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로봇,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문제를 다룬 단편집 "안녕, 베타"와 연관된 책을 찾다 추천받은 책이 "한 스푼의 시간"이다. 제목만으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희색 바탕에 점점의 흔적들과 파란 물방울 속 세상의 표지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았다. 직장에서 명퇴를 당하고, 새로 시작한 세탁소가 자리잡힐 즈음 갑작스럽게 아내와 사별한 명정은 아들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들도 이국에서 이국으로 출장가던 중 항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고 아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홀로 살아내던 중, 아들이 남긴 인공지능로봇을 택배로 받으면서, 둘째를 낳으며 불려주려고 했던 '은결'이라는 이름까지 부여하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227) 사람이 무너지면 무너진..
1. 보거가 상징하는 것? -지구의 남반구에 사는 후진국, 아프리카의 빈곤층이며 에이즈에 감염된 소외계층의 아이들 아버지는 보거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하며 ‘절대 빈곤’을 상징하고 외면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묘사함, 어른들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탄생한 아이들. -마지막 부분에 아들이 보거를 구해 오는 것은 어른들이 포기해 버린 희망을 아이들이 다시 찾아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것을 의미함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화: 세트의 질투는 강대국의 이기심을 상징하며 아들이 보거를 구해내는 것과 이시스가 오시리스를 살려내는 것을 동일하게 여김. 오시리스의 시체가 토막나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지구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도저히 가능해 보이지 않는 오시리스의 부활을 이시스가 해낸 것처럼 위기의 지구를 ..
이번에 고른 책도 ‘열일곱’이다. 요새 청소년 문학의 화두가 ‘열일곱’이라 관련 책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열여섯’들과 진지한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무의식에 열일곱 이야기를 골라내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일곱’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가 떠올랐다. 오토바이와 주인공의 얼굴로 장식한 표지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파랑 치타의 ‘강호’와 빨간 바이크 ‘재하’가 비슷했다. 하지만 ‘강호’가 학교에서 ‘파랑 치타’라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마음을 잡아가는 것과 다르게 ‘재하’는 ‘드림레이스’의 예비 과정을 이수하며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른바 ‘문제’ 상황을 풀어 가는 두 책의 차이가 ‘내게’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주목하여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치유..
버지니아 대학의 무차별적인 학살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범인이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으로 밝혀지고, 세탁소를 경영하며 자식을 뒷바라지했던 부모들마저 자살했다는 소식에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범인은 평소에 말이 없고, 부자와 떠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감정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신이 내게 왔다"는 평범해 보였지만 ‘길 위의 악마’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소년, 세상을 만나다"의 다카얀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다카얀과 같은 중학생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화'와 '충동'적인 모습을 ‘신’을 등장시켜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권하는 성장 소설 중에 ‘어느 날~’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둘 있다. 생각해 보면 ‘어느 날’ 만큼 아이들의 상황을 적절하게 말해주는 ..
2005년은 중국 여행의 해다. 여름 방학은 북경을 중심으로 한 북동부지역을 여행하고, 겨울은 실크로드 기행을 해 볼 생각이다. 부디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길 바라며 관심 있는 곳은 매우 꼼꼼히, 어떤 곳은(거의 마지막) 눈으로만 훑었다. 돌도 안된 산하를 돌보며 책읽기란, 운전을 하며 바깥 경치를 음미하는 것과 같은 이중고 또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한다. 5일 가까이, 야금야금 책을 읽었지만 머리 속으로 들어온 내용은 소쿠리 채에 물빠지듯 시원스럽게 새나갔지만, 나름대로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눈(眼) 기행이었다. 역사와 전설, 거기에 사진과 시까지 곁들여져 굳이 심각해 지지 않아도 나름대로 진지하고 흥미 있는 여행이 되기에 충분했다. 조금 충격적인 것은 지은이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 진순신이 중국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