 책이었다. 
제목처럼 영화로 환경 이슈를 생각해 보게 한다. 소개된 19편 중 10편은 보았고 9편은 아직 보지 못했다. 대체로 2015~1017년 사이에 개봉된 영화가 많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도 절반 정도 되고, “슈가 블루스”, “리틀 포레스트(일본)”, “동경핵발전소”, “리버로드”는 콘텐츠 제공이 안 되는 것 같다.
서재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놓고 주말마다 가족들과 돌아가며 추천한 영화를 같이 보며 소통하고 있는데, 내 차례 때 제안할 영화 목록이 생긴 것도 이 책의 이점이다.

환경을 고민하게 하는 매체들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 되었다. 이슈를 제대로 이슈로 만들 수 있는 자료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영화를 몇 편 메모했다.

먼저 “레버넌트: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자(2016)”. 
아카데미상과 거리가 멀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실감나는 생존기를 표현하느라 배우가 크게 고생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제작이긴 한데 끌리지는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근대 유럽은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가 부를 상징하는 장식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유럽의 비버가 대량으로 사냥돼 사라지자 신대륙인 아메리카에서 비버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비버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터전을 지키는 과정에서 많은 죽임을 당했다. 또한 수은으로 모피를 가공하던 노동자들도 수은 중독의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한다. 
“레버넌트”의 실존 인물도 아메리카 대륙으로 비버를 잡으러 온 사냥꾼이라고 한다. 착취의 과정이 개척 정신으로 미화되었다. 인간의 욕심이 인간은 물론 생태계 파괴의 본질이라는 점을 첫 작품에서부터 성찰하게 해 준다. 실상 여기에 소개된 19편의 영화 모두 인간의 의지와 삶의 태도가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고 환기시키고 있다. 일단 상대방 인정부터 시작하자.

“해프닝”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식물에 의해 ‘인간 자살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설정으로 과학적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류 독감, 광우병, 구제역 등의 전염병은 동물에게 전염되며 특히 인간에게도 전염되기에 발견 즉시 살처분하여 통제한다. 그런데 이런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사람 역시 갈수록 도시로 인구가 밀집하고 있고 그로 인한 환경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밀집도를 조절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우리 인간에게도 ‘인간 자살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구 생태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인간이라는 점은 미래를 다룬 영화의 단골 소재이며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기도 하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청불 등급이다.

“슈가 블루스”
영화를 소재로 이야기한 분량에 비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무분별하게 섭취되고 있는 설탕. 업자들의 로비로 인해 최소한의 기준 및 관리가 어려워 우리는 설탕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한 설탕 중독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설탕 문제는 사회적 해결과 노력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인데, 이게 왜 환경 문제일까?
“다운 사이징”에서 이야기하듯, 결국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환경 문제이지 않을까. 인류의 욕망을 채울 수 없으니. 

“그래비티”
우리 우주에는 은하가 수천억 개가 있으며, 그 은하에는 태양계와 같은 항성이 수천억 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우주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일뿐이며 우주가 다중적으로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주에 생명체가 있을 확률은 절대적이다. 잊을만하면 출연하는 UFO는 그런 가능성에 쐐기를 박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선에서 생명체는 지구밖에 없다. 골디락스에 해당하는 화성이나 금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니.
그래서 광활하다 못해 망망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우주인들이 환경운동가가 되는 까닭이 이해가 된다. 30여년 전 태양계 끝에서 보이저호가 찍은 지구 사진을 보면 지구는 정말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 바로 행동해야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좀더 멀리 넓게 보는 공부도 계속 해야하고.

“동경핵발전소”
원자력 발전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소비지 바로 인근인 서울에 원전을 설치하는 게 맞지 않을까? 동경핵발전소는 안전한 원전을 에너비 송전 낭비 없이 동경에 설치하고 혐오시설에 대한 지원으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동경시장의 논리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원전 찬성의 논리를 역설적인 방법으로 풀어가고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냉각수로 필요한 충분한 물과, 원전에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을 넘기며, 주된 소비지이기도 한 강남에 원전을 설치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서울에 원전을 설치하면 영광이나 고리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느라 낭비되는 에너지도 없고, 또 거대한 송전탑을 세우느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빼앗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도 원전 문제는 지금도 정치적·경제적으로 뜨거운 문제이다.
환경은 평등이다. 사람 사이에, 생명 사이에 공존의 문제다. 그리고 환경은 경제이기도 하다. 눈앞의 손익 계산이 아닌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남한산성”
영화 자체와 환경 이슈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통해 예전에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소수만이 해 왔다는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론위원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숙의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사 결정 과정의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여러 가지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환경 문제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끼치므로 좀더 치밀한 논의와 결정이 필요하다. 그 속에 환경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을 전제하고.

*소개된 영화들
1. 지구 위에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버 사냥이 남긴 것 _ <레버넌트> 2016
-그 호랑이와 그 사냥꾼의 적대적 교감, 최후를 나누다 _ <대호> 2015
-인류는 ‘인류 인플루엔자’로 멸종할 것인가? _ <해프닝> 2008 청불
-“값이 싸면 다들 먹어” _ <옥자> 2017
-너구리도 우리처럼 산다 _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2005

2. 우리를 망치는 달콤한 탐욕
-콩고의 눈물 닦아주는 오늘의 타잔이 필요하다_ <레전드 오브 타잔> 2016
-설탕, 자꾸 빠져드는 달콤한 불행 _ <슈가 블루스> 2014
-무엇을 먹을 것인가, 내 몸은 알고 있을까? _ <리틀 포레스트> 2014
-우리가 줄여야 할 것은 무엇인가? _ <다운사이징> 2017

3. 우리는 내일도 살아야 한다
-‘터널’ 속에 지구 있다 _ <터널> 2016
-화성에서도 똥은 오래된 미래 _ <마션> 2015
-지진 없는 서울에 핵발전소를 짓자! _ < 동경핵발전소> 2004
-에너지를 바꿔도 해결되지 않는 것 _ < 딥워터 호라이즌> 2017

4. 미래를 바꾸는 오늘의 마음가짐
-종말 향한 지구, ‘플랜B’는 지금 우리 몫 _ <인터스텔라> 2014
-직접 보면 안다, 우주인이 환경운동가가 되는 까닭_ <그래비티> 2013
-핵전쟁 후 오래된 미래, 희망은 씨앗뿐_ <매드맥스> 2015
-우리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 _ <남한산성> 2017
-녹조라떼와 미세먼지로 그려질 우리 삶의 길 _ <리버로드> 2017
-우리는 지구를 쓰레기 행성으로 만드는가 _ <월-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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