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 좀 아껴보겠다고 새해부터는 웬만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도 담양공공도서관에는 러시아 관련 책들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어서 정독은 아니더라도 훑어보며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는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었다. ‘열린책들’은 물론이고 ‘문학동네’ 출판사는 찾을 수 없고,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만화)과 ‘고교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논술 필독’이라는 부제의 신원문화사 딱 이렇게 두 권만 비치돼 있었다.중고생 때도 읽지 않았던 중고생 대상의 책이라 기분이 좀 묘했지만(심지어 번역자 이름도 없다^^;;), 읽을수록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읽을수록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원래 제목이 ‘아버지와 아들들’이라고 하는데, 제목처..
드디어 8월 초,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솔직히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선입견이 좀 있었다.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안나 까레니나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하나 하는 그런 매우 단순 무식한 생각. 하지만 거의 1,600쪽에 이르는 글을 다 읽고서야 왜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안나 까레니나를 중심으로 한 아주 작은 시냇물 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당시 러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바다에 이르는 이야기는 촘촘하게 잘 엮여서 장면들이 모두 아름답고, 찡했고, 감동적이었으며, 소박한 공감이 있었다. 남성 작가이면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줄 아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와 마치 세태소설을 보는 것처럼 러시아 상류층의 복잡한 이야기들을 곳곳에 배치한 점..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렸다. 세상에 듣기만 했던 그 명작을 내가 읽게 되다니! 드디어!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라스꼴리니꼬프가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상황도 꽤 길었고, 살인 이후에 힘들어하며 주변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동안 이런 고전들을 요약본만으로 만난 폐해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어쨌든 꽤나 심오하고 심각해서 어렵게 읽을 줄 알았는데, 속도감 있게 읽혀서 4일에 걸쳐 새벽까지 읽어 버렸다. 햄릿을 닮은 라스꼴리니코프도 매력적이지만, 끝내 구원받지 못할 것 같은 삶을 살아간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의 초반 술주정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특히 어떻게든 친구를 도우려는 라주미힌과 라스꼴리니코프의 여동생 두냐(아브도찌야 로마로브냐) 캐릭터에도 강하게 끌렸다..
대위의 딸국내도서저자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Aleksandr Pushkin) / 석영중역출판 : 열린책들 2006.07.20상세보기 매우 재미있었지만, 첫 만남이 쉽지 않았던 러시아 문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렵고 복잡하고 변화가 많았던 이름들과 사건들, 긴 호흡의 대사들! 도스토예프스키의 큰 산맥을 힘겹게(물론 재미와 감동도 함께) 넘었던지라 제아무리 유시민 작가가 재미있었다고 할지라도(그래서 선택한 것이지만) 이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달 여를 다른 책에만 눈을 돌리다가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정신을 차리고 주말에 읽었다.그런데 세상에! 단숨에 읽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재미있었다니!옆에서 남편이 낑낑대며 원고를 쓰고 있을 때, 나는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