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회원 선생님의 퇴임식을 준비하며..

옛말이라고는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40여 년을 학교에서 생활하다 떠날 때의 마음은 어떨까. 여느 직장보다 근무 기간이 더 길고, 가르친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학교 생활을 정리하고 떠날 때의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1학기 마지막 분회 총회에서 가장 빨리 의기투합했던 일이 8월 퇴임하시는 조합원 선생님의 퇴임식 준비였다. 생각해보면, 교직이 개혁의 주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수동적이었고 수세적이었다. 심지어 스승의날 조차도 촌지 문제로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춘을 오롯이 학교에서 보낸 선배 선생님에 대한 환송식은 묵묵히 교직을 지켜왔던 선배 교사에 대한 예의이며, 후배 교사에게는 미래를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중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이런 생각에, 전입 와서 선배 선생님과 생활하며 느꼈던 점이 많아 힘 닿는 데까지 준비해보겠다는 마음도 있어 퇴임식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번에 우리 학교에서 퇴직을 맞은 선생님은 두 분이다. 한 분은 교장으로, 한 분은 평교사로. 퇴임을 맞은 선생님들이 고사하셔 학교 공식적인 차원의 퇴임식 대신에 친목회 주최의 환송회로 학교 생활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참 안타까웠다. 글로 적지 못할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였겠지만 학교 구성원 모두의 힘을 더해 사회의 새출발에 큰 기운을 불어넣지 못한 것이 참 아쉬었다. 전교조 분회 차원의 퇴임식 주체를 맡은 상황이라 부담감이 더해졌다.

퇴임식은 그동안의 학교 생활을 모으고,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준비하고, 몇 가지 축하공연과 다과를 준비했다. 여러 선생님들이 가지고 계셨던 선배 선생님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모으고, 조합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모으면서 선배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업무 등에서 혜택을 받는 원로교사가 아닌, 평교사의 원로로 학교장과 평교사 사이를 연결해 주며 원만한 학교 운영을 위해 애쓰셨던 그간의 공로가 모두 드러나는 듯했다.

10여 년 학교 생활에서, 승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비교육적인 학사운영에 침묵으로 동조하거나 보신주의에 빠져 복지부동으로 일관하여 후배교사들의 기운을 빼거나, 무기력한 생활로 후배교사들의 어깨를 무겁게하는 선배 교사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아온 까닭에 후배 교사들의 환대 속에 마무리 맺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한 상황에서 선배 선생님의 퇴임식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해 나가야할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학교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더 거세게 일수록 학교 구성원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더 어려울 것이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일방적인 학교 운영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선배 선생님의 퇴임식이 더 서운해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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