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를 하다 다시 펼쳤지만 마치 새로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금방 빠져들었다.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내가 나이 들어 기억을 못 하기보다는.ㅎㅎ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 이야기 흐름을 대략 그려졌다. 서로 닮은 김수남과 윤채령의 운명은 어떻게 연결되고 엇갈릴까. 이틀 새벽 2시까지 읽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안타까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결말이었지만 역사적인 상황으로 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청소년소설인데 좀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을까. 연말 이틀을 우울하게 보냈다.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인생을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삶의 태도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라는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호기심은, 마치 인..
벌써 재작년(2017) 9월 일이다. 모임 이사회 참석으로 서울 올라가는 길에, 2학년 부장샘으로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식당까지 (수학여행) 동선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용산역에서 내려 대학로로 가는 151번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앞자리에 소녀상이 앉아 있어 깜짝 놀랐다. 일단 뒷자리로 가 버스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의자 뒷면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설명과 151번 버스에 소녀상을 세운 의미가 소개돼 있었다. 소녀상 가까이에서 내용도 좀더 꼼꼼히 읽고 사진도 찍으며 '기억의 힘'과 공동체의 노력을 떠올렸다. 그리고 연말 청소년 독서활동집을 만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청소년 소설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푸른 늑대의 파수꾼",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타인의 시간을 빼앗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265) 묵직한 말이다. 작게는 시간 약속에서, 크게는 일제의 식민 통치가 우리 국민들에게 빼앗은 것이 단 한 번뿐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실감난다. 단 한 번뿐이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게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하고, 선택하고, 노력하고, 아쉬워한다. 이 책에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두 시대의 폭력이 ‘타임 슬립’을 통해 이어진다. 먼저 현재의 ‘햇귀’는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행동하지만, 햇귀에게만 온갖 폭력을 휘두르는 태후의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또 일제시대의 ‘수인’은 넉넉한 가정에서 가수를 꿈꾸며 행복하고 살고 있었으나 일본 경찰과 앞잡이의 계략에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며 일본 경찰의 가정부로 산다. 그러고도 정신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