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기념일이에요. 방송 첫날이거든요.

“선생님! 윈엠프 아세요? 아시면 제 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
큰 일을 저질러 집밖을 떠돌아다니는 아이의 위치를 파악하느라 ‘버디버디’에 들어갔다. 다행히 아이에게 쪽지가 와 있었고, 얼른 학교로 돌아오라는 답장을 쓰고 있었다. 말이 거의 끝날 무렵 원기에게서 오늘이 방송하는 첫날이라며 ‘윈엠프’를 사용하는지, 사용하면 지정한 사이트로 들어와 달라는 쪽지를 받았다.


사이트에 접속을 하자 노래가 들리고 잠시 후 원기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데 노래를 신청해 달라는 쪽지가 다시 왔다. 진행 중이었던 노래가 끝나자 내가 신청한 노래를 이어서 들려주었다. 2시간을 공들여 읽을거리도 마련하고 프로그램도 익혀 방송하고 있다는데 꽤 진지하게 방송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원기의 방송을 들으며 반 아이들이 초대한 ‘대화방’에 접속해 교실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학교 수업이 끝났다고 아이들의 만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학원 수업으로 이어지며, 집에 와서는 컴퓨터를 통해 쉴새없이 쪽지나 이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이야기를 남기고 친구들의 이야기에 답글을 쓰면서 만남을 지속한다. 


요새 아이들은 누가 언제 전학을 오는지 교사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아이가 전입해 오기 전 ‘다모임, 아이러브스쿨’ 등 인터넷 동창회에 가입해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사진도 올리기 때문이다. 전학생은 이미 재학생이었고, 꼭 학교를 가야만 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사들에게, ‘버디버디’와 같은 메신저는 중요한 대화수단이 된다. 우리 학교의 어떤 선생님은 집안 사람들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메신저로 1시간 이상을 아이들과 상담하기도 하고, 인터넷 동창회에 만들어져 있는 아이들 ‘셀’을 등록해 놓고 아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빨리 파악하려 노력한다.


세상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만큼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역시 빈번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서로가 살아온 과거가 다르며 현재 역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부딪치면 아이가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아이의 행동을 묵인하거나 애써 용인하는 것 같다. 


아이 문제로 만난 어떤 학부모는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자기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로 쪽지를 주고받다 밤늦게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했단다. 아이가 컴퓨터로 무얼 하는지 궁금해 아이 뒤에서 화면을 살펴보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고 창이 여러 개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어서 아이 몰래 컴퓨터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자, 아이 친구를 집으로 불러 친구들이 잘 가는 사이트, 메신저 사용법 등을 배우고 익혔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아이에게 쪽지 보내는 방법을 알았지만 지금 학부모는 아이와 연락할 수가 없다. 그 사이 아이가 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는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표출하거나 다스리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교사나 학부모는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 아이 옆에 항상 우리가 있으며 아이를 믿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메신저’는 교사나 학부모가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더 주는 셈이다. 얼마나 깊이 있는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쪽지’를 문자로 보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이야기가 된다면 다음 문제는 생각보다 줄어들 것이다.

'행복한 글쓰기 > 교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사가 하기 힘든 일  (0) 2004.05.20
꿈이 더 소중한 세상  (0) 2004.03.27
학교 다니는 이유  (0) 2003.03.21
독서교육에 관한 생각  (0) 2002.05.01
학급 봉사 활동  (0) 2001.09.12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