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든 글쓰기가 그 자체로 치유와 성찰을 통한 긍정적 에너지를 충천하는 활동임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엄마가 17세를 회상하며 현재의 시각으로 당시를 재단하지 않고 그 과정을 인정하는 점이 좋았다. 당시의 결핍 또는 갈망을 채우려 선택했던 모습들이 살아보니 어리석은 게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음을 인정해야, 현재 딸의 선택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람이 홀로 성장할 수 없듯, 이 책에는 멋있는 어른들, 사회인들이 많다.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과 견주어 볼 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성숙해 졌을까. (51) 회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부산여고를 까맣게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다. 갑자기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 나는 며칠 전 소녀 적 ..
“규칙이란 깨라고 있는 것이다”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학교생활 규정집’을 읽고 있는 상황이 지루하다며 주인공 ‘카차도리안 레이프’가 화재경보기를 울릴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레이프 같은 녀석들이 한꺼번에 여러 명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고, 112가지나 되는 학교생활 규정이라는 게 너무 잡스러운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어 불편하기도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상황이란 게 있을 터인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학교의 모습이 불편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난 꼰대이니까. 물론 개념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과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차이가 좀 있기는 했지만, 단짝 친구 레오나르도의 정체까지 파악이 되니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최악의 학교” 사실 ..
비내리는 땅을 바라볼 때마다 '왕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빗줄기의 차이도 있겠지만, 한 지역에 비슷한 비가 뿌려도 파이는 곳이 있고, 한 번 파이기 시작하면, 그곳만 집중적으로 골이 생겨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는 것이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메워도 다시 파이기 마련인. 요새 '왕따' 문제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미니홈과 같은 곳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불만으로건, 친구와 의리 때문이건, 상대방 친구에 대해 알아보기 힘들게 욕설을 적어 두면, 그 이야기를 아무 생각없이 옮긴다. 그것이 시작이 돼 서로 퍼가고 소문이 나, 현실에서 그 아이에 대한 따돌림 역시 커진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이런 과정을 잘 보여준다.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도 있고, 인터넷의 속성을 이용해 흠을 만들어..