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엿새 뒤, 아들이 ‘기적같이’ 들어왔다. 그날 부부는 가출 청소년을 모험가, 반항자로 부르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어디에서 먹고 잤느냐고 묻자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친구 집에서….” (확인 결과, 아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가출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싫어!” 소리를 반복하더니, 마지못해 “그냥 집이 싫었어. 갑갑해!”, “휴대폰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도 짜증났어.”라고 말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가출한 거야?” 김씨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결말이 ‘개과천선을 다룬 사춘기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자신이 아들의 경이로운 외적 성장(8개월 만에 키와 몸무게가 14cm, 10여kg 늘었다!)에만 관심을 쏟았지, 내적 성장통과 심..
왕따나 학교 폭력에 관한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일반화 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왕따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가는 그런 줄거리 말이다. 대개의 소설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극복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대체로 가해자는 중심에 없다. 오로지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조금은 상투적으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스피릿베어는 특별하다. 자칫 지루할 수도, 또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독특함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완성도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특별한 점이 눈에 띄고 그 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