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란 깨라고 있는 것이다”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학교생활 규정집’을 읽고 있는 상황이 지루하다며 주인공 ‘카차도리안 레이프’가 화재경보기를 울릴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레이프 같은 녀석들이 한꺼번에 여러 명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고, 112가지나 되는 학교생활 규정이라는 게 너무 잡스러운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어 불편하기도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상황이란 게 있을 터인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학교의 모습이 불편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난 꼰대이니까. 물론 개념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과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차이가 좀 있기는 했지만, 단짝 친구 레오나르도의 정체까지 파악이 되니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최악의 학교” 사실 ..
참 쉽게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긴장과 기대 때문이었는지 책을 덮으며 참 허탈하고 씁쓸했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같지만 어디에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 그래서 더욱 씁쓸하고 허탈한……. 0205 비밀의 방. 윤선이의 말에 의하면 폐쇄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가면을 쓰고 마음 놓고 놀아볼 수 있는 곳이란다. 실제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교사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교사를 상대로 한 게임 프로그램까지 올리고, 교생의 사생활까지 폭로되기도 한다. 자유롭게 마음껏 본심을 풀어놓을 수 있지만 결국은 진실이 아닌 거짓이, 소통이 아닌 단절이 존재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쓴 가면은 스스로를 방어해 주지만, 결국 진실이 통하지는 않는다. 보라가 L의 존재를 쫓으면서 끝내 누구인지를 알..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무언가 뒤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꽉 차 있다. 두발문제, 가족관계, 친구와의 관계 더 나아가 개발에 관한 사회문제 등 제법 묵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골치 아프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넘치는 유머와 해학 속에서 가볍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냉소도 아닌 지나친 과장도 아닌 딱 열일곱 남자 아이의 시선 속에서 가정과 학교,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론 부분. 두발규제라는 어려운 화두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찬탄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결론이 무척 만화적이라는 것! 아버지의 등장부터심상치 않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를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등장..
교육 10년 차. 아이들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초년 시절의 열정은 오간 데 없고 스트레스와 짜증으로 얼룩진 하루를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남은 교사생활을 떠올린다. 결코 밝지 않은 나의 미래에 이 책은 ‘교육’에 대한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하이타니의 작품들 중 이 책은 가장 직설적인 화법으로 교육의 문제에 정면 대응한다. 이렇게 직설적일 수 있는 까닭은 구즈하라 준이 교사이기도 하지만, 또 교사 아닌 입장에서 교육현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교사인 아내를 두고 있다는 점, 무한숙을 한 때 운영했던 사람으로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했던 사람이라는 점 등 교육현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떨어질 수 없기에 교육현장의 가장 미시적인 부분까지 다가갈 수 있었..
이탈리아의 학교 이야기로 초등학교 교사 생활 5년을 토대로 쓴 1940년 작품이다. 스무 살에 임시교사 임명장을 주머니에 넣고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한 모스카는 개구쟁이들이 모인 악명 높은 5학년 C반을 맡게 된다. 학생들이 잡지 못한 파리를 새총으로 잡아 아이들을 제압하고 금세 그들의 친구가 된다. 이야기는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닌, 성인들이 필요에 따라 짜 놓은 교육과정을 공부해야하는 현실, 또 그것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장학 제도에 대해 비판하며, 정작 교육과정이나 장학제도는 겨울 나무에 화려한 꽃을 그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사가 의미심장하게 가르치고 시험하는 내용들이 실생활에는 아무 필요가 없다고 비판한다. 또 교직생활을 만족해하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시선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